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정이 어려웠던 지난 50년대는 법학을 전공해 판검사가 되는 것이 시골출신 청년들의 꿈이었다. 나도 그 부류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내 일생동안의 진로는 고3 동계방학 때 뜻밖에 한 스승을 만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정해졌다. 우리나라 지리학의 태두인 박노식 교수께서 우리 마을에 답사하러 오셨을 때 그분께서 오늘의 나로 태어나게 한 것이다.
내게 영원한 스승이 되신 박교수께서는 당시 "지리학은 새로운 학문이므로 평생의 길로 알고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스승의 그 가르침에 따라 지난 59년부터 지형학을 전공해 오늘에 이르렀다.
처음에는 순수 지형학을 연구했으나 그것이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지금은 우리나라 20개 국립공원의 각종 자연경관을 분석,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고 음미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자 응용지형학분야와 씨름하고 있다.
이처럼 지형학 중에서도 산지지형을 연구하다 보면 수많은 답사를 하게 된다. 답사때는 위험한 돌발사태도 많이 겪는다. 그러나 믿음직스럽고 사랑스런 제자들과 함께 있으면 쉽게 해결되곤 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사제지간에는 생애를 거는 진한 신뢰감이 쌓이게 된다. 제자들과 함께 터놓고 지내는 학문생활은 무한한 가능성과 영원한 젊음을 가져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앞으로도 국립공원의 자연경관 분석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내게 이러한 사명감을 주신 부모님과 은사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