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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장마

예측 성공하면 홍수 가뭄 완전 정복

1994년 여름 최악의 가뭄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가축이 떼죽음을 당하고 논바닥이 갈라졌으며 저수지가 말라붙었다. 이에 비해 1990년에는 전국적으로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고 오래 지속됐다. 이때는 농작물이 침수되고 도로가 사라졌으며 산사태가 곳곳에 발생했다.
 

장마전선의 북상.6월 말에 남해에 도착한 장마전선은 7월 중순까지 우리나라를 지나간다.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경향일 뿐 매년 다소 차이가 있다.
 

해마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전 우리나라를 찾아드는 장마는 연 강수량(1천3백mm)의 40%이상을 차지해 국내 수자원의 중요한 공급원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장마의 정확한 시기나 특성을 정학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이에 대한 충분히 대비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 장마는 한 번 내렸다 하면 단기간(약 한달)에 집중적으로내리는 특성을 보여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

1983년부터 1992년까지 10년 간 발생한 기상 재해의 대부분은 장마와 관련된 홍수나 가뭄으로 인해 재해였다. 특히 집중 호우 때문에 발생한 재해가 전체 재해의 30%를 차지했으며 연평군 피해액은 2천5백억원에 달했다.

이집트 문명의 원동력

장마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줄이고 효율적으로 물관리를 하기위해 장마기간 중 강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예측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장마와 관련된 기상 현상이 그동안 제대로 감시되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그 결과 정확한 장마 예측이 어려워 기상청은 여름이면 잘못된 예보로 곤혹을 겪어 왔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6월 말에 이르면 흐리고 비오는 날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이는 장마가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장마는 보통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만나 경계면(전선)을 형성할 때 발생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겨울 동안 멀리 하와이 방면으로 물러나 있다가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서쪽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그러다 6월 말이 되면 우리나라 남쪽 바다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모습을 나타낸다. 한편 이무렵 오호츠크해에서도 고기압이 발생해 우리나라 동쪽으로 뻗어나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오호츠크해는 겨울 동안 얼음으로 덮여 있다가 봄이 되면 녹기 시작하고 시베리아대륙으로부터 얼었던 물이 흘러들기 때문에 온도가 낮다. 그래서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차고 습한 성격을 갖는다. 이것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만나 경계를 이루면 그 지역에 장마전선이 생기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집중적인 강우 현상을 보인다. 이를 매우(梅雨)라고 표시하는데, 일본에서는 바이유, 중국에서는 마이유라고 읽는다. 이들은 모두 동아시아 몬순이라 불린다.

물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원인이 다르지만 장마가 있다. 장마를 정의 할 때 비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혹은 얼마나 오랫동안 왔는지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떤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비가 오랫동안 내릴 때 우리는 그것을 장마라고 부를 뿐이다.

장마는 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일까. 장마는 인간이 사용하는 수자원의 커다란 공급원이다. 예를 들어 이집트의 나일강은 매년 6월부터 물이 천천히 불어나서 약 2개월 동안 수위가 10m정도 상승되는데, 이 기간에 강의 폭은 몇십km까지 벌어진다. 이후 천천히 물이 줄어들면 그 지역은 양분과 물이 풍부한 옥토로 변해 농사를 지을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이집트인들은 황량한 사막의 땅에서 거대한 문명을 세울 수 있었다.

장마의 혜택은 현대 산업사회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다.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생활수준이 점차 향상됨에 따라 인간에게 요구되는 물의 양은 나날이 지속될지를 정확히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는 장마 자체의 특성과 함께 장마를 예측할 수 있는 연구와 응용이 아직 충분히 진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장마기간 중 내리는 비의 양이 몇 년 주기로 많거나 적다면, 혹은 장마기간이 규칙적으로 변한다면 우리는 쉽게 이 값들로부터 올해의 장마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마에서 그런 패턴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단지 지나간 장마에 대한 평균적인 기간과 강수량을 알고 있을 뿐이다.

