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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별 화성이 다가온다

5만년만에 맞는 역사적 대접근

오랜 옛날, 사람들은 그 붉은 별을 보며 전쟁의 공포를 연상했다. 얼마 전, 사람들은 그 붉은 별을 보며 인류를 잔혹하게 살상하는 외계의 생명체를 연상했다. 2003년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어 주는 붉은 별 화성을 찾아보자.

2년 2개월 마다 가까워지는 지구와 화성

화성은 지구 바로 바깥쪽에 위치해 있는 행성으로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이다. 크기는 지구보다 작으며 작은 위성을 두개 거느리고 있다.

무엇보다 화성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화성인으로 촉발된 외계인의 존재 여부일 것이다. 화성인 논란은 19세기 말에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가 화성 표면에서 운하같은 모양을 보았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화성 표면에서 줄무늬 같은 것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인공구조물인 운하로 여겨지면서 화성에 생명체가 있다고 알려지게 됐다. 이런 주장은 유명한 SF 소설가인 웰즈가 ‘화성침공’이라는 과학소설을 발표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하나의 사실처럼 자리잡았다.

그러나 오늘날 화성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과거 천문학자들이 보았다고 주장했던 운하는 화성 표면의 단순한 지형 윤곽으로 밝혀졌다.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행성은 공전 궤도상의 위치에 따라 지구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한다. 지구와 가까워지는 현상은 주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회합주기라 한다. 화성의 경우 회합주기가 2년 2개월이다.

올해 8월에 지구와 화성은 근접한다. 물론 2년 2개월 전인 2001년 6월에도 둘은 가까워졌고, 2년 2개월 후인 2005년 10월에도 화성이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좀 다른 점이 있다. 화성의 궤도가 약간 일그러진 타원이어서 또다른 특이한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화성의 근일점에서 화성과 태양간의 거리가 2억7백만km, 반대로 화성이 태양과 가장 멀어지는 화성의 원일점 부근에서 2억4천9백만km다. 반면, 지구의 궤도는 거의 원에 가깝다. 그러므로 화성과 지구와의 만남이 화성이 태양과 가까운 지점에서 일어나는가, 아니면 먼 지점에서 일어나는가에 따라 화성의 접근 모습은 달라지게 된다.

화성이 근일점 부근에 위치하는 때에 일어나는 지구와 화성의 접근을 대접근이라 부르는데 13-15년마다 한번씩 일어난다. 올해의 경우 지난 1988년 이후 약 15년만에 일어나는 대접근이다. 2003년 8월 27일 화성은 지구와 5천5백75만8천km까지 접근한다. 이것은 지난 2001년 6월 접근 때의 6천7백34만km에 비해 현저히 가까운 것이다. 가장 최근의 대접근 때였던 1988년에는 5천9백km까지 접근했는데 이 또한 올해와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번 접근은 과연 얼마나 가까이 다가온 것일까. 화성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지구에서 화성은 더 크게 보일 것이다. 화성이 관측되는 크기를 시직경으로 표시하면 시직경이 25초각을 넘는 대접근은 대단히 드물게 일어난다. (표)에서 보면, 이번의 경우 가까이는 지난 1924년 이후 79년만이며, 다음에 이번과 비슷할 정도로 화성이 보이는 해는 지금부터 47년 후이다. 하지만 지난 17세기 이래로 올해만큼 화성이 크게 보였던 적은 없었다. 이것을 보면 이번의 접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다.
 

(표) 최근 4백년간 일어난 시직경 25초각 이상의 화성 대접근


참고로 만일 최상의 조건이 된다면, 화성과 지구가 가장 가까워질 때 화성의 크기는 시직경 26초각까지 커진다. 실제로 올해보다 화성의 시직경이 더 컸던 대접근은 지금부터 약 5만7천년 전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실로 5만년만에 맞는 역사적 사건인 것이다.

