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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밤하늘엔 보석들이 많다. 겨울 하늘의 대명사인 오리온의 리겔과 큰개자리 시리우스, 작은개자리의 프로키온, 마차부의 카펠라, 쌍둥자리의 카스토르, 황소자리 알데바란이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만든다. 이 아름다운 보석들을 찾을 수 있다면 12월의 밤하늘 여행은 풍성할 것이다.

1999년 12월, 테크노 리듬이 지배하는 도시는 새 천년의 희망으로 열기와 흥분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차가운 밤공기 속에 희미한 별빛들이 무심하게 떨어지고 있다. 이 계절을 기다렸던 별지기들은 커다란 장비를 지고 싱싱한 밤하늘을 찾아 산 속으로 떠난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그곳에, 호수에 모여든 철새들처럼 마지막 겨울을 보내는 별들로 가득한 하늘호수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이달 한밤 남쪽 하늘을 올려보면 비스듬히 한 줄로 늘어선 3개의 별과 그것을 둘러싸는 직사각형이 보이는데, 이 별자리가 신화 속의 사냥꾼 오리온자리이다. 겨울의 별자리는 오리온자리가 가장 눈에 띄며 다른 별자리를 찾는 좋은 기준이 된다. 오리온자리의 북서 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머리 위 근처에서 빨간 1등성 알데바란을 포함한 V자모양의 별무리 히아데스성단이 보인다. 그 끝에는 6-7개의 별이 한 덩어리가 된 플레이아데스성단도 보인다. 이 부근이 황소자리이다. 황소의 뿔 끝 베타(β)별부터는 북쪽 방향으로 마차부자리의 오각형을 더듬어 갈 수 있다. 오각형 오른쪽 꼭지점에 노란색을 띤 밝은 별이 가장 북쪽에 있는 1등성으로 알려진 카펠라다.

오리온자리의 삼태성에서 왼쪽 아래로 눈을 돌리면 어떤 별보다도 밝은 큰개자리의 1등성 시리우스에 머문다. 이 시리우스와 오리온자리의 베텔규스를 연결한 길이를 한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의 꼭지점을 동쪽으로 더듬어 가면 그곳에 작은개자리의 1등성 프로키온이 빛나고 있다. 시리우스·베텔규스·프로키온 등 3개의 밝은 별을 연결해 생긴 거꾸로 선 정삼각형을 ‘겨울의 대삼각’이라 불린다. 밤하늘이 어둡고 맑은 곳이라면 이 겨울의 대삼각형 가운데 부분을 엷은 겨울의 은하수가 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겨울의 1등성에는 그 밖에 쌍둥이자리의 폴룩스가 있으며, 베텔규스를 뺀 6개의 1등성(시리우스, 리겔, 알데바란, 카펠라, 폴룩스, 프로키온)을 연결하면 육각형이 되는데, 이것을 ‘겨울의 대육각형’라고 한다. 이 별들을 따라 1999년 마지막 별밤여행을 떠나보자.

오리온자리

한겨울 남쪽 중천에 장구 모양으로 걸린 오리온은 2개의 1등성과 5개의 2등성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별자리이다. 특히 하늘의 적도에 걸쳐있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것을 별자리 28수(宿)의 하나인 삼(參)으로 불러 왔다. 오리온의 허리부분에 삼태성으로 불리는 3개의 2등성이 같은 간격으로 비스듬히 놓여있다. 삼태성의 오른쪽 델타(δ)별은 천구의 적도가 지나기 때문에 세 별이 뜨는 위치가 정동, 지는 위치는 정서가 된다. 또 삼태성을 그대로 오른쪽 위로 연장하면 황소자리 알데바란과 만나고, 왼쪽 아래로 연장하면 큰개자리의 시리우스를 찾을 수 있다.

한편 삼태성 아래에는 희뿌옇게 보이는 성운이 있는데. 망원경으로 보면 뿌연 가스덩어리가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친 것 같은 모습으로 빛나고 있다. 이것이 아마추어 관측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천체인 오리온성운이다. 소형 망원경으로는 성운의 중심에 트라페지움으로 불리는 4개의 작은 별이 사다리꼴로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별들에서 나오는 빛에 의해 성운이 빛나고 있다. 성운의 배후에는 거대한 암흑물질이 있어서 그 속에서 수천개의 별들이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오리온자리에는 1등성이 2개(베텔규스와 리겔) 있고, 삼태성을 포함한 5개의 2등성 등 여러 등급의 별들이 골고루 있어 자신의 시력이나 밤하늘의 상태를 조사하는데 적당하다. 도시에 살고 있다면 3등성부터 보기가 어려울 것이고, 시골은 가로등이 있더라도 4등성까지 쉽게 보일 것이다. 밝기가 1.3등급에서 0.4등급까지 변하는 베텔규스는 1920년 마이컬슨이 간섭계로 별의 지름을 측정해 반지름이 태양의 3배나 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청백색의 리겔은 아라비아어로 ‘거인의 왼발’을 뜻하는데, 0.1등급으로 6번째로 밝고 절대등급도 -7.1등급이나 되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의 하나다.


