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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파에 섞인 범인 잡는 지능형 재난방지기술

수백g급 초소형 위성에서 인지과학까지 동원

20세기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우리가 이전까지 맛보지 못했던 풍요롭고 편리한 삶을 가져다줬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고, 각종 운송수단의 발전으로 활동범위가 전지구로 확대됐으며, 의료의 발전으로 지난 한세기 동안 수명이 30년 늘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좋은 것만을 가져다주지는 않았다. 현대사회는 디지털 정보화로 개인정보 노출이나 해킹의 위험을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도시문명의 복잡성으로 9.11 테러와 대구지하철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사건은 소수의 공격이나 범죄행위가 무고한 다수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점을 보여줬다.

21세기에 과학기술이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바로 각종 과학기술 분야들이 융합하는 시스템적 접근이다. 이제는 IT, NT, BT인 3대 신기술은 물론 우주항공기술(ST, Space Technology)과 인지과학, 기초과학 등이 한데 어우러져야 할 때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올해 시작하는 신기술융합사업에 시스템통합기술(SIT, System Integration Technology)을 하나의 범주로 포함시켰다. SIT는 미래의 공공안전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신기술융합사업의 SIT 범주에 속하는 사업들 중 ‘차세대 시큐리티(security)’를 올 하반기에 착수할 계획이다.

앞으로 IT는 유무선 통신이 통합되고 언제 어디서나 정보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이때는 IT의 영역이 현재의 정보통신기기뿐 아니라 가정 내 각종 전자제품에까지 확장된다. 이같은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현되기에 앞서 정보보호 기술 개발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인터넷 해킹, 전산정보의 도난과 불법유통 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차세대 시큐리티의 확보에는 IT는 물론 기초과학 분야인 수학과 물리학, 그리고 NT가 접목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역학과 수학에 기반을 둔 차세대 암호화 기술, 그리고 NT의 나노 광보안 소재와 소자 및 나노칩 구현 기술이다.

지금까지 IT에서 사용된 암호키는 숫자와 영문 알파벳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때문에 컴퓨터를 이용해 자동으로 암호를 조합해, 이를 반복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정보보호 방어망이 쉽게 깨지고 만다. 원천적으로 안전한 IT 시스템은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해킹을 당했다는 사실조차 감지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양자역학과 수학에 기반을 둔 차세대 암호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빛의 양자역학적 성질을 이용함으로써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빛의 양자역학적 성질이 암호키가 되면 해킹과 같은 외부 공격으로는 이 암호키를 알아낼 수 없다. 그 순간 암호키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또한 암호키 파괴를 통해 외부 공격이 감지된다.

이같은 양자 암호키를 구현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나노 수준으로 물질을 제어하는 NT가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각종 IT 매체나 장비의 불법유통과 이로 인한 정보유출을 막기 위한 분야에서는 IT와 NT의 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IT에 나노소재와 나노소자를 개발하는 NT의 초소형화가 접목되면 절대 모방할 수 없는 하드웨어 암호 회로를 개발할 수 있다.


복잡한 인파 속에서 소수의 범죄자가 보 여주는 이상행동을 자동으로 미리 감지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려면 BT, IT, NT 뿐 아니라 인지과학과 사회과학까지 접목할 필요가 있다.


인지과학으로 인간오류 방지

9.11 테러와 대구지하철 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미래에는 ‘지능형 재난방지 기술’이 절실하다. 여기에는 3대 첨단 신기술뿐 아니라 인지과학, 사회과학 분야까지의 접목이 요구된다.

현재의 과학기술 지식에 따르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범죄를 예언하는 일은 실제로 가능하지 않다. 대신 과학기술은 수백명의 사람 속에서 범죄자의 이상행동을 미리 감지한 후 실시간으로 추적·감시할 수 있는 자동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재난을 방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기술로는 먼 거리에서도 걸음걸이, 체형, 얼굴 등을 통해 대상을 자동식별하는 능동형 휴먼자동식별 기술, 비디오 내에서 움직이는 객체를 실시간으로 검출하고 추적하는 지능형 비디오 감시 및 모니터링 기술, 움직이는 대상의 동작 패턴을 자동분석해 비정상 행동을 파악하고 실시간으로 검출해 사전에 탐지하는 기술이 있다.