물병에서 흘러나온 붉은별

2003년의 화성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 태양, 지구, 그리고 외행성이 나란히 놓이는 상태를 충이라고 한다. 충이 되면 외행성은 자정 무렵 남쪽 하늘에 뜨므로, 한밤중 내내 하늘에서 볼 수 있다. 올해의 화성은 8월 30일 충의 위치에 있으므로 8월과 9월 동안 한밤중 내내 볼 수 있다.

화성의 위치는 가을철 남쪽 별자리인 물병자리에 있다. 물병자리는 트로이에서 양떼를 키우던 미소년 가니메데스가 신들에게 붙잡혀 술시중을 드는 모습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들고 있는 물병에서는 물이 흘러내려 하늘의 강을 만들고 그 주위로 물고기자리, 남쪽물고기자리 등의 여러 물고기들이 노닐고 있다. 그곳에서 가장 밝은 붉은 별이 바로 화성이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말, 화성은 -1등급의 밝기에 시직경 15초각 이상으로 커지면서 그 존재를 본격적으로 밤하늘에 알리기 시작했다. 화성의 시직경이 20초각이 넘어서면 최고의 관측호기가 된다. 이 시기는 7월 말부터 시작된다. 이 무렵 화성의 밝기는 -2 등급으로 밤하늘에서 가장 밝아진다. 시직경이 20초각 이상인 시기는 9월말까지 지속되므로 이렇게 본다면 7월, 8월, 9월은 화성 관측의 최고 기간이 된다고 하겠다. 화성이 가장 가까운 8월 27일은 화성의 밝기가 -2.9등급, 시직경은 25초각에 달한다.

화성의 붉은 빛은 보는 사람을 매혹시킨다. 다른 행성이나 별과는 다른 특이한 색상이 화성을 흥미롭게 만든다. 그래서 오래 전의 사람들은 화성에 전쟁의 신 마르스의 이름을 붙였나보다. 과거에는 그 특유의 붉은 빛이 불길한 징조였지만, 오늘날 우리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은은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맨눈으로 화성을 관측할 때에는 먼저 그 위치와 밝기에 주목한다. 화성의 색상을 다른 별들과 비교해보고 밝기 또한 비교해본다. 다른 외행성에 비해 행성의 순행과 역행이 뚜렷이 나타나므로 연말까지 연속적인 관측을 해본다면 매우 흥미롭다.

또 밝기 변화 또한 극심하므로 8월말이 가까워질수록 점차 밝아지는 것을 확인해보자. 또, 9월 이후 화성의 밝기가 어두워져 가는 사실도 아울러 확인해보기 바란다.
 

(그림2) 화성의 시직경


소형망원경으로 극관 변화 관측


화성과 안타레스. 붉은 빛을 띤 화성(왼쪽 중앙)은 붉은 빛 인 전갈자리의 안타레스(오른쪽 아래)와 항상 비교가 된다. 지난 2001년 화성이 안타레스 부근 에 위치해 있을 때의 모습으로 붉은 빛이 감도는 두 별이 잘 어 울린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2001년에 찍은 화성의 모습. 아 래쪽 끝 흰 부분이 화성의 극관 이다.


행성 관측에서는 쌍안경이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쌍안경으로 보이는 행성의 모습이 너무나 작아서 낮은 배율로는 맨눈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천체망원경을 갖고 있거나 접할 기회가 있다면, 5만년만의 화성 대접근을 그냥 놓쳐버릴 수 없다. 소형천체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면 화성은 작은 원반형으로 나타난다. 목성이나 토성에 비해 더 작긴 하지만 의외로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소형망원경에서 보이는 화성의 표면은 전반적으로 붉고 남쪽 끝이 하얗게 보인다. 이곳이 바로 화성의 극관이다. 이 지형은 소형망원경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화성의 극관에는 북극관과 남극관의 두 부분이 있다. 화성의 대접근 때에는 화성의 남극쪽이 지구를 향해 기울어지게 되므로 올해에는 화성의 남극관이 잘 보이게 되는 때다.

