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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이은선 사장

"꿈은 10대 공익사업, 과학 새싹에 과감히 투자"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은 인력에서 나온다고 믿으며 기업 이윤을 과학 새싹의 밑거름으로 만든 사람을 만났다.


한국야쿠르트 이은선 사장


서너살된 아이들은 아프지 않은 병에 걸린다. '왜?'라는 병이다. 이 병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치료된다. 어른들이 "이 다음에 크면 다 배워"라며 아이들의 말문을 막아 버리면서 잘 고쳐주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다시 '왜?'라고 묻는 병에 걸리도록 묵묵히 21년째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한국야쿠르트의 이은선(69)사장이다.

과학특례 입학은 오랜 숙원

1979년 동아일보와 과학기술처가 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후원자를 찾고 있을때 선뜻 도움을 주겠다고 나선 그는 "내가 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설립자인 윤덕병 회장의 승낙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며 겸손해 했다. 실제로 79년 당시 이 사안을 놓고 중역회의를 했을 때 대부분의 임원들은 후원에 부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야쿠르트가 제1회 대회 후원을 위해 내놓은 돈은 8천만원. 요즘으로 치면 8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 이 돈으로 대회 운영은 물론 해외여행이 드물던 당시에 입상자 전원을 미항공우주국(NASA)에 견학보내 대회의 성가를 높였다.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투자해야 국가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생각으로 후원해 왔는데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그는 "입상자 가운데 이공계로 진학한 학생중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해 고마움을 표시해 올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회가 초등학생들의 잔치로 끝나고, 대회 참가자들 중 많은 수가 이공계로 진출하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것을 대학 입시제도 때문이라고 여겨 15년전부터 수시로 바뀌는 장관들에게 입상자들의 특차전형을 건의했다. 이러한 오랜 숙원이 이제 빛을 볼 수 있게 됐다. 바로 동상 이상 입상자들에게 특례입학이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로 98년 대상을 차지한 오성진군이 연세대 전자전기공학부에 특차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래서인지 98년에는 출품작이 97년에 비해 5배이상 늘었다. 물론 중고생의 출품작도 미약하지만 늘고 있는 추세다. 입시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는 사실이 반갑지는 않지만 후원하고 있는 행사의 현실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전문 경영인의 모습에서 집념과 섬세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꿈은 10대 공익사업

과학행사를 후원하는 외국기업체들이 자신들의 회사 일처럼 행사를 관리하는 모습은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국내기업이 20년전부터 과학행사후원을 발전적으로 지속한 경우는 드물다. 조금만 힘들면 쉽게 내팽개쳐버리는 것이 우리네 환경이다. 사실 한국야쿠르트가 국내에서 드문 일을 추진해온 예는 한두가지가 안니다. 국내 최초로 발효유 사업에 진추랗면서 일본과 합작을 이뤄낸 것, 기술 독립을 위해 식품관련분야에서는 드물게 25년전 자체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점, 소유자와 전문경영인이 분리된 독립경영을 이뤄낸 것, 20년전 평택공장에 첨단 폐수처리 시설을 도입해 정화돼 나오는 물에서 잉어를 길러낸 것 등 자랑거리가 적지않다. 20여년간 벌여온 4대공익사업은 바로 이런 기업문화가 바탕이 돼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전 임직원이 급여에서 1%를 기금으로 내놓고 불우이웃을 도와준 사랑의 손길펴기운동, 전국 어린이 건강글짓기대회, 과학발명품경진대회 그리고 격년으로 주최되는 국제학술심포지엄이 그것이다.

이은선 사장은 "이런 일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설립자인 윤덕병회장의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에 대한 신념, 사원들의 협조 아래 자신은 간판노릇만 했다고 자세를 낮춘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꿈은 4대가 아니라 10대공익사업임을 힘주어 말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대답은 간단했다. 연간 4대공익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약 8억. 이 돈은 고객이 만들어준 이익이므로 당연히 고객을 위해 써야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해야하는지 알고, 아는 것을 실천으로 옮길 줄 아는 경영인이 바로 그다.

40년 개근상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이은선사장을 두고 한 말일까. 한국야쿠르트와 인연을 맺은 76년 이후 발생한 여러가지 난국을 단 하나의 철학으로 극복했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당장의 손해앞에서도 초연하게 대처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은선사장은 기업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도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예의와 성실은 기본덕목. IMF상황에서 구조조정하지 않고, 신입사원까지 채용한 것도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도 아침 6시에 일어나 20년간 해온 아침운동을 하고 제일 먼저 출근한다. 그리고 야쿠르트 에이스와 떠먹는 요쿠르트인 슈퍼 100을 아침으로 먹는다. 살아 움직이는 회사의 홍보맨인 셈.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건강하지 못해서는 말이 안된다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한다는 것. 이 덕택에 그는 40년간의 직장생활에서 단 한번도 결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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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장경애 기자
  • 사진

    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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