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있다. 그런데 밤하늘에는 그 별의 수보다 더 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은하를 보지 않고 어찌 밤하늘을 봤다고 할 수 있을까. 은하의 계절인 봄철에 은하를 찾아 밤하늘로 여행을 떠나보자.
안드로메다은하의 축소판
소형망원경으로 관측해볼 만한 봄철의 대표적인 은하가 바로 M81과 M82다. 봄 밤하늘에 떠있는 대형은하인 M81과 M82는 메시에 목록의 81번째와 82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이다. 두 은하는 1774년 독일의 천문학자였던 요한 보데에 의해 발견됐다.
19세기 중반 수많은 성운을 열심히 관측했던 영국의 천문학자인 로스 경은 M81이 안드로메다은하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 은하를 안드로메다은하의 축소판이라고 불렀다. M81은 전형적인 나선은하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우리은하와도 유사해 우리은하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불규칙은하인 M82는 망원경에서 다소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은하는 최근까지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러 관측 결과로부터 이 은하의 중심부에서는 지금도 초속 1천km의 속도로 다량의 입자들이 밖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어 약 1백50만년 전에 거대한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강한 자기장 속에서 대전입자들이 외부로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이 은하의 중심부에 대단히 강한 전파원이 있음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사진 판독에 의하면 M81과 M82를 연결해주는 미세한 고리 구조가 밝혀졌다. 이것은 M82에서 튀어나온 입자들이 M81의 자기장에 끌려 가속되면서 빛을 내는 것이라고 한다.
M81과 M82는 우리은하가 속한 국부은하군에 비교적 가까이 위치한 은하무리인 ‘M81 은하군’에 포함된다. 이 두 은하까지의 거리는 1천2백만광년 가량 된다. 밝기는 M81이 6.9등급, M82가 8.4등급이며 크기는 긴 방향이 24′과 9′이다(보름달의 겉보기지름은 약 30′이다). 실제 망원경에서 눈으로 볼 때에는 이보다 좀더 밝게 느껴진다.
북두칠성의 국자 머리 위에
M81과 M82는 큰곰자리에 위치해 있다. 큰곰자리는 봄의 북쪽하늘을 넓게 차지하는 대형 별자리다. 큰곰자리의 주인공은 헤라여신의 미움을 받아 곰으로 변한 칼리스토라고 전해지고 있다. 곰으로 변해 있었던 칼리스토는 사냥꾼이었던 자신의 아들 아르카스와 맞닥뜨렸다. 아들에게 죽을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이를 가엽게 여긴 제우스는 칼리스토를 하늘에 올려 큰곰자리가 되게 했다고 한다.
큰곰자리에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별무리인 북두칠성이 있다. 밝은 별 일곱 개가 국자모양으로 늘어서 있는 북두칠성은 고대부터 잘 알려져 있었다. 북두칠성은 청동기시대 고인돌 덮개나 고구려 고분 속에 그려졌으며, 유명한 장수는 칠성점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식의 토속신앙이 전래돼 왔다.
M81과 M82는 북두칠성을 길잡이로 해 찾아간다. 두 은하는 북두칠성의 국자 머리부분에 위치해 있다. 북두칠성의 세번째 별인 감마(γ)별과 첫번째 별인 알파(α)별을 이은 간격만큼 알파별 방향으로 연결시키면 이들 은하가 위치한 지역에 이르게 된다. 안타깝게도 이 지역에는 뚜렷한 지표가 될 만한 밝은 별이 없기 때문에 초보자가 찾기에는 다소 어렵다.
쌍안경으로 동시에 관측 가능
두 은하 M81과 M82는 지구에 비교적 가까이 위치해 있어 은하들 중에서는 상당히 큰 대형은하에 속한다. 따라서 천체망원경의 파인더(소형 보조망원경)나 쌍안경에서도 쉽게 존재가 확인된다. 소형 쌍안경에서 두 은하는 바로 옆에 나란히 위치하며 매우 작지만 약간 길쭉한 모습을 하고 있어 다른 별들과 구분된다. 천체망원경의 파인더에서도 그 존재가 쉽게 확인된다는 사실은 초보자가 이들 은하를 찾을 때 큰 도움이 된다.
