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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온 서바이벌 게임의 승리자 세라믹스

재료세계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한다면 승자의 위치는 누가 차지할까.주방용 칼에서 우주선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세라믹스가 큰소리는 치는데….닳지 않고,녹슬지 않으며,열에 강한 세라믹스가 정말 신소재 세계를 평정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컵, 볼펜, 전화기 등을 이루는 재료들이 자신들의 재능을 뽐내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철이나 구리 같은 금속이 손으로 쉽게 휘어지며, 전기를 잘 통한다고 하자, 도자기는 용광로에서 녹아버리는 철을 비웃는다. 녹슬지 않고 열에 강한 자신을 뽐내면서 말이다. 그러자 플라스틱이 소리내어 웃는다. 땅바닥에 떨어뜨리기만 해도 깨지는 주제라면서. 그러자 철이 플라스틱은 전기도 통하지 않고, 불에 닿으면 쉽게 녹는다고 큰소리친다. 이때 컵이 서바이블 게임을 통해 최강자를 뽑자고 제안한다. 과연 재료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소재의 자리는 누가 차지할까.

혹독한 환경 변화에 견디면서 그 기능을 발휘하는 소재가 극한재료다. 이 극한재료의 대명사가 바로 세라믹스다. 세라믹스는 금속이나 고분자재료와 달리 강하고, 딱딱하고, 닳지 않고, 잘 녹지 않으며, 녹슬지 않고, 가벼운 성질을 갖고 있다. 이런 성질은 세라믹스를 이루는 원자의 배열이 금속이나 고분자재료와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 사이의 결합력이 강해 주위 환경에 존재하는 다른 원소와 반응하지 않는다.

물론 세라믹스가 모든 환경 변화에 강한 것은 아니다. 떨어뜨리거나 망치로 칠 경우 금속에 비해 쉽게 깨진다. 이런 현상은 금속과 달리 구성 원자간에 미끄러지는 현상이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라믹스는 온도 변화에 관련된 열적 변화와 화학적 변화 등에서 ‘독한’재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무뎌지지 않는 칼


이제 부엌에서 칼을 가는 일은 없어진다.무뎌지지도 않고 녹슬지도 않는 지르코니아가 있기 때문이다.


20-30년전의 상황을 다룬 시대극과 최근의 드라마와의 차이점을 찾아보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재미있게 드러나는 것은 식사 장면이다. 시대극의 양은 냄비가 최근 드라마에서는 세라믹스 그릇으로 바뀌어져 있다. 근래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세라믹스 냄비와 밥공기, 접시 등을 사용한다. 고온에서 잘 견딜 뿐 아니라, 열을 담아 두는 능력인 열용량이 크며, 열전도도가 낮아 뜨거운 찌개를 담아두는 데는 그만이다. 그러나 물리적 충격에도 약하고 뜨거울 때 냉수에 담궈도 쉽게 깨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이 극복될 가능성은 보인다. 다른 세라믹스에 비해 질긴 특성을 지닌 지르코니아가 개발됐기 때문이다. 지르콘의 산화물인 지르코니아로 만든 칼과 가위는 날도 무디어지지 않고 녹슬지 않아 부엌용품으로 인기가 높다.

세라믹스는 자동차에까지 그 세력을 넓히고 있다. 현재의 금속 엔진은 비교적 무거우며 냉각수를 사용해 낮은 온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열효율이 낮다. 그러나 엔진을 세라믹스 재료로 대체하면 엔진 자체가 가벼워질 뿐 아니라 고온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므로 열효율이 증가한다. 그리고 엔진 부품이 닳지 않으므로 수명이 길어진다. 이러한 장점에 따라 엔진 부품을 산화 알루미늄, 지르코니아, 탄화규소, 질화규소 등의 세라믹스 재료로 대체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 엔진은 피스톤의 상하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바꾼 것이다. 이런 엔진의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엔진의 작동 온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냉각을 하지 않으면 실린더는 점점 뜨거워져 문제가 생긴다. 발화 온도가 낮은 가솔린 엔진의 경우 실린더가 뜨겁게 되면 스파크 플러그가 점화되기 전에 연료가 연소된다.

한편 실린더가 뜨거워지면 흡입된 공기도 팽창하므로 공기가 희박해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엔진에 압축공기를 넣어줘야 한다. 이 압축기가 바로 터보 차저(내연 기관에서 흡입 공기를 압축해 기화기로 보내어 기관의 출력을 높이는 장치)다. 원래 터보 차저는 고공을 나는 프로펠러 비행기 엔진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터보 차저를 회전시키는 원동력은 엔진에서 뿜어낸 배기 가스의 힘이다. 배기 가스의 온도는 약 7백℃이므로 고속 회전하는 터빈 재료는 내열 금속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금속인 코발트가 주성분인 터보 차저 날개는 무거운 편이다(비중은 8). 비중이 3인 세라믹스 재료로 대체하면 엔진의 가속 성능은 훨씬 우수해진다. 터보 차저에 쓰인 세라믹스가 엔진의 가속 성능을 증가시킨다는 얘기다. 이전에는 경주용 자동차에 주로 부착되었던 터보 차저가 현재는 일반 소형차에까지 탑재되는 이유다.

