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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V2에서 벤처 스타까지

작게 빠르게 값싸게

우주개척의 원동력은 우주로켓의 개발에 있다. 독일의 비밀병기였던 V2로켓에서 출발한 우주로켓은 그동안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또한 21세기 우주로켓은 어떤 모습인지 알아보자.

오는 10월 4일은 러시아(옛소련)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한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그 일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은 ‘호호 할아버지’가 돼 40년 전의 긴박했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신이 났었는데”라면서 말이다.

우주개발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개발해 사용했던 비밀병기인 V2 로켓과 관련이 깊다. 우주개발의 수단, 즉 인간이나 인간이 만든 물건을 우주로 보내는 운반 수단은 우주로켓이다. 이러한 우주로켓의 기본이 됐던 것이 바로 독일의 폰 브라운 박사팀이 개발한 V2였다. V2는 러시아,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이 첫 인공위성을 발사하는데 사용했던 각종 우주로켓의 기본 모델이 됐다.

V2 로켓의 길이는 14.3m, 지름은 1.65m, 무게는 13t, 엔진추력은 25t이다. V2는 3백20km까지 비행할 수 있었다. V2의 크기와 성능을 최근 북한이 개발한 노동 1호와 비교해 보면 더욱 재미있다. 노동 1호의 길이는 15.5m, 무게 21t인데, 그 비행거리는 1천k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노동 1호는 독일의 V2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성능은 더 우수하다. 하지만 V2가 지금으로부터 53년 전에 개발된 것을 감안할 때 그 성능 역시 참으로 놀랍다.

V2 로켓이 개발됐던 1944년, 러시아가 가지고 있던 최대의 로켓은 거드10이었다. 이것의 추력은 불과 68kg. 또 고다드가 개발한 미국로켓의 추력은 4백kg이었다. 결국 V2 로켓엔진은 거드10보다 3백67배, 고다드로켓보다 63배나 힘이 셌다.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엔페오(NPO) 에네르고마슈는 러시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로켓엔진연구소다. 이 연구소의 박물관에 전시된 러시아의 로켓엔진을 보면 1944년을 전후로 갑자기 수십배로 커진다. 이때부터 독일의 V2 로켓엔진을 기본으로 러시아의 로켓엔진이 개량됐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새로 만든 V2 로켓엔진은 R100이라 부른다.

러시아와 미국의 차이

1952년부터 코롤레프가 주도한 러시아의 대형로켓 개발은 여러 개의 엔진을 달아 성능을 높이는 단순한 모듈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개발비가 적게 들 뿐더러 큰 로켓을 빨리 개발할 수 있었다. 코롤레프는 우선 V2 로켓엔진의 추력을 20.4t으로 줄이고, 개발하기 어려운 터보펌프는 대형화해 4개의 연소실에 1개를 달았다. 이렇게 개발한 RD107 엔진이 부착된 4개의 로켓을 묶어 1단 로켓으로 사용한 것이 R7 로켓이다. 결국 R7은 V2 로켓보다 24배나 큰 추력을 낼 수 있었다. 현재 우주인을 미르우주정거장에 보낼 때 사용하는 소유즈 로켓도 R7을 개량한 것이다. R7은 40년 동안 사용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가장 많이 사용된 우주로켓이다.

미국에서는 브라운 박사가 V2 로켓의 엔진 성능을 향상시켜 V2 로켓보다 1.5배 성능이 좋은 레드스톤 엔진(추력 37.6t)을 개발해냈다.

1957년 10월 4일 마침내 러시아는 R7 로켓으로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무게 83.6kg)를 쏘아올렸다. 이때 미국은 레드스톤 엔진을 달은 주피터 로켓으로 겨우 8.2kg의 인공위성을 발사하는데 그쳤다. 4년 뒤 러시아는 R7 로켓을 더욱 개량해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선인 보스토크 1호(무게 4.7t)를 발사했다. 초기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러시아가 주도했던 것은 로켓개발 방식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달로켓의 개발

초기의 우주개발은 인공위성을 발사하고 우주비행사를 지구궤도에 보내는데 필요한 로켓만 갖고 있으면 됐다. 그래서 2백87t의 추력을 가진 R7 우주로켓을 1957년에 이미 개발한 러시아가 미국보다 유리했다. 그러나 달로켓은 차원이 달랐다. 왜냐하면 달로켓은 R7 로켓보다 10배는 더 커야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달로켓 N1은 무게가 2천7백50t이며, 1단 로켓은 추력 1백54t의 NK33 엔진 30개를 사용해 모두 4천6백20t의 추력을 내도록 설계됐다. 미국의 새턴5는 무게가 2천9백41t이며, 1단 로켓은 추력 6백90t의 F1 엔진 5개를 사용해 모두 3천4백50t의 힘을 내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N1 개발에 실패했다. 소형엔진을 30개씩 달아 사용하는 것이 너무나 복잡했던 것 같다. 이와 달리 미국은 대형로켓 엔진 개발에 성공해 달에 인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주왕복선의 등장