극관은 얼음과 드라이아이스로 이뤄져 있다고 믿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극관의 크기는 화성의 계절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번의 경우 화성의 남반구에서는 5월 6일이 화성의 춘분이며, 9월 30일이 화성의 하지이다. 그러므로 8월말 대접근 때에는 화성의 남반구가 점점 더워지는 시기로 남극관이 점점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장기간 관측을 행해보면 극관의 면적이 축소되면서 분리되거나 소멸되는 신기한 현상을 관측할 수 있다.

화성의 표면을 관측할 때에는 지표면의 모양과 대기 변화에 주목한다. 옛날 관측가들이 화성에 운하가 있다고 착각할 만큼 표면에는 붉은 배경에 밝고 어두운 부분과 선들이 존재한다. 화성의 표면은 숙련된 관측가들에게 꽤 많은 지형들을 보여준다. 화성 표면의 대협곡이나 높은 산 등은 표면에 어두운 흐릿한 부분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초보자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연한 특징이다.

화성이 흥미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대기의 다양한 변화에 있다. 화성의 대기는 지구의 1백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변화가 매우 심해 흥미를 끈다. 소형망원경으로도 잘 보이는 대기 변화는 밝은 흰색으로 나타나는 산악구름과 화성 표면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규모가 큰 먼지 폭풍이다. 이 같은 대기변화는 그때마다 화성 표면을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많은 관측자들을 화성의 늪에 빠지게 하는 이유다. 이런 변화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므로 이 변화를 추적하기 위해 많은 아마추어들이 체계적인 관측을 하고 있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화성의 위성이 발견되기 이전인 1726년에 발표한 소설 ‘걸리버여행기’에서 화성의 두 위성을 등장시켰다. 우연일까? 화성의 위성은 지구의 달에 비해 매우 작지만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두개다. 그 두 위성에는 ‘포보스’와 ‘데이모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두 위성은 매우 작고 어두워 소형망원경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지구와 매우 근접하는 올해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 구경이 1백50mm 가량 되는 망원경이라면 대접근 시에 두 위성이 망원경의 사정권에 들어온다. 대략 11등급대까지 밝아지므로 주변의 어두운 별 중에서 그 위치를 비교하여 위성을 확인 할 수 있다.

최근의 대접근이었던 1988년에는 필름을 이용한 사진관측이 화성 관측의 핵심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 강력한 무기가 발명됐다. 바로 CCD를 이용한 관측이다.

최근 행성 관측에서는 CCD관측이 기존의 사진 관측분야를 대체해버릴 만큼 큰 인기다. 고가인 전문 CCD가 없어도 디지털카메라나 웹켐을 써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밀히 관측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장의 화성 확대 사진을 촬영한 다음, 그 이미지를 소프트웨어에서 합성하는 방법을 이용해 보다 세밀한 부분을 찍어내는 것이다.

올해 2003년의 화성 대접근은 이런 방식이 적용되는 첫번째 대접근인 만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아마추어들의 손에서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림3) 화성과 지구의 거리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천왕성과 해왕성도 충의 위치에


(그림4) 화성의 이동 경로


무더운 여름밤 8월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두 행성 천왕성과 해왕성도 충의 자리를 지난다. 여름철에 외행성이 충이 되면, 한밤중에 남쪽 하늘에 뜨고 거리도 가까워지므로 관측하기에 아주 좋다. 현재 물병자리에 있는 천왕성은 8월 25일 충을 맞이하는데 8월 30일 충이 되는 화성과 매우 가까운 위치에 놓인다. 이 무렵 천왕성은 화성에서 북서쪽으로 약 8도 가량 떨어져 있다. 천왕성의 밝기는 6등급 안쪽으로 들어오므로 날씨가 좋고 불빛이 없는 장소라면 맨눈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쌍안경을 사용한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8월 4일 충을 맞이하는 해왕성은 현재 염소자리 한중간에 위치해 있다. 이 날은 음력 7월 7일인 칠석이다.

해왕성의 밝기는 8등급으로 다소 어두워 쌍안경을 쓰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또, 해왕성은 천왕성에 비해 움직임도 매우 느리다. 천체사진 매니아라면 이 무렵 화성과 천왕성, 해왕성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충을 맞이하므로 한 장의 사진에 동시에 찍어보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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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조상호 천체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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