더 나아가 야간이나 화재 발생 시에도 적외선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영상센서기술, 유무선 센서를 통해 입력된 동영상을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암호화하며 복원하는 동영상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재, 절도, 폭행과 같은 특정 상황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분류·저장·검색할 수 있는 동영상 데이터 실시간 분석과 관제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

이처럼 복잡한 지능형 재난방지 기술에는 그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소외돼 왔던 인지과학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감각·지각·사고·행동에 대해 연구하는데, 재난방지 기술에 필요한 개인의 행동 유형을 규명하는 인체공학적 특성, 그리고 심리에 따른 행동특성의 분석과 더불어 위기상황대처에 대한 인간의 심리적·사회적 분석기술에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능형 재난방지 기술에는 NT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움직이는 물체의 영상을 주·야간으로 실시간 감시하는 고성능 영상센서기술, 그리고 시설물 감시를 위해서 진동, 변위, 균열발생 등을 시설물의 각 위치에서 동시에 감지할 수 있는 소형센서기술에서 각종 NT 분야가 동원된다.

그리고 이들 센서로부터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종합분석하기 위해서는 IT와의 접목이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IT 분야는 유·무선 네트워크 기술과 정보융합 및 분석 분야다. 이 외에도 BT와 IT를 기반으로 한 휴먼생체모델링기술, 인지과학과 IT가 접목된 인지정보처리 기술이 시스템으로 융합돼야 한다.

SIT에서 중요하게 부각된 인지과학은 인간의 오류에 의해 일어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도 폭넓게 응용될 전망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오류발생에 대해 인지과학적인 접근을 통해 분석함으로써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에게 오류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육할 전망이다.

이같은 인간 오류관리 기술은 인지과학과 IT가 융합되는 분야다. 인지과학에서 밝혀낸 인간의 오류를 데이터베이스화함으로써 미리 인간의 오류를 인지하는 시스템이 개발되는 것이다. 이같은 인지시스템은 인간과 기계의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실현시킬 전망이다.


최근 NT와 ST가 융합함으로써 우주로 쏘아올리는 각종 장비를 소형으로 제작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10여개의 나노위성 개발 프로젝트


현재의 홍채나 지문 인식기술은 실제 로 사람이 접근해야만 유용하다. 때문 에 영상을 통한 인식기술이 미래의 재 난방지시스템에 활용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SIT 분야에는 ST에 NT, IT가 접목되는 차세대 고기능 초소형 인공위성 개발이 포함된다.

최근 우주산업은 개발기간을 단축하고 소요비용을 줄이면서 성능이 뛰어난 우주장비를 개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것이 수백g-수십kg 무게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초소형 인공위성은 무게를 기준으로 위성을 분류하는 방식에 따라 2가지로 나뉘는데, 1-수십kg을 나노위성, 수백g-1kg을 피코위성이라고 한다.

나노·피코위성은 흔히 생각하는 위성과는 달리 많은 기능을 가지지는 않는다. 적은 비용을 들어 최소 크기로 특정 목적에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작하는데 목적이 있다. 때문에 산업용보다는 군사용이나 연구용으로 주로 개발되고 있다.

이같은 초소형 인공위성은 아마추어 라디오 송수신 정도의 단순한 기능으로부터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연구초기 단계이며,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탑재체를 포함시킴으로써 여러 기능을 수행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ST뿐 아니라 내부 부품을 초소형으로 제작하는 NT와 IT가 융합돼야 한다. 이들 기술의 융합이 성공하면 피코위성보다 작을 뿐 아니라 우리별 1·2·3호가 속하는 소형 마이크로실험위성(마이크로위성은 1백kg 이하) 이상의 다양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 초소형위성 개발은 미 공군(AFOSR,Air Force Office of Scientific Research)과고등군사연구소(DARPA, Defence AdvancedResearch Projects Agency)가 연합으로 10여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기술융합사업의 세부과제로 이 분야를 선정했다. 앞으로 2-3년 내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가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2003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주진 다목적위성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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