최근 들어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거의 모든 자동차에는 세라믹스로 만들어진 배기가스 정화장치가 사용된다. 배기가스가 고온이기 때문에 열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세라믹스가 적격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가솔린 엔진에는 코디어라이트라는 벌집 모양의 세라믹스에 백금을 입힌 배기가스 정화장치가 장착돼 있다. 이것을 통해 불완전 연소된 배기가스가 정화된다.

배기가스 중에 포함된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은 코디어라이트 표면에서 흡착되거나, 흡착된 후 주위 기체와 반응하면서 무해한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으로 배출된다. 또 디젤 엔진에 많이 포함된 탄소가루도 코디어라이트 필터에서 다시 태워져 이산화탄소로 나온다. 코디어라이트는 산화알루미늄, 산화실리콘, 산화마그네슘으로 이루어진 세라믹스로 일종의 촉매 역할을 한다. 고온에서 열팽창이 거의 0에 가까워 거의 7백℃에 달하는 배기 가스 내에서도 열적 충격에 의해 깨지지 않기 때문에 배기장치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다.

우주왕복선이 가능한 이유

우주왕복선이 개발되기 전까지 우주 여행에 이용된 우주선은 다시 사용하지 못했고 승무원만 지구로 돌아왔다. 이는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올 때 지구 대기권 내에 있는 공기와 마찰하면서 우주선의 외벽이 파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높은 온도에서 견디는 세라믹스를 이용해 우주왕복선에 사용할 수 있는 내열 타일을 개발했다. 1981년 4월에 외벽에 3만여장 이상의 산화실리콘 내열 타일로 덮여진 콜롬비아호가 50여 시간의 우주 비행 끝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던 것도 열에 강한 세라믹스 덕분이었다. 비행 후에 여러 장의 내열 타일이 손상됐지만 1차 비행에 사용된 동체는 그해 11월 2차 비행에 다시 사용됐다.

그렇다고 산화실리콘이 만능은 아니다. 1천2백℃ 이하를 유지하는 동체에는 산화실리콘 내열 타일이 통용되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 이르면 한게에 부딪친다. 1천2백℃ 이상의 고온에 견뎌야하는 우주선의 앞부분에는 탄소-탄소 복합 재료를 사용한다. 우주왕복선 앞부분과 날개의 전면부가 검은 색을 띠는 것이 탄소-탄소 복합재료가 쓰였기 때문이다.

탄소-탄소 복합재료는 탄소섬유를 탄소로 굳힌 복합재료로서 그 구성 성분이 모두 탄소이므로 고온에도 강도가 감소하지 않는다. 1950년대 이후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대기권을 재돌입할 때 앞부분이 고열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탄소-탄소 복합재료는 우주선의 외벽과 미사일의 엔진 노즐 재료로 이용된다. 또 비행기의 제동 장치인 브레이크 패드에도 사용된다. 이 패드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지상에서 속도를 줄여 동체를 멈추게 하는데 쓰인다. 대형 점보 여객기나 많은 양의 무기를 탑재한 전투기의 착륙 거리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다.


우주왕복선의 외벽은 높은 온도에서 견디는 세라믹스 내열타일이 덮고 있다.사진은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방탄의 원리

사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탄소-탄소 복합재료다. 세라믹스도 그에 못지 않다. 세라믹스 방탄판이 그 예다. 방탄판은 빠르게 전달되는 기계적 충격과 마찰에 의한 열 충격에 견뎌야 한다. 세라믹스 방탄판은 1960년대 후반 베트남 전쟁 당시 소총탄에 조종사와 헬리콥터 엔진 등의 중요한 부위가 파손되자 긴급히 개발됐다.

세라믹스 방탄판은 세라믹스 판과 케블러라는 섬유로 만들어진 복합재료를 겹쳐서 만든다. 철갑탄이 세라믹스 방탄판에 부딪히면 철갑탄의 끝은 찌그러진다. 세라믹스가 그만큼 단단하다는 말이다. 세라믹스가 부서져 없어지기 전에 철갑탄은 찌그러지고 닳아진다. 물론 속도는 충분히 느려져 세라믹스 방탄 판 뒤에 놓인 복합재료에서 멈춘다. 방탄판에 사용되는 세라믹스는 가볍고 딱딱한 재료로 산화알루미늄, 탄화규소 그리고 탄화붕소가 쓰인다. 이 중에서 탄화붕소가 가장 가볍고 딱딱한 재료로 방탄 효과가 제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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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도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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