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막아주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미 컬럼비아대의 에릭 캔들 박사 연구팀은 ‘GRP’(gastrin-releasing peptide)라는 작은 단백질이 우리 뇌 속의 ‘두려움 회로’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 2002년 12월 13일자 생명과학 전문지 ‘셀’에 발표했다.
캔들 박사는 이전 연구를 통해 뇌의 ‘소뇌편도’(amygdala)라는 부위에서 두려움과 관련된 기억을 조절하는 특별한 신호전달 시스템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두려움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소뇌편도에서 발현되는 DNA와 뇌의 다른 부위에서 발현되는 DNA를 비교한 결과 소뇌편도에서만 높은 농도로 발현되는 두개의 유전자를 찾았다.
연구팀은 그 가운데 grp유전자로부터 만들어지는 GRP 단백질이 소뇌편도에 신호를 전달하는 주변 뇌세포에 풍부한 점에 착안, GRP 단백질의 움직임을 추적했다.
곧 GRP가 소뇌편도 주변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발현되고 이것이 소뇌편도의 GRP 수용체에 결합, 두려움을 없앤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마지막으로 GRP 수용체가 제거된 생쥐(녹아웃 생쥐)를 만들어 그 작용을 확인했다. 녹아웃 생쥐와 일반 생쥐를 대상으로 먼저 단조로운 신호음을 들려주고 곧이어 불쾌한 전기 충격을 가하는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녹아웃 생쥐는 일반 생쥐에 비해 두려움의 반응도 훨씬 강력했을 뿐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기억도 강하게 갖고 있었다.
캔들 박사는 "GRP 수용체가 제거된 녹아웃 생쥐는 뇌의 소뇌편도가 GRP를 받아들이지 못해 두려움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