달탐험을 위해 미국은 길이 1백11m, 최대지름 10m, 무게 2천9백41t의 로켓을 한번 사용하고 버렸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주왕복선이다. 만일 비행기처럼 연료만 넣으면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우주왕복선이 개발된다면 엄청난 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왕복선 개발에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는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을 개발하는 것이다. 미국의 우주왕복선에 사용되는 로켓엔진은 로켓다인사에서 개발한 추력 2백13t의 SSME(우주왕복선 주 엔진의 약자)이다. 한개의 가격은 무려 3백60억원. 우주왕복선 1대에는 3개의 SSME가 있으므로 엔진값만 1천억원이 넘는다.

일반적으로 엔진 성능을 높이는 방법은 연소실 압력을 높여 추력을 키우고 연소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로켓엔진의 제작비도 계속 상승한다. 로켓엔진의 가격이 로켓 전체 가격의 40-50%를 차지하므로 발사비용도 따라서 올라간다.

인공위성도 마찬가지다. 성능을 좋게 하고 수명을 늘리려면 자연스럽게 인공위성의 무게가 증가한다. 따라서 인공위성의 발사비용이 증가한다. 결국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개발 선진국조차 계속해서 늘어나는 우주개발 비용을 감당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래서 최근 등장한 구호가 ‘값싸게 빠르게 가볍게’라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화성에 착륙해 각종 관측에 성공한 미국의 패스파인더다.

인공위성을 작게 만들면 제작비용이 적게 들지만 발사비용도 줄어든다. 패스파인더를 1976년 화성에 착륙했던 바이킹과 비교해 보면 무게는 약 7분의 2이고, 개발비는 15분의 1정도다. 무게가 가벼워서 발사비용도 5분의 1로 줄었다.

파이어니어와 보이저 계획의 경우에는 하나의 탐사선이 여러 행성을 지나가며 관측하는 방법이 도입됐다. 파이어니어 11호는 1974년 목성과 토성을 지나가며 관측했다. 또 보이저 2호는 1979년 목성을 지나, 1981년 토성을, 1986년 천왕성을, 그리고 1989년에 해왕성을 지남으로써 모두 4개의 행성을 관측했다. 세계 각국이 저비용형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는 이처럼 모든 아이디어들이 동원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로켓인 에네르기아에 의해 발사되는 부란.


차세대 우주왕복선 벤처스타

미항공우주국의 97년 예산은 약 1백38억달러. 이중 25%인 35억달러(3조1천5백억원)가 각종 인공위성을 발사하는데 든다. 그래서 엄청난 발사비용을 줄이기 위해 저비용 우주발사체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서 추진 중에 있는 저비용 우주발사체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한가지는 수십번씩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아주 값싼 1회용 우주로켓을 개발하는 것이다.

재사용 우주로켓은 현재 반만 재사용하는 우주왕복선을 완전 재사용형 우주왕복선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미국의 X33, 벤처스타, X34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작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X33은 벤처스타의 축소형인데 2000년 이전까지 시험비행을 마칠 예정이다. 벤처스타는 2004년에 첫비행할 계획이다. 벤처스타가 실용화되면 현재 우주왕복선에 드는 비용의 10분의 1로 20여t의 인공위성이나 화물을 지구궤도에 운반할 수 있다.

X34는 차세대 재사용형 저비용 저궤도위성 발사체다. 미항공우주국과 오비탈 사이언스사(OSC)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X34는 현재 OSC의 페가수스 우주로켓처럼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우주로켓이다. X34는 1천1백kg의 인공위성을 28회 정도 지구 저궤도에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그 발사비용은 약 36억원으로, 페가수스 로켓의 4분의 1, 최근에 일본이 개발한 J1 우주로켓의 10분의 1 정도이다.

저비용 소모성 우주발사체들도 현재 몇가지가 개발되고 있다. 이들은 저궤도 인공위성 발사체 비용보다 2분의 1에서 5분의 1의 저렴한 가격이다. 이와같은 저비용 우주발사체가 개발되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많은 종류의 우주발사체는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인공위성 발사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우주로켓의 대부분은 군사용으로 개발된 미사일을 개량한 것이다. 따라서 상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제작비가 너무 비싸다.

21세기의 우주개발 방법 중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성과 효율성일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우주개발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다. 선진국의 우주개발 방향을 볼 때 우리나라는 저궤도용 이동통신위성에 필요한 저비용 소모성 위성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는 21세기 초까지 매년 1백여기 이상 발사되는 인공위성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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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채연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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