큰개자리와 시리우스


큰개자리와 작은개자리

시리우스와 4개의 2등성 등 밝은 별들이 오리온의 남동쪽에 모여 큰개자리를 이루고 있다. 큰개자리는 사냥꾼 오리온을 따라다니는 개로 여겨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시리우스를 늑대, 그 남쪽 별들을 반원형으로 이어 활(弧)과 화살(失)로 부르며 늑대를 겨냥하고 있는 별자리로 그렸다. 시리우스는 지구에서 5번째 가까운 별이며 겉보기 등급도 -1.5로 직녀성의 4배, 북극성의 25배나 되는 가장 밝게 보이는 별로 알려져 있다. 시리우스란 명칭은 그리스어 ‘불타는 것’이라는 뜻의 세이리오스에서 유래한다. 이 별은 늦겨울 저녁 하늘에 보이지만, 여름 새벽에 태양보다 먼저 동쪽 지평선에 떠오르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집트에서는 나일강의 홍수기에, 시리우스가 일출 직전 출현하는 것을 관측해 한해의 시작을 정했다. 또 18세기 말 허셜은 모든 별의 밝기가 시리우스와 같다는 가정 아래 어두운 별의 거리는 멀다고 생각하고 망원경으로 천구면의 항성분포 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별들이 원반모양으로 분포하는 것을 발견, 은하계에 대한 초기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작은개자리는 쌍둥이자리 아래에서 은하수를 끼고 큰개자리와 마주하는 작은 별자리로 1등성 프로키온과 3등성 베타별 단 2개로 연결된 작은 별자리이다. 보통 큰개자리와 함께 오리온의 사냥개로 알려져 있다. 프로키온은 시리우스, 베텔규스와 함께 ‘겨울의 대삼각형’의 동쪽 모서리를 이루며, 베텔규스, 폴룩스와는 직각 이등변삼각형을 만든다. 프로키온의 동쪽은 봄의 밤하늘 세계가 펼쳐지기 때문에 겨울 밤하늘의 동쪽 변경을 지키고있는 별자리이기도 하다. 프로키온은 그리스어로 ‘개보다 앞선다’는 의미로 시리우스보다 조금 앞서 떠올라 이 이름이 붙었다. 서울에서는 시리우스보다 약 15분 먼저 떠오른다. 0.38등급으로 하늘에서 8번째로 밝은 별이며, 지구에서 11광년 밖에 떨어지지 않아 1-2등성을 통틀어 시리우스 다음으로 가까이 있는 별이다.

시리우스를 정점으로 V자 형태로 역 정삼각형 오른쪽에 베텔규스와 왼쪽에 프로키온이 겨울의 대삼각형을 그린다. 남중해 있을 때는 정삼각형 모습이지만 동쪽에서 떠오를 때와 서쪽에서 가라앉을 때는 조금 찌그러져 보인다. 각 별의 실제 각거리는 프로키온 -베텔규스는 25°58′, 프로키온-시리우스는 25°42′, 시리우스 -베텔규스는 27°05′이다.


마차부자리


쌍둥이자리와 마차부자리

시리우스와 베텔규스를 잇는 선을 북서로 2배 연장하면 마차부자리 카펠라에 닿는다. 겨울의 6각형을 이루는 별자리 가운데 가장 위쪽에 놓여있다. 카펠라를 비롯해 베타(β)별, 테타(θ)별, 아이오타(ι)별과 황소자리 베타별이 뚜렷한 오각형 모양을 이룬다. 카펠라는 암염소를 뜻하는데, 옛 성도에는 노인이 새끼염소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그는 이륜 마차를 만들어 타고 전장을 누빈 영웅이며 나중에 아테네의 3번째 왕이 된 에릭토니우스라고 전해진다. 바빌로니아에서는 1년의 시작점을 카펠라가 일출 직전에 보이는 날로 정했다고 한다. 0.1등성인 카펠라는 시리우스, 아크투루스, 베가에 이어서 4번째 밝은 별이며 가장 북쪽에 놓여있어 우리나라에서는 1년 중 7월을 빼곤 항상 하늘에서 볼 수 있다. 최근에 히파르쿠스 천문위성이 카펠라를 관측한 결과 42광년 떨어져 있고, 밝기가 비슷한 2개의 거성이 1백4일 주기로 서로 돌고있는 쌍성으로 밝혀졌다. 별자리에는 3개의 밝은 산개성단들(M36, M37, M38)이 있는데, 이것들은 작은 쌍안경으로도 잘 보인다.

한편 마차부자리의 동쪽 아래, 리겔과 베텔규스를 연결해 2배 정도 연장한 곳에 겨울 육각형의 여섯별 중 밝기가 막내인 쌍둥이자리의 폴룩스를 찾을 수 있다. 쌍둥이자리는 황도12궁 중 세 번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르고호를 타고 이아손과 함께 황금 양모를 찾아 나섰던 카스토르와 폴룩스 형제의 별자리이다. 우애가 좋았던 두 형제 가운데 카스토르가 결투에서 죽게되자 불사의 몸을 가졌던 폴룩스가 제우스에게 그의 형을 죽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해 별자리가 됐다고 전한다. 형제는 오리온자리 북쪽으로 ‘ㄷ’ 자 모양으로 어깨동무를 한 채 겨울 은하수 속에 발을 담그고 있다. 두 별은 연관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폴룩스는 34광년, 카스토르는 55광년 떨어진 별개의 별이다. 동생인 폴룩스가 더 밝은데, 폴룩스는 태양 크기의 10배 정도인 노란색 1등성이고, 형 카스토르는 흰색의 2등성이다. 작은 망원경으로 보면 폴룩스는 2.0등성과 2.9등성의 밝은 두 별이 나란히 있는 2중성임을 알 수 있다. 은하수 속에 담긴 카스토르의 발치에는 쌍안경으로 보기에 좋은 큰 산개성단 M35가 있다.

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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