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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산 초음속기 마의 음속 돌파한다

100% 컴퓨터로 세계 최초 설계·제작된 훈련기

2002년 8월 20일 처녀비행에 성공했던 국산 초음속기 T-50이 곧 마의 음속을 돌파할 예정이다. 음속 돌파에 성공하면 T-50은 명실상부한 초음속기로 인정받으며 한국 항공기 개발역사에 한획을 긋는 것이다.

2002년 8월 20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주) 사천공장은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최초의 초음속 제트기 T-50의 처녀비행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의 잦은 태풍과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여러번 연기되다가 이날 처녀비행을 갖기로 했던 것이다. 계획된 처녀비행도 기상 관계로 지연돼 오후 4시가 지나서야 시작됐다.

드디어 우리의 T-50이 F-16 두대의 호위를 받으며 사천 비행장 활주로를 박차며 치솟았다. 제트엔진의 굉음이 사라지자 지상통제소 기술진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하늘에 떠있는 T-50의 센서가 무선으로 보내오는 엔진회전속도, 진동, 온도, 가속도, 압력 등 수많은 신호를 감시해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T-50은 고도 1만5천피트(4천5백72m)까지 올라가 40여분 동안 창공을 누볐다.

숨죽여 지켜보던 관계자들은 T-50이 활주로에 사뿐히 착륙하자 누구라 할 것 없이 먼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어려웠던 그 동안의 개발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T-50 사업은 21세기 대한민국 영공을 방위할 목적으로 초음속 고등훈련기 겸 경공격기를 개발·생산하기 위한 국가적 사업이었다. T-50의 개발 성공은 한국 항공산업의 기술수준을 국내외에 과시하는 전기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1993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한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일명 골든 이글)은 지금까지 고도 2만피트 이하에서 마하 0.75(마하1〓음속)의 저속으로 시험비행을 해왔다. 하지만 2002년 12월 말이나 2003년 1월 초 고도를 3만-4만피트로 높인 상태에서 대망의 ‘음속 돌파’ 시험에 들어간다. 명실상부한 초음속기의 위력을 시험하는 것이다. T-50은 최고 마하 1.5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참고로 현재 항공기의 최고 속도 기록은 미국의 고고도 정찰기 SR-71이 낼 수 있는 마하 3.3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성능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최고 속도가 특별히 의미가 크지는 않다.


활주로를 박차고 힘차게 이륙하는 T-50의 모습. T- 50에 장착된 엔진은 최신기술로 제작된 고성능 엔진 이다. 8천kg의 강력한 추력을 지녀 최고 마하 1.5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음속 저항력은 태풍보다 50배나 커


T-50이 창공을 나는 모습. 아직까지는 고도 2만 피트 이하에서 마하 0.75의 저속으로 시험비행을 해왔다.


T-50은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고등훈련기 및 경공격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한국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다. 다시 말하면 F-16, 라팔, 유로파이터, F-22, 미국통합공격기(JSF) 등과 같은 최신예 전투기를 조종할 미래의 파일럿을 양성하기 위한 항공기인 셈이다.

초음속기 T-50은 초음속 스피드와 기동력, 그리고 통합항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조종사에게 최신예 전투기의 조작을 숙달시키며 아음속(음속보다 느린 속도)과 초음속 기동의 특징을 동시에 교육시킬 수 있다. 초음속 항공기는 아음속 항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설계·해석·시험 능력을 요구한다. 초음속 비행에서는 강한 공기의 저항력과 충격파를 만나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기본적으로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공기로부터 속도의 제곱(더 정확히는 속도의 제곱과 저항계수의 곱)에 비례해 저항력을 받는다. 음속에 가까이 가면 항공기는 마치 ‘공기의 벽’을 만나는 것처럼 저항력을 느낀다. 특히 저항계수가 음속에서 갑자기 커지기 때문이다(음속을 넘어서면 저항계수는 오히려 작아진다). 음속으로 비행한다면 공기의 저항력은 대략 계산해도 강력한 태풍 속에 서있을 때 받는 저항력의 50배나 된다. 게다가 음속 돌파 시에는 충격파로 인해 이 저항력보다 더 큰 힘이 추가로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충격파를 지나면서 항공기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겪는다. 음속 돌파 때 충격파가 발생하면 공기의 성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갑자기 속도는 감소하고 압력과 밀도는 증가하며 온도는 상승한다.

물론 항공기가 음속에 가까워지면, 항공기 특정 부위에서 국부적으로 음속을 돌파하는 구간이 생기고 충격파가 발생한다. 불연속적인 압력차에 의해 공기의 흐름이 표면에서 떨어져나가고 이로 인해 항공기의 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현상(실속)이 발생한다.

