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시사기획] 소형 핵탄두 등장하나

 

올해 들어 북한의 무력 시위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북한은 5월까지만 해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부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 십여 차례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리고 2017년 이후 5년 만에 핵실험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징후가 포착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은 왜 7번째 핵실험을 하려는 걸까.  (※편집자 주. 이 기사는 6월 15일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이후 북한의 핵실험 관련 진행 사항은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5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국가안보회의(NSC)를 개최했다. 이날 NSC가 끝난 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과 다른 곳에서 7차 핵실험을 위한 핵 기폭 장치 작동 시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북한의 핵실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월 7일 브리핑에서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 준비를 마쳤고, 언제라도 실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으로 포착한 핵실험 징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핵실험 일정을 예상하는 보도가 쏟아졌다. 국제사회는 위성과 정찰기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3월 비핵화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오픈 뉴클리어 네트워크(ONN)는 구글어스와 민간 위성기업 맥사 테크놀로지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위성사진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 시설의 출입 터널을 여는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이 2018년 핵실험 시설의 모든 출입 터널을 봉쇄한 이후 약 4년 만의 일이다. 5월에는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매체 비욘드 패럴렐도 위성사진을 분석해 풍계리 핵실험 시설에서 내부 공사를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을 관측하는 상용 위성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누리호에 실려 발사될 조선대의 큐브 위성 ‘STEP Cube Lab-Ⅱ’에서 이를 포착해낼 가능성도 있다. STEP Cube Lab-Ⅱ는 한반도 주변의 열감지를 위해 적외선 카메라가 장착돼 가로 220km, 세로 160km를 동시 관측하고, 공간 분해능은 약 300m의 성능을 갖고 있다. 


오현웅 조선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기존 임무인 백두산의 분화 관측 등을 하면서 인근에 있는 풍계리에서 핵실험으로 발생한 온도 변화를 확인할 수도 있다”며 “다만 핵실험으로 인한 주변 온도 변화와, 큐브 위성의 온도 분해능이 어느정도 될지는 실제 운영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만일 큐브 위성의 성능으로 핵실험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면, 군사 위성 개발에 활용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정찰기를 북한 인근에 배치하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 미사일 활동 정찰기는 코브라볼(RC-135S)과 리벳조인트(RC-135W), 콘스탄트피닉스(WC-135W) 등이다. 이 중 콘스탄트피닉스는 핵실험이나 핵물질을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을 수집하는 핵탐지 정찰기다. 지난 6차례 북한의 핵실험 당시 출동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방사능 탐지 시설과 지진파 수집장치 등을 활용해 북한의 핵실험을 감시한다. 지하에서 실험하더라도 일부 방사성 물질은 공기 중으로 배출돼 외부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현재는 방사능 탐지 시설의 작동상태를 확인하는 등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6차례 핵실험 거치며 위력 100배 커졌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기술 수준은 인공지진의 규모로 유추할 수 있다. 2006년 북한의 첫 핵실험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의 규모는 4.3이었다. 마지막 6차 핵실험에서는 6.3까지 크게 늘었다. 규모가 2만큼 증가했다는 것은 폭발 위력이 약 100(102)배 높아졌다는 의미다. 1차 핵실험에서 폭발 위력이 1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에 못 미치던 것과 비교해 6차 핵실험에서는 140kt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핵무기 원료도 발전했다. 국내외 정보기관에 따르면 1차 핵실험 당시 원료는 플루토늄이었고, 2013년 3차 핵실험에서는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로는 수소탄 기술을 실험했고, 마지막 6차 핵실험에서 수소탄을 완성하기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무기는 일반적으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원료로 만든다. 핵연료가 핵분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폭발력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가장 큰 차이는 생산 방식이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플루토늄-239의 경우 우라늄-238이 중성자와 충돌하며 만들어지는 부산물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우라늄이 반응하며 플루토늄-238, 239, 240이 만들어지는데, 습식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239만을 분리할 수 있다. 


농축우라늄의 경우 광산에서 캔 우라늄을 원심분리 등으로 농축해 만든다. 일반적으로 천연우라늄에는 동위원소인 우라늄-235, 238이 0.7대 99.3의 비율로 섞여 있다. 여기에서 핵무기에 필요한 우라늄-235의 비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이 농축우라늄이다.

 

작고 강력해 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핵무기


북한은 수소탄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소탄은 핵무기의 일종이다. 공식적으로 미국과 중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5개국에서만 기술을 갖고 있다. 수소탄은 핵무기(1차 폭약)가 폭발하며 발생하는 에너지로 온도가 올라가며 수소(2차 폭약)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폭발력으로 나타난다. 우라늄과 플루토늄에 비해 수소의 무게가 가볍고, 핵융합이 연쇄반응이 아닌 만큼 임계질량이 없다. 수소탄 기술을 적용하면 핵무기를 미사일이나 포탄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북한이 수소탄의 이전단계인 증폭 핵분열탄 기술은 이미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폭 핵분열탄은 수소탄과 마찬가지로 핵분열과 핵융합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지만, 핵융합 반응이 직접적인 폭발력을 내는 것보다는 핵분열 반응을 돕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형태다. 정보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미 수소탄 기술도 확보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번 7차 핵실험이 수소탄 기술을 선보이거나, 최종 점검하기 위한 단계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동엽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확보하고자 한 수소탄 기술은 핵무기의 소형화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크기와 위력을 줄이고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도록 한 형태를 ‘전술핵’이라 부르는데, 일반적인 핵무기(전략핵)와 활용범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 폭격에 사용된 핵무기인 ‘리틀보이’의 경우 비행기에 실려 타격지 상공에서 투하됐다. 리틀보이는 우라늄 원료를 사용해 미사일에 장착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탄 기술을 적용하면 위력은 높이면서도 미사일이나 포탄에 장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미사일 기술력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는 만큼, 수소탄 개발에 성공하면 국제사회에 큰 위협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번째 핵실험, 왜 하는 건가


일부에서는 북한이 지금 당장 핵실험을 할 이유가 없는 만큼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 기술은 이미 군사적으로 완성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한다면,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차례 핵실험에서 측정된 위력은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다만 이번에 예상되는 핵실험에서도 위력이 증가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만약 위력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실패한 실험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시험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핵실험의 위력이 이전 실험보다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핵실험 이후 외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어 왔다. 과거의 사례에서도 핵실험 이후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에너지 자원과 사치품의 수출입을 막는 등 고강도 제재를 가한 바 있다. 5월 31일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최근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대북제재를 포함해 추가적인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 안보에도 악영향”


반면 핵실험 결과 핵무기 기술이 얼마큼 고도화됐는지에 따라 향후 전망이 바뀔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이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했으나, 국제사회에서 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왔다”며 “그 능력을 확보하거나, 확보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줘 대북제재 완화 등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점하려는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전술핵 개발에 성공했다면 국내 안보에 미칠 영향도 크다. 익명의 한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이 첨단 무기체계 기술이 아무리 크게 앞서간다 한들 북한이 비대칭전력인 전술핵을 확보한다면 국내 안보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한은 자신들의 핵무기가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전술핵을 SLBM이나 장사정포 등에 사용한다면 국내도 타격 범위 내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22년 7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 진로 추천

  • 군사·국방·안보학
  • 정치외교학
  • 국제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