천체망원경에서 성운이나 성단은 매우 화려한 반면, 은하는 어두우면서 부드럽고 수수하다. 은하를 관측하는 일은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 관측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은하 예찬론자들이 대단히 많다. 은하만이 주는 독특한 매력 때문이다.
무엇보다 은하는 밤하늘에 무수히 널려 있으며 각각이 나름의 독특한 멋을 갖고 있다. 그리고 잘 보이지 않는 존재를 찾아다니는 즐거움 또한 만만찮다. 그래서 천체관측 초보시절이 지나가면 은하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M81과 M82는 처음 은하를 관측하는 초보 관측자에게도 적합하다. 특히 두 은하는 소형망원경으로 한 시야 내에서 동시에 관측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두 은하의 종류가 달라서 나선은하와 불규칙은하의 특징을 그대로 비교해볼 수 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M81이 좀더 크게 보이긴 하지만, 이 은하는 주변부가 명확하지 않아 다소 밋밋한 느낌이 드는 길쭉한 타원형으로 나타난다. 은하의 주변을 휘감고 있는 나선팔을 소형망원경에서 느끼기란 어렵다. 다만 은하 중심 부분의 밝은 영역과 나선팔이 위치한 어두운 부분으로 나눠져 보이는데, 이것은 천체망원경으로 보는 나선은하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M82는 불규칙은하인 만큼 다소 특이한 모양으로 길쭉한 막대 형상을 하고 있다. 바로 옆의 M81과는 달리 주변부 경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게는 작지만 오히려 편하게 볼 수 있는 대상이다. 은하 중심부에 검은 선으로 나타나는 암흑대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흡사 은하가 둘로 나눠진 듯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소형망원경에서 은하의 전반적인 표면 밝기가 균일해 뚜렷한 반면, 좀더 큰 망원경에서는 은하 내부에 밝은 점들이 얼룩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POINT 봄철에 은하가 많이 보이는 이유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은하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가끔 천체망원경으로 관측됐던 은하들 또한 은하수(우리은하) 내에 있는 천체로 인식했으며 다른 성운과 구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1924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윌슨산천문대에서 당시 세계 최대 망원경을 이용해 안드로메다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은하가 다른 별이나 성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후 우리은하 밖에 또다른 은하들이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은하의 관측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은하는 수많은 별이 모여있는 큰 집단이다. 은하는 여러 방법으로 분류되나 그 생김새에 따라서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우리은하처럼 나선팔을 갖고 있으며 비교적 납작한 은하를 나선은하, 둥그런 타원 모습을 한 은하를 타원은하, 나선은하나 타원은하와 달리 불규칙한 모습의 은하를 불규칙은하라 한다.
밤하늘에 수없이 많은 은하들은 대단히 먼 곳에 위치한 만큼 대개 크기가 작고 어둡다. 그러나 개수가 많은 만큼 소형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할 만한 은하도 상당히 많다. 특히 봄철은 가을철과 더불어 은하가 많이 보이는 계절이다. 이때 밤하늘의 방향이 우리은하 평면과 수직한 탓에 별이 밀집된 지역을 피해 비교적 멀리까지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의 밤하늘에 어떤 일이? 4월 17일 가장 큰 보름달 뜬다
정월대보름이나 추석에 가장 큰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이렇게 속단하기 쉽지만 실제로 달의 크기와 명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은 4월 17일에 떠오른다. 이날 뜨는 보름달이 올해 떠오르는 12개의 보름달 중에서 가장 크다. 다른 보름에 비해 달이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날 달과 지구와의 거리는 35만7천1백56km다. 평균거리인 38만4천4백km에 비해 약 9%나 가깝다.
그렇다면 맨눈으로도 달의 크기가 평상시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을까. 사람의 눈은 공간에 홀로 떠있는 대상에 대해 그 크기를 잘 비교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동안 달을 주의깊게 살펴봤던 관측자라면 이날 동쪽에 떠오르는 달을 보면서 다른 때보다 좀더 크다는 사실을 확인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천체망원경을 이용해 동일 배율로 달을 관측해보면 이날의 보름달이 다른 때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명확히 깨달을 수 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봐도 다른 때에 비해 약간은 더 크고 선명하게 찍힌다.
참고로 올해 가장 작은 보름달은 한겨울철인 11월과 12월에 뜨는 보름달이다. 항상 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달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을 깨닫는다면, 4월 17일에 떠오르는 보름달은 좀더 새롭고 신기한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