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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암세포 공격하는 나노 미사일

생체 구조 모방 약효 높인다

나노로봇이 인체 내 직접 약물을 전달하고 치료한다. 이것은 나노기술이 생명과학과의 만남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먼 장래의 환상적인 꿈이다. 그렇다면 나노바이오가 그리는 가까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불과 수개월만에 사람들이 나노기술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정부에서 나노기술 개발을 위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뉴스가 빈번히 들리고, 신문이나 잡지에서는 나노기술이 무엇이며 이 기술이 미래의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에 대해 마치 공상소설에나 나올 법한 말로 설명하고 있다.

이때 특히 빼놓지 않는 얘기는 나노기술이 생명과학과 결합함으로써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혁신적인 진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휴대할 수 있을 정도의 초소형 장비를 이용해 피 한방울로도 각종 질병을 진단하고, 나노로봇이 인체 내에 직접 약물을 전달, 치료한다는 환상적인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얘기들은 멋지기는 한데 정말 실현은 될까, 먼 장래에나 가능한 얘기를 지금부터 떠들어서 기대만 잔뜩 부풀리게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지 모르겠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조만간 눈앞에 등장할 나노기술과 생명과학의 만남을 살펴보자.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나노미터 크기의 지질이 스스로 알아서 형성한 세포막으로 보호된다. 이같은 생체의 능 력을 모방하는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이 곧 등장한 예정 이다.



생체 세포막의 자기조합 능력 모방

현재 진행중인 나노바이오 연구 중에서 조만간 실용화될 것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기술은 나노물질을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체내의 꼭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면서도 부작용을 억제해 질병 치료를 극대화할 수 있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약물전달시스템은 자연의 기술을 모방함으로써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 몸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적 단위는 나노미터 크기다.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물을 싫어하는 소수성과 물과 친한 친수성을 모두 갖는 이른바 양친매성 구조를 지닌 나노미터 크기의 지질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형성한 세포막으로 보호된다. 이런 특징을 생체 세포막의 자기조합(self-assembly)이라고 하는데, 서로 다른 재료로 나노 단위의 자기조합 구조물을 만들 때 훌륭한 모델이 된다. 때문에 세포막의 지질처럼 소수성과 친수성을 함께 갖는 다양한 양친매성 고분자의 합성을 통해 효과적인 나노구조물을 제조하려는 연구들이 진행중이다. 이와 함께 연구결과로 얻은 자기조합 나노구조물을 약물전달시스템으로 상업화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양친매성을 갖는 나노구조물은 수용액에서 스스로 알아서 구형을 이룬다. 이 구형 안에 약물을 주입시키면 약물전달체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나노구조물이 세포를 둘러싼 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나노구조물은 매우 안정한 형태로 혈관을 따라 움직이는데, 나노입자가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그 안의 약물을 서서히 방출시킨다. 따라서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은 약효의 효과를 오랫동안 일정하게 지속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5년 내 항암제 전달시스템 등장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의 우수한 점은 표적성이다. 원하는 특정 질병 부위에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항암제 투여에 현재 응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항암제의 투여 방법은 암세포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항원 수용체를 약물에 부착시켜 항암제가 암세포만을 인식해 약물이 암세포와 반응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방법도 항암제가 여러 차례 투여될 경우, 암세포가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항암제를 밀어내는 세포막 펌프 작용을 활발히 수행해 치료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나노입자를 이용한 항암제 전달시스템은 암세포가 자기증식을 할 때 과다하게 생성되는 혈관세포의 간격이 다른 일반 세포들에 비해 크다는 점에 착안했다. 일반적인 세포 사이의 간격은 1백nm인데, 암세포 주변의 혈관세포는 이보다 더 넓다. 따라서 항암제 전달시스템의 나노입자 크기를 1백nm로 조정하면 암세포 조직으로만 나노입자가 흡수된다.


마이크로기술에서 나노기술로 이전중

뿐만 아니라 나노 약물전달 시스템의 분자 끝부분에 암세포에만 달라붙도록 구조를 만들어주면 약물이 필요한 부위로만 나노입자를 전달할 수 있다. 암환자들은 흔히 화학약물 항암치료시 약물에 의한 전신독성 때문에 상당한 고통을 받는다. 암세포에만 달라붙는 나노입자는 적은 양의 항암제로 기존보다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죽일 수 있어, 약물요법에 의해 전신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같은 나노 항암제 전달시스템은 앞으로 5년 이내 실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캐나다 나노바이오 벤처기업인 애드벡터스 라이프 사이언스사는 뇌암에 대한 항암제 전달시스템을 개발해 임상 1단계 과정을 밟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산업체와 정부가 효과적인 암 치료를 위한 나노입자 개발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다. 2007년 나노 약물전달 시장은 4백10억달러(약 53조원)로 전망된다.


주사 맞지 않고 흡입하는 인슐린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은 주로 항암제를 비롯한 약물 크기가 작은 약물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상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으로 철분 부족시 복용하는 조혈제나 골다공증 치료제처럼 단백질 약물을 전달하는 나노구조물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단백질 약물은 낮은 생체 흡수율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나노 약물전달시스템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백신도 나노구조물이 전달할 전망이다.

한편 나노기술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은 신체에 약물을 투여하는 경로를 변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폐조직은 상당히 넓은 표면적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약물이 몸 안으로 좀더 쉽게 흡수되도록 할 수 있다.

