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6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미국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해 만든 차세대 우주복 ‘AxEMU(Axiom Extravehicular Mobility Unit)’를 공개했다. 흰색 몸체에 무릎과 팔꿈치의 부분적인 회색 패치, 포인트를 주는 빨간색 줄까지. 명품의 손길이 더해져선지 괜히 더 멋스럽게 느껴졌다.
AxEMU는 ‘아르테미스 3호’ 계획에서 사용될 선외 우주복이다. 2017년, 미국은 달에 우주인을 보내고 유인 기지를 세우는 계획을 세웠다. 이것이 아르테미스 계획이다. 계획의 세 번째 단계인 아르테미스 3호에서는 유인 달 착륙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인 달 착륙은 1972년 발사된 아폴로 17호 이후 무려 50여 년만이다. 당초 2024년으로 예정됐다가 현재는 2년 뒤인 2026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3호 계획을 위해 새로운 선외 우주복 개발에 나섰고 2019년에 프로토타입인 xEMU를 공개했다. 그러다 2022년부터 액시엄 스페이스에게 우주복 개발을 넘겼다. 액시엄 스페이스가 프라다와 함께 개발해 2024년 발표한 결과물이 선외 우주복 AxEMU다.
“우주복의 목적이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탐사’로 바뀌었어요. 시대의 요구에 맞게 우주복도 변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1월 1일 화상으로 만난 김경재 NASA 존슨우주센터 연구원은 우주복이 바뀌게 된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그는 AxEMU 개발 과정에서 우주복을 입고 활동했을 때 일어나는 생체 신호를 분석하는 일을 한다.
1969년 아폴로 11호 미션에서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뎠다. 당시 우주인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토끼처럼 콩콩 뛰어 움직인다. 11월 6일 화상으로 만난 존 헌트 액시엄 스페이스 우주복 엔지니어링 부매니저는 “과거의 우주복은 기동성과 유연성이 많이 부족했다”며 “허리를 구부리는 것은 물론 달 표면을 걸어 다니는 것조차 어려웠다”고 전했다. 넘어져도 옆 사람이 도와주지 않는 한 일어나기 힘들었다.
AxEMU 개발에 함께 참여한 스테파니 존스턴 NASA 존슨우주센터 연구원은 11월 8일 화상 인터뷰에서 “우주복은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는 우주선”이라고 표현했다. 우주복 안에는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호흡 시스템, 체온을 조절하는 냉난방 시스템, 심지어는 소변 등의 생리현상을 처리하는 시스템 등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존재한다. 그러니 활동성은 우주복 기능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아폴로 미션 이후 1981년 새로운 우주복이 개발된 뒤 지금까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되는 선외 우주복은 40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약간의 기능 향상만 있었을 뿐, 활동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ISS에서는 공중 유영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굳이 걸어 다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계획은 다르다. 단순히 달에 발자국을 찍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달의 천연자원을 조사하고 심지어는 기지도 지어야 한다. 우주인들이 탐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전을 넘어, 우주복에 활동성을 더해줄 필요가 있었다.
NASA는 이에 맞게 우주복을 전면 수정했다. 허리, 팔다리, 어깨 등에 베어링을 넣어 움직임을 더 쉽게 만든 것이다. 베어링이란 부품 간 마찰을 줄여 부드럽게 회전하게 하는 부품이다. 장갑도 마디마디 구부릴 수 있도록 제작해 더욱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다. 2019년 NASA가 xEMU를 공개했을 때 우주복을 입고 무릎을 구부려 달 표면의 월석을 집는 시뮬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또한 탐사 작업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 우주선 밖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폴로 미션에선 선외 활동이 2시간 정도였다면 현재는 최대 8시간으로 늘어났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를 우주복 외부로 방출하는 능력을 탑재했다. 기존에는 흡수, 저장하는 방식이라 저장 용량을 넘기면 생명에 지장을 줄 위험이 있었다.
그 밖에도 존스턴 연구원은 “아르테미스 3호 우주인은 샘플을 채취하기 위해 매일 2시간 동안 달 남극을 탐사해야 한다”며 “달 남극의 극한 환경에서 체온 유지를 할 수 있도록 설계해달라고 액시엄 스페이스에게 특별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NASA
1969년 아폴로 11호 미션에서 사용된 우주복은 기동성과 유연성이 부족해 팔다리를 굽히기 어려웠다.
당시 우주인들은 달 표면의 물건을 집기가 힘들었고, 걷지 못하고 콩콩 뛰며 이동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