구조적으로는 압력 불균형으로 인해 항공기 전체가 크게 비틀리거나, 국부적인 압력 변화나 충격파로 인해 항공기 전체에서 진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날개 또한 양력 불균형으로 인해 갑자기 날개 자체가 비틀리거나, 항공기 앞부분이 제멋대로 위아래로 진동한다. 조종면 역시 실속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갑자기 조종간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선 충분한 추력을 제공할 수 있는 엔진을 확보하며, 항공기에 작용하는 항력을 줄일 수 있도록 날렵한 형상으로 만들고 충격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T-50의 경우 십여 차례가 넘게 형상을 설계하고 개선해 항력을 최대한 줄이고, 충격파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완화했다.

새로 개발하고 개선한 형상에 대해서는 매번 해석을 통해 검증하고 보완했다. 또한 총 수천여 시간에 걸쳐 풍동 시험(실제보다 작은 축소 모형을 터널에 넣고 터널에 바람을 불어넣어 실제 비행중에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통해 추가적인 검증을 수행했다. 실제보다 7분의 1에서 30분의 1이 작은 축소 모형에 대해 아음속과 초음속의 바람으로 다양하게 실험했다.

영국에서 초음속 지상 시험 끝내

항공기 개발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개발이 막 시작되자마자 IMF사태가 닥쳐왔다.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야 하는데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게다가 숙련된 인력 또한 너무나 부족했다. 이런 난관을 돌파하고 계획된 일정을 달성하기 위해 모두가 혼연일체가 돼 열심히 뛰었다. 지금 뒤돌아봐도 우리가 어찌 저 고개를 넘어왔지 할 정도였다.

컴퓨터 장비가 부족한 탓에 먼저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새벽같이 출근했고 나중에는 이도 모자라 2교대로 설계를 진행했다. 또한 토요일과 일요일, 하물며 공휴일까지 작업을 강행해 다음 단계로 진척시켜야만 했다. 이 와중에 코피를 쏟는 사람, 일하는 중에 쓰러지는 사람도 발생했다.

그리고 개발된 모형에 대한 풍동 시험은 국내외 여러곳에서 수행됐다. 초음속 풍동 시험의 경우 최근 영국에서 이뤄졌다. 그곳에서 한달 내내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매일 점심과 저녁을 지겨운 샌드위치로 해결하면서 풍동 시험을 했다. 바깥에 나가봤자 워낙 시골이라 변변한 식당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느 슈퍼마켓에서 발견한 한국 컵 라면이 우리 기술자들의 입맛을 지켜준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T-50은 설계를 구체화시켰고 성능을 검증받았다.

스스로 위험 대처하는 인공지능

T-50은 훈련기로서 필요한 고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가지 첨단기술과 첨단장비가 동원됐다. T-50은 일반적인 주날개-꼬리날개 조합을 갖는 항공기다. 양력과 항력의 비를 최대화해 저항을 줄이고 방향 안정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전 플랩과 뒷전 플랩(조종면)을 지니는 주날개를 채용했다. 날개 앞쪽에는 F-16과 같이 고받음각(항공기의 앞쪽이 들리는 경우)에서도 높은 비행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스트레이크(날개 앞부분에 길게 나온 부분)를 장착했다. 항공기의 앞쪽이 들리면 날개 뒤쪽에 공기흐름이 갑자기 떨어져나가 양력이 떨어지는데, 스트레이크 장치가 이런 문제를 최소화시킨다.

또한 T-50에는 방향을 정확히 조종하기 위한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을 훈련기 최초로 장착했다. 고도의 기동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항공기의 모든 조종면들이 F-16의 경우보다 10배나 빠른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는 것이다. 각종 장비가 고장나거나 이상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최대한으로 조종성과 생존성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은 조종사가 조종간을 잘못 작동시켜도 비행기가 자신의 비행상태와 조종면의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조종불능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지능적으로 자세를 제어해주는 일종의 인공지능이다. 아울러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은 인간이 조종할 수 없는 빠른 조작이 필요한 비행영역에서도 조종면의 조종을 가능하게 하므로 높은 기동 성능이 필요한 전투기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T-50의 조종실에도 다양한 첨단전자장비가 포함돼 있다. 디지털 항공계기는 기본이고, 조종사가 전방을 바라보면서 투명한 창을 통해 각종 계기나 비행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경공격기로서 무기를 선택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5인치 대형 컬러 다기능 디스플레이(CMFD) 2대,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보면서 편안한 자세로 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일체형 조종간(HOTAS)을 갖추고 있다. 또한 조종실은 앞쪽 단면적이 커져 공기 저항이 늘어나는 병렬형 대신 앞뒤로 좌석을 배치하는 직렬형을 채택했다. 그럼에도 동급의 다른 항공기에 비해 훈련기로서 후방석 교관 조종사에게 뛰어난 시계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항공기 무게 8배까지 견뎌