또 우리는 장마가 정확하게 태평양 어느 곳에서 언제 생겨 우리나라까지 도달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단지 남부지방에 장마전선이 형성된 이후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과정만이 비교적 자세히 연구됐을 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 장마의 매년 변동성은 50%에 달한다. 만일 작년 여름 장마기간 중 하루 평균 1백mm의 비가 내렸다면 올해에는 50-1백50mm의 범위에서 올 수 있는 것이다.

인도의 경우 몬순애 대한 연구가 매우 오랜 전에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장마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영국인들은 인도의 모든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상 관측 분야도 예외가 아니였다. 그래서 인도 몬순에 대한 연구는 1880년대 한 영국인이 간단한 통계 모델을 도입해 시작했다. 이후 보다 복잡한 방정식을 세워 컴퓨터에 입력시키 후 시뮬레이션을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시작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인간이 자연을 개발하는 방식도 장마 피해에 한몫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년 12월이면 독일 라인강을 범람해 커다란 피해를 입히는 장마를 생각해보자. 원래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강은 꼬불꼬불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예전에 비가 많이 오면 불어난 강물의 압력으로 새로운 물길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강물이 옆으로 넘치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몇십년 전부터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배가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꼬불꼬불한 수로를 일직선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강물이 진행할 수 있는 방향이 한정돼버렸다. 또 라인강 주변 도로가 아스팔트로 덮여지자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직접 하수구를 통해 라인강으로 쏟아져 흘렀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강은 비가 많이 올때마다 범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 독일 정부는 라인강의 수로를 다시 꼬불꼬불하게 만드는 일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잘만 이용하면 도움을 주지만 잘못하면 막대한 피해를 주는 장마. 그래서 장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장마에 대한 선진국의 연구도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장마가 지나간 자리들.해마다 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내리는 장마로 라인강이 범람해 큰 피해가 발생한다.
 

감시망 구축 시급하다

세계기상기구는 지구와 각 지역의 기후 변화를 양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하기 위해 '세계기후연구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에 속하는 과학위원회는 집중호우, 홍수, 가뭄의 중요성을 인식해 1987년부터 '지구에너지 및 물순환 관측실험' 이라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대기와 지표면의 에너지교환이나 물순환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으로, 지구의 열복사에서부터 구름 형성에 이르는 문제를 포함한다.

이를 위해 각 지역에서 일어나는 각종 기상 현상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쌓고 있는데, 현재 미국 중서부 지역, 캐나다 서부지역, 남미 아마존 지역, 아시아 몬순 지역, 발틱해 지역 등 다섯곳에서 사업이 진행중이거나 계획단계에 있다.

중국과 일본은 이 사업에 발맞춰 기상위성과 슈퍼컴퓨터를 동원해 동아시아 몬순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동아시아 몬순이 지구 기후계의 에너지와 물의 순환에 작용하는 역할을 규명하고, 동아시아 몬순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려는 목적을 갖는다.

우리나라도 현재 '장마집중감시사업'을 기획해 기상재해를 줄이는 한편 합리적인 장마 감시체계를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사용하는 기존의 관측 장비로는 충분한 자료를 얻기 어렵다.

앞으로 선진국의 첨단 장비나 장마감시망과 적극적으로 연계하면서 국내의 연구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눈앞에 닥친 과제다.
 

(그림)우리나라 장마 현황^연도별 장마기간(왼쪽)과 강수량(오른쪽).매년 장마가 시작하는 날과 끝나는 날이 일정하지 않다.강수량도 마찬가지다.
 

