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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량,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적의 새농법 눈앞에

쌀밥처럼 부드러운 보리, 50%나 수확량이 늘어나는 콩, 내병성이 뛰어난 참깨, 우수한 특성의 땅콩과 유채, 감자씨로 감자농사를 짓는 등 기적의 농사법이 곧 실현된다.

앞으로 2, 3년내에 우리는 찰기가 많고 밥하기도 쉬운 '쌀밥같은 보리밥'을 즐겨 먹게 될 것이다. 또 50%나 수확량이 늘어나는 콩으로 장을 담그고 두부를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감자씨를 뿌려서 감자농사를 하게돼 종래 씨감자에서 아끼던 우량한 감자를 마음놓고 먹어도 된다.
 

새로운 품종이 개발되고, 농사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의 농업생산이 크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그 질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의 연구끝에 선을 보이고 있는 신품종 농작물은 어떤 것들인지, 그 개발과정과 특성 및 장점들을 살펴보자.
 

맥류연구소에서 시험재배중인 찰보리

 

찰지고 부드러운 보리쌀, 찰보리
 

꽁보리밥을 지으려면 보리를 두번 삶아야 한다. 또 쌀밥에 보리를 섞기 위해서는 미리 한번 삶은 다음에 쌀과 함께 밥을 지어야 한다. 이것은 보리의 물흡수속도가 쌀보다 늦고, 퍼지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보리밥은 짓기도 번거롭거니와 먹는 데에도 문제가 많다. 우선 꺼끌꺼끌해서 싫어하는 사람이 많고, 식으면 굳어져서 먹기가 힘들어진다.
 

이같은 보리의 결점을 보완한 신품종이 찰보리이다. 찰보리는 전분의 종류가 메보리(보통의 보리)와 달라 주로 아미로펙틴(Amylopectin, 찰성을 나타내는 성질)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메보리보다 수분흡수가 빠르고 밥이 되는 온도(糊化温度)가 15도나 낮아 보리쌀을 물에 담그거나 삶는 번거로움이 없다. 쌀과 직접 혼합하여 밥을 지어도 잘 퍼지는 특성이 있다.
 

찰보리는 또한 아미로스의 함량이 낮아 보리밥이 잘 굳어지지 않으며 식은 후에도 끈기가 있고 부드럽다. 이외에도 찰보리에는 일종의 식섬유물질인 베타그루켄(β-glucan) 함량이 메보리보다 2배나 더 들어있어서 혈장이나 간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저하시키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찰보리는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등 성인병에도 메보리보다 더 좋은 건강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우수한 장점들을 두루 갖춘 찰보리는 어떻게 해서 개발됐을까.
 

찰보리의 개발은 찰기가 많은 보리의 유전인자를 가미한 이른바 '인자치환방식'으로 설명된다. 즉, 재래종 보리 가운데 재배가 기피돼왔으나 찰성만큼은 우수한 것을 찾아내 이를 부본(父本)으로 삼고, 기존에 있던 강보리를 모본(母本)으로 하여 암술과 수술을 교배한 것이다.
 

여기서 생겨난 보리중에서 찰성이 나쁜 것을 뽑아내면서 계속 교배해 찰성인자 계통의 보리를 선발해내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교배기간은 7년 정도의 세월을 필요로 하는데, 육성기간을 단축시키 위해 온냉조절실(温冷調節室)을 이용, 연간 3~4회나 인자교환재배와 세대촉진을 한 결과 3년만인 81년에 일단 개발에 성공했다.
 

농촌진흥청 산하 맥류연구소에서 개발해낸 찰보리는 새로운 품종으로 인정받기 쉬해 82~83년에 생산력검정과 품질특성검정을 실시했고, 84년 전국의 27개소에서 지역적응시험을 한 결과 전지역에서 고르게 좋은 성적을 얻은 바 있다.
 