문제는 약물을 어떻게 폐까지 전달시키는가다. 우선 폐가 들이마시는 공기 성분이 산소인 것처럼 약물이 작아져야할 것이다. 나노기술은 약물을 나노구조 안에 가둘 수 있어, 이를 사람이 흡입하는 방법을 실현시킨다. 이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될 약물은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주사 맞는 인슐린이다. 미국의 인헤일 세라퓨틱스사는 이미 인슐린을 대상으로 임상 3단계 과정을 진행중이다. 이밖에도 미국의 유명한 약물전달 개발 전문회사인 말커메스사나 듀라 파머세티칼사는 나노입자를 이용한 폐흡수 약물개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의약품 제조는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된다.

나노 치료기술과 더불어 상업화에서 앞서가는 나노바이오 분야는 바이오칩과 같은 진단장비 기술이다.

진단장비 기술은 마이크로 전기기계 시스템(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s, MEMS)의 발전으로 이미 상업화가 상당히 진전돼 있기도 하다. 현재 DNA칩과 같은 바이오칩의 관련 산업계는 한창 생존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때문에 초기의 마이크로 단위의 바이오 진단장비 회사들 중에서 세계적으로 발돋움한 회사가 있는 반면, 이미 그 무대에서 사라진 곳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이오칩 제조사로 미국의 어피메트릭스사를 꼽을 수 있다. MEMS는 수μm-수mm의 초소형 시스템 제조 기술을 의미하는데, 현재 개발되고 있는 상당수의 첨단 초소형 장치는 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펜으로 점을 찍는 것과 같은 방식의 나노펜 기술은 DNA칩의 집적도를, 마이크로 단위의 장치를 개발하 는 MEMS 기술을 이용했을 때보다 1억배 높인다.
 


나노펜으로 DNA칩 집적도 1억배 높여

그런데 최근에는 이들 진단장비 개발에 마이크로 단위에서 나노 단위로 축소시킬 수 있는 나노 전기기계 시스템(Nano Electro-Mechanical System, NEMS) 기술이 추가되고 있다. 물론 나노기술을 이용한 바이오 진단장비는 아직 연구개발 초기 단계다. 그만큼 아직은 야심 찬 과학기술자가 이 분야로 뛰어들 여지가 높다는 말이다. NEMS 기술은 나노미터 단위의 DNA나 단백질을 하나하나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노기술이 진단장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자. DNA칩은 DNA를 유리 표면과 같은 고형물에 심어 넣은 것으로 유전자를 빠른 시간 안에 검색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MEMS 기술을 이용한 DNA칩에 유전자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샘플에 미리 염색을 해야 한다. 이는 칩에서의 반응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염색은 일종의 꼬리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 염색과정이 DNA칩의 집적도에 한계를 가져다 준다는 점이다. 반응시킨 결과가 붉거나 푸른색의 점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 점들을 우선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 점의 크기가 사용하는 염색이 나타내는 빛의 파장보다 작아지면 점들을 확인할 수 없게 된다. 마치 우리 눈이 TV 브라운관에 있는 각각의 색의 구성요소를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나노기술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대표적인 나노분석장비인 원자력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e, AFM)을 이용할 것을 제시한다. AFM은 폭이 수nm로 뾰족한 탐침과 시료 원자 사이의 원자들 간의 힘을 이용해 시료 표면의 영상 정보를 제공하거나, 표면에 원자나 분자 수준으로 조작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노장비다.

1999년 AFM 탐침을 펜처럼 이용해서 바이오칩에 DNA나 단백질을 심어 넣는 방법이 나노연구자들에 의해 고안됐다. AFM의 탐침에 원하는 성분을 포함하는 잉크를 찍어 고체 표면에 글씨를 쓰거나 점을 찍을 수 있다. 이 방법으로 고체표면에 찍을 수 있는 점의 지름은 15nm로, 이전 방법의 1백70μm와는 비교도 안된다. AFM을 이용한 바이오칩은 집적도가 기존보다 1억배 증가한 셈이다. 이 반응 결과도 AFM으로 읽을 수 있어 분석하고자 하는 샘플에 염색할 필요가 없다. 이같은 방법을 나노펜 기술이라고 하는데, 이 연구의 개발자는 나노펜 기술을 상업화하기 위해 나노잉크라는 벤처기업을 차렸다.
 

인공피부는 물론 인공눈이 나 인공귀가 10년 후쯤에 등 장할 전망이다.



나노소자 도입으로 인공감각기관 현실화

한편 나노기술을 이용해 피부와 뼈는 물론 눈, 코, 혀, 귀와 같은 신체 감각 기관을 인공적으로 개발하려는 연구도 나노바이오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2-3nm 두께의 DNA 이중나선 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을 나노 수준까지 이해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생체 물질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을 나노미터 수준에서 이론과 실험으로 밝혀가고 있다. 이로부터 얻은 결과로 생체 기능을 미세영역까지 모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인공피부나 인공뼈는 생체와 비슷한 구조를 띤 인공물질로 합성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인공감각기관은 단지 생체에 적합한 물질을 이용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 기관이 수행하는 감각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컴퓨터나 전자제품을 위해 개발될 것으로 생각되는 나노 전자소자 기술이 절실히 요구된다. 인공코가 사람처럼 각종 냄새를 감지하려면, 인체후각 신경계에 대응하는 인공신경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감각기관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분야에서 실질적으로 나노전자소자가 도입되는 시기는 앞으로 10년 후로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특허청 나노기술연구회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향후 5-10년 후에 실용화 또는 산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나노바이오 기술은 인공피부, 인공뼈와 같은 생체조직재생기술, 특정 기능을 갖는 생체분자 설계, 그리고 자기조합 기술이다. 10-20년 후에는 체내에서 검사와 치료를 할 수 있는 나노의료머신, 쓰고 버리는 DNA 해석 바이오칩 등이 실용화될 전망이다.

200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장이섭 태평양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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