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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팀 단백질 구조예측대회서 아시아 최고 성적

고등과학원 이주영 교수팀, 준비 1년 반만에 성과

전세계 단백질 연구자들은 2년에 한번씩 한자리에 모여 실험을 하지 않고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경기를 한다. 단백질 구조예측 분야 과학자들의 경시대회라고 할 수 있는 CASP(Critical Assessment of technique for protein Structure Prediction) 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2002년 12월 초 열렸던 제5회 CASP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한 우리나라 연구팀이 세계적인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고등과학원 이주영 교수팀은 3개 부문으로 나눠 치러지는 이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부문인 아비니시오에서 전세계 1백65개팀 중 18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이다. 상위 30개팀 중에는 일본 연구팀 2팀이 포함돼 있었는데, 각각 24위 25위를 차지했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연구는 현재 일부 선진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CASP에서 우리나라가 수상한 분야의 18위까지 분포를 살펴보면 미국이 13개팀, 영국, 프랑스, 러시아, 폴란드가 각 한개팀, 그리고 우리나라가 포함된다. 우리나라 연구팀의 우수성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미국의 연구팀은 12개팀이 13위 내에 포함돼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선진과학국가가 단백질 3차원 구조예측 연구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실험의 한계 때문이다. 2001년 인간게놈 지도가 발표됨으로써 과학자들은 단백질을 만드는 밑그림인 유전자 초안을 얻었다. 그러나 유전자 초안이 곧바로 단백질의 구조 정보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전통적인 실험 기법으로는 수년이 걸려야 한개의 단백질 구조를 밝힐 수 있다. 그러므로 실험적인 방법으로 10만여개에 달하는 인간 단백질의 구조를 밝힌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1994년 미국의 과학자들은 당시 2005년으로 예상했던 인간게놈 해독의 완료를 대비하기 위해 CASP 대회를 창설했다. 막대한 양의 단백질 밑그림을 얻게 됐을 때 긴 시간이 요구되는 실험적 방법이 아닌 이론이나 계산으로 빠르게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얻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생물학 문외한들 모여 성공

CASP는 과학자들에게 답이 알려지지 않는 문제를 제시한다. 대회가 개최되는 해의 3-4월에 구조가 밝혀지지 않는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을 인터넷(predictioncenter.llnl.gov)에 공개한다. 즉 아미노산이라는 블록이 한줄의 실로 연결돼 있는 상태로 문제가 제시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한줄로 연결된 아미노산 블록의 정보만으로 이들로 만들어진 건물인 3차원의 단백질 모양을 계산과 모델링을 통해 밝혀내야 한다.

CASP에서 내놓는 문제는 당연히 구조가 조만간 밝혀지는 것이어야 한다. 때문에 CASP에서 문제를 내는 사람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단백질 구조가 밝혀질 즈음에 CASP의 웹사이트에 아미노산 서열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단백질 구조가 밝혀져 저널에 출판될 즈음을 답안 제출 마감일로 정해놓는다.

CASP는 처음 20여개 연구팀으로 출발해 올해는 출전팀이 2백20여개로 늘어났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제4회 대회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윤창노 교수팀이 처음으로 참여했고, 이번에는 윤 교수팀과 고등과학원의 이주영 교수팀이 출전했다.

이 교수팀이 CASP에서 높은 성과를 거둔데는 그가 미 코넬대 연구팀에 있을 당시인 제3회부터 참여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가 몸담았던 코넬대 연구팀의 경우 단백질 구조 연구 역사가 20년이 넘는다. 그러나 그가 고등과학원으로 몸을 옮긴 것은 2000년 10월. 고작 1년 반의 준비기간이 있었을 뿐이었다.

인력 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번 대회를 준비한 연구원은 고작 3명으로, 이들은 모두 단백질에 대해 문외한들이었다. 이들 중 2명은 물리학, 1명은 전자공학 박사다. 문제는 생물학 분야이지만 이를 풀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학, 전산과학, 화학 등 여러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 이 교수도 원래 물리학 전공자였다. 그는 “사람을 더 뽑고 싶어도 구하기가 어렵다. 단백질 구조와 같은 학제간 연구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고 말한다.

한편 계산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수백-수천대가 필요하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4천여대의 컴퓨터를 동원했다. 이주영 교수팀은 고작 70여대의 컴퓨터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교수는 "이번 대회의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도 연구방향에 대해 독창성을 갖고 접근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과 생명현상을 이해햐기 위해서 선진과학국가가 활발히 진행하는 단백질의 구조 예측 연구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ASP는 실험적으로 조만간 구조가 밝혀질 단백질의 아미노 산을 제시한다. 대회 출전 과학자들은 계산과 모델링을 통해 단백질의 구조를 얻는다(오른쪽). 이를 실험적인 결과(왼쪽)와 비교해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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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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