비행 전에 T-50을 점검하는 모습. T-50의 중요한 특징 가 운데 하나는 35만개의 부품을 서로 나눠 설계한 다음 퍼즐 맞추기 하듯 컴퓨터 상에서 조립하고 시험했다는 점이다.
 

T-50의 가장 큰 특징은 초음속 비행능력이다. T-50에는 1만7천7백파운드(8천여kg)의 강력한 추력을 지닌 엔진을 장착해 최고 마하 1.5의 속도를 낼 수 있다. T-50에 장착된 F404 엔진은 최신기술로 제작돼 신뢰성과 안정성이 향상된 고성능 엔진이다. 첨단 디지털 엔진제어방식(FADEC)을 채택해 신속히 추력을 조절할 수 있고, 엔진 자동감지장치를 통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기체 구조물은 기동 비행할 때 아래방향으로 항공기 무게의 8배까지 견디고 위방향으로는 항공기 무게의 3배까지 견디도록 설계됐다. T-50은 고등훈련기로서 F-16보다 더 긴 1만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아울러 T-50은 완숙되지 않은 훈련생이 조종하는 점을 고려해 일반적인 전투기보다 더 높은 하강 속도로 착륙하는 상황에 대비하고, ‘터치 앤드 고’(Touch & Go, 활주로에 완전히 내리지 않고 다시 뜨는 일을 반복하는 이착륙 훈련)와 같이 훈련기에 고유한 반복 임무도 완벽히 소화할 수 있도록 F-16보다 더 높은 구조 하중 기준을 적용해 착륙장치를 설계했다.

기체의 대부분은 부식저항과 피로특성이 뛰어난 최신 알루미늄 합금으로 구성돼 있다. 고강도와 내열성을 필요로 하는 일부분에는 내식강(CRES)이나 티타늄 소재가 사용됐다. 주날개 조종면, 수직 꼬리날개, 수평 꼬리날개, 방향타 등의 외판은 최첨단 소재인 탄소섬유 복합재(CFC)로 만들어졌다. 복합재는 중량 대비 강도특성이 뛰어난 점을 활용해 조종면과 꼬리날개의 중량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35만개 부품 컴퓨터에서 조립

T-50은 세계 최초로 모든 기체구조와 세부계통이 100% 컴퓨터로 설계·제작됐다. 설계 소프트웨어(CATIA)를 바탕으로 만든 디지털 목업(mockup)을 이용했다.

통상 항공기와 같이 복잡한 구조물을 개발할 때 설계를 검증하기 위해 실물크기 모형인 목업을 만든다. 실제 목업를 통해 부품들 사이에 문제가 없는지, 사람이 들어가서 정비할 수 있는지, 부품을 조립할 때 중간에 걸리는 게 없는지를 검토한다. 그러나 T-50 개발과정에서는 실제 목업을 과감히 생략하고 컴퓨터 상에서 3차원 목업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며 설계를 검증했다. 이를 통해 개발 일정을 단축하고 설계 변경을 최소화했으며 품질을 향상시켰다.

또한 설계 단계부터 제작조립 담당자가 참여해 명실공히 동시공학적 설계를 수행했다. 실제로 1천여명의 한국항공우주산업(주) 기술진은 35만개의 부품을 서로 나눠 설계한 다음, 마치 퍼즐 맞추기 하듯 컴퓨터 상에서 조립하고 시험도 했다.

T-50 개발의 가장 큰 의미는 우리 손으로 우리 고유모델의 초음속 항공기를 개발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앞으로 국내에서 개발되는 어떠한 무장이나 한국공군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우리 자력으로 항공기를 개량할 수 있다. 진정한 자주국방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T-50은 향후 한국형 전투기 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다. 또한 T-50 개발을 통해 확보된 디지털 설계기술, 디지털 목업 기술과 시험기술 등은 다른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한편 한국항공 우주산업(주)은 2000년부터 전세계를 대상으로 T-50의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T-50이 마의 음속을 멋지게 돌파해 전세계의 하늘을 누빌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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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고대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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