몬순(monsoon)

몬순이란 말은 원래 아라비아어로 계절을 의미하는 머심(mausim)에서 유래했다. 아라비아해에서는 여름 반년에 부는 남서풍과 겨울 반년에 부는 북동풍을 몬순이라 불렀다. 요즘에는 단순히 계절풍이란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여름의 계절풍을 초래하는 우기(雨期) 혹은 우기에 내리는 비를 말하기도 한다. 몬순은 지역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 나타나는 동아시아 몬순은 여름(따뜻한 남동풍)과 겨울(차가운 북서풍)에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장마는 여름 몬순 기간에 나타난다. 그러나 몬순과 장마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예를들어 유럽 몬순은 4월에서 7월 사이에 북서풍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장마는 12월경에 발생한다.

장마예측에 동원되는 첨단 장비들

상층

라디오존데

지상10m이상 높이의 대기 상태를 관측한다.현재 기상청에서 쓰는 것은 라이도존데.고무기구에 매달려 매분 약3백-4백m속도로 상승해 30km이상까지 올라 기압,기온,습도,바람에 대한 수치를 지상으로 송신한다.현재 포항과 제주에서 매일 2회씩 측정하고 있지만 장마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4회로 늘릴 계획이다.

항공존데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개발된 항공존데는 모형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져 지상 16km,거리 7천km까지 3-5일간 비행하면서 자료를 송신한다.복사나 대기 중 화학반응까지 측정할 수 있으며,특정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직정밀바람측정기

음파를 발사해 지표 상공 10km아래의 대기 흐름을 탐지한다.

지상

자동기상관측시스템

국내에서 현재 20km간격으로 4백여대가 설치된 무인관측시스템,풍향,풍속,기온,강수량,강우 감지 등의 관측요소가 실제 시간으로 관측되며,각 값의 최대와 최소치,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 누적된 값이 자동적으로 산출된다.그러나 지온,일조 시간,눈의 두께 등에 대한 자료가 빠져 나와 물과 에너지의 순환을 분석하기 어렵다.그래서 이들을 추가한 새로운 시스템이 현재 미국에서 개발되고 있다.
 

자동기상관측시스템
 

위성

정지기상위성

정지기상위성은 미국(SMS/GOES),일본(GMS),인도(INSAT),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다.1996년 3월 일본은 다섯번째 위성(GMS-5)을 쏘아올렸다.수명은 5년.경도 1백40도의 적도 상공 3만5천8백km 위치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돌고 있다.해수면 온도나 대기 상층 수증기량을 비롯한 대기 정보를 일정한 간격으로 연속해서 제공한다.

환경관측기술위성

올해 일본 항공개발청에서 발사될 위성으로,해수면 온도와 해양 흐름,그리고 육지의 식생 분포와 사막화를 감시한다.특히 온실효과 가스를 감시해 지구온난화에 관한 분석에도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열대강우관측위성

지구 강우 중 3분의2 이상이 열대와 아열대에서 내리는데,이 강우로부터 방출된 열은 대기와 에너지 순환에 커다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은 1997년 열대강우관측위성을 발사해 강우량을 산출하고 열량을 계산할 계획이다.

레이다

지상관측레이다

레이다는 마이크로파를 발사해 목표 물체로부터 반사 또는 산란된 전파를 수신해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측정하는 기기의 총칭이다.영어로'rader'는'radio detection and ranging'의 머릿글자를 딴 것. 2차 대전 중 선박이나 항공기의 위치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됐으나, 이후 비나 눈과 같은 강수 알갱이를 탐지할 때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돼 기상관측에 이용되기 시작했다.현재 서울 관악산,군산,동해,부산,제주 등에 설치됐으며,호우,우박,낙뢰 등 돌발적인 기상현상이나 남쪽에서 접근하는 태풍을 추적해 단기간 예보에 사용된다.

차세대레이다

최근 미국 기상청에서 개발한 것으로,현재 미국 전역에 1백60대를 설치할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국내에서는 주한 미공군이 이를 도입해 오산,평택에 설치할 계획이다.강우량뿐 아니라 구름의 모습이나 이동하는 길,나쁜 기상이 발생할 가능성,바람의 구조 등 다양하게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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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오재호 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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