현재 9백40여 농가의 1백60ha에서 시험 재배중인데, 성공적으로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겉보리는 영남, 쌀보리는 주로 호남에서 많이 재배해왔으나 찰보리는 중부 이남의 전역에 보급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한편, 보리쌀에는 '종구'라고 불리는 검은 줄이 한가운데에 나있는데, 이를 자르는 것을 할맥(割麥)이라고 한다. 즉, 검은 줄을 기준으로 보리쌀을 양분하는 것이다. 할맥을 하면 검은줄이 사라지고 입자가 작아져 수분의 흡수도 좋아진다. 따라서 찰지고 수분흡수도 좋은 찰보리를 할맥할 경우, 더욱 품질이 좋아져 마치 흰쌀처럼 보인다.
 

아뭏든 먹기에도 좋고 영양가도 뛰어나며 쌀밥같은 모양의 보리쌀로 혼식을 하게 될 날이 멀지 않다고 하겠다.

 

밀식재배로 45%가 증수되는 팔달콩
 

우리나라에는 현재 15, 6종의 콩이 있으나 대개가 80cm 내외의 키로 자라므로 밀식(密植)이 곤란하다. 이에 비해 최근 개발된 팔달콩은 키가 46cm 정도로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지지 않아 촘촘히 심을 수가 있다. 보통의 콩들이 1단보에 2만2천본 가량 심는데 비해 팔달콩은 4만4천~6만6천본까지 밀식을 해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10a당 생산량이 3백88kg으로 보통 콩의 2백68kg보다 45%나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팔달콩은 또 병충해에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콩에 가장 무서운 병인 괴저병을 비롯한 바이러스 병에 강하다는 것이다.
 

팔달콩이 이처럼 우수한 품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 우량한 유전 인자가 교배에 의해 집적됐기 때문이다.
 

즉, 팔달콩은 재래종 대비 30% 증수가 가능한 광교(光教)라는 품종에다가 다분지직립형(多分枝直立型)인 미국산 페이튼(patten)을 교배, 여기서 얻어진 것을 병에 강하고 쓰러지지 않는 (耐病·耐倒伏)미국산 콩인 PI171450과 다시 교배했다. 다시 여기서 나온 콩을 엘프(Elf)라는 키가 매우 작은 (極短莖) 미국산 콩과 교배시켜 얻어진 것이다.
 

따라서 광교에서 많은 수확량을, 페이튼에서 직립형을, PI171450에서 내병성·내도복성을, 엘프에서는 작은 키를 각각 취한 것이 팔달콩인 셈이다.
 

팔달콩은 1백개의 무게가 16g내외로 된장이나 간장, 두부, 콩기름용 등으로 이용이 가능한데 콩 자체의 품질은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팔달콩은 따뜻한 대만에서 종자를 증식중인데 금년 가을에 24t의 종자가 증식될 예정이고, 내년에는 2백40ha에 심어질 전망이다.
 

한편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에서는 팔달콩 이외에도 방사콩 황금콩 등 여러콩을 개발해낸 바가 있는데, 이중 방사콩은 방사선처리기술로 작은 알맹이의 콩으로 육종한 것이다. 콩 1백개의 무게가 10~12g 으로 소립(小粒)형인 방사콩은 크기가 작은 만큼 수율이 높아 콩나물콩으로 각광받고 있다. 방사콩은 84년 개발에 성공, 현재 보급단계.
 

작물시험장의 김석동연구관은 "지금까지는 일반콩의 육종에 치중해왔으나 앞으로는 검정콩 아주까리콩 등 밥밑콩이나 삶아서 까먹는 풋콩 등 다양한 용도의 콩을 우수한 품종으로 개발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팔달콩의 밀식재배

 

감자농사의 신기원, 씨감자에서 감자씨로
 

찰보리나 팔달콩이 특징있는 품종들을 교배해서 얻어진 것이라면 감자의 경우는 농사방법을 개선함으로써 각광을 받고 있는 케이스다.
 

감자씨에 의한 감자농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자농사의 특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쌀이나 보리는 종자의 퇴화가 없으나 감자는 퇴화현상이 심각한 게 특징이다. 감자의 열매속에는 50내지 2백개의 씨가 들어있는데, 이 씨들은 하나하나마다 성질이 다른 잡종상태여서 그대로 심을 경우 감자의 크기나 맛이 제각기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일정한 품질을 지닌 감자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감자씨의 이같은 단점을 극복하고자 사람들은 일찍부터 수확한 감자중 우수한 씨감자를 골라 심었던 것. 마늘이나 백합 글라디올로스 등과 같은 영양번식법으로 감자를 생산해온 셈이다.
 

그러나 씨감자를 이용하는 방법도 문제점이 많았다. 씨감자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그곳에서 생산되는 감자도 바이러스에 걸릴 확률이 99%나 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수확량이 감소될 것은 당연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수원의 원예시험장과 대관령의 고령지 시험장에서 바이러스에 안걸린 우수한 씨감자를 생산해 농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으나 불과 15%정도 밖에 공급이 안되고 있어 85%는 불량한 씨감자가 재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씨감자를 이용할 경우, 이용하는 양만큼 감자를 소비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57만t 가량의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4만5천t의 씨감자가 원료로서 소비되는 셈이다. 한마디로 식량자원의 낭비가 크다는 것.
 

씨감자에 의한 감자재배가 이처럼 비경제적인데 착안한 것이 바로 감자씨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감자씨는 앞서 언급한대로 씨의 품질이 고르지 못한 게 흠이므로 어떻게 하면 잡종이 덜된 감자씨를 얻을 수 있는가가 초점이 된다.
 

원예시험장의 감자씨 연구팀은 우수한 감자를 심어 그 씨를 채취, 분석해오고 있는데 현재 몇가지 이용가능한 계통을 찾아놓은 상태다. 이 감자씨들은 올해 농가에 시험재배를 하게 한 뒤 그 결과를 보아 확대보급할 예정이다. 빠르면 내년부터라도 농가에서 감자씨를 뿌리게 될 것이라는 게 원예시험장 한병희과장의 전망이다.
 

감자씨를 이용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없어 생산량이 늘고, 종자값이 전혀 안들며, 생산된 감자를 전량 인간이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씨감자를 심을 때 필요했던 저장시설이 필요없게 되며 종자의 운반이 간편해지는 등 이점이 기대된다.
 

감자씨를 이용하는 데 따른 문제점은 씨를 뿌려 모종을 이식해야 한다는점이다. 씨감자의 경우에 비해 모종이식이라는 한 과정을 더 거쳐야 하는데 기술상의 큰 애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한가지 문제는 감자씨로 생산된 감자의 맛. 현단계에서는감자의 균일도와 수확량을 만족시켜 줄 감자씨를 찾고 있는 수준이므로 맛 문제에까지는 아직 손을 못대고 있다.
 

아뭏든 감자씨에 의한 감자농사방식은 중공 뉴질랜드 등에서도 일부 이용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그 보급이 크게 기대된다고 하겠다.
 

감자씨를 뿌린지 30일무렵의 모습, 우수한 씨에서 자란것(왼쪽)과 잡종상태에서 자란 것(오른쪽)의 차이가 크다.


참깨 땅콩 유채의 신품종들
 

이밖에도 요즘의 농업분야에서 개발된 신품종·신기술이 많다. 특용작물로 분류되는 참깨 땅콩 유채가 그 대표적인 예.
 

참깨류의 신품종으로는 인산깨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지금까지 참깨의 품종에는 병에 강한 게 없었는데, 이는 내병성의 유전자를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 방사선을 쪼여 돌연변이 육종방식으로 개발해낸 게 바로 안산깨다.
 

안산깨는 참깨육종역사상 최초의 내병성품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안산깨에는 불포화지방산인 리놀산이 46.9%로 많이 함유돼 있어 좋은 기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깨의 빛깔이 백색이어서 시장성이 좋은 것도 또다른 장점.
 

안산깨는 작년에 작물연구소 특작과에서 개발을 완료, 전국 7백개소의 전시포에 보급중인데, 내년중에는 일반농가에 크게 보급될 전망이다.
 

땅콩 종류에서는 대광땅콩과 신풍땅콩 새들땅콩 등이 신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땅콩은 열대성 작물이므로 고온에서의 생육기간이 긴 게 특징이다. 즉, 섭씨 20도 이상의 날이 연간 1백50일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은 이같은 날이 연간 1백30일에 그쳐 땅콩이 크게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땅콩이 굵으면서도 빨리 익는 품종을 연구해왔었다.
 

대광땅콩은 만숙(晩熟)형이나 알맹이가 굵은 '플로리 자이언츠(Florigiant) 품종과 숙기(熟期)가 빠른 일본산 '千葉半立'을 교배시킨 뒤, 다시 직립(直立)형인 '패드393-3'에 교배해서 얻어진 것으로 많은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줄기 하나에 달려있는 땅콩의 꼬투리수를 보면 대광땅콩은 38개에 달해 기존의 서둔땅콩(17개) 영호땅콩(15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또 땅콩 알맹이가 커서 알맹이 1백개의 무게가 76g으로 다른 품종에 비해서 많이 나간다.
 

알맹이가 큰 까닭에 협실비율도 71%로 모든 품종중 가장 높다. 협실비율이란 땅콩껍데기(협)속에 들어있는 땅콩 알맹이(종실)의 비율을 말한다. 알맹이가 커야 간식용으로 인기가 있으므로 대광 땅콩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인기가 좋을 것으로 보인다.
 

땅콩 알맹이 속의 기름함유율에 있어서도 대광땅콩은 52.3%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러나 대광땅콩의 가장 큰 장점은 1단보단 생산량이 종실을 기준, 2백68kg으로 다른 품종에 비해 10~60kg이 많다는 점이다.
 

대광땅콩은 현재 각도의 진흥원에 보급돼 있는데 내년쯤에는 전시포를 통해 직접 농민들에게 선을 보일 계획이다. 신풍땅콩과 새들땅콩은 이미 농가에 보급중인데 대광땅콩보다는 약감 품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농가에서 매우 인기가 있다는 소식이다.
 

봄철 남녘의 들판을 황금빛으로 수놓는 유채도 기름과 밀원(蜜源) 관광자원으로 이용이 높은 특용작물이다.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의 이정일박사가 개발해낸 유채 신품종 '단교19호'는 획기적인 다수확품종으로 꼽힌다. 즉, 10a 당 평균수량이 4백43kg으로 지금까지의 장려품종인 영산유채나 내한유채의 2백50kg에 비해 77%나 증수가 가능하다.
 

또 유채의 기름과 깻묵에 포함돼 있던 불량성분을 제거했는데 특히 글루코지노레이트(독성물질의 배당체로서 유채를 사료용 깻묵으로 쓸 경우 산란율이 저하되고 비육이 잘 안되게 함)를 제거, 우수한 기름이나 유채깻묵으로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교 19호는 그 육종과정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교배육종의 틀을 벗어나 세계 최초의 웅성불임(雄性不稔)을 이용해 개발된 1대잡종이라는 점에서도 세계 유채육종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유채는 남부지방의 논뒷그루로 손쉽게 재배할 수 있어 국토이용에 유리할 뿐 아니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식용유와 사료용깻묵의 수요를 충당할 수 있으므로 우리의 여건에 맞는 특용작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처럼 유채재배의 필요성이 크고, 또한 획기적인 신품종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채재배면적은 해가 갈수록 감소 추세에 있다. 75년에 2만7천ha이던 것이 85년에는 5천ha로 줄어 제주도 일대로 국한돼가고 있는 것.
 

이같은 현상은 미국의 잉여농산물 수입 때문이다. 즉, 미국의 콩을 대량수입, 수입콩기름이 흔해짐에 따라 유채값이 형편 없진 것. 참깨기름만큼이나 우수한 유채기름이지만 가격조건이 안맞아 빛을 못보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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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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