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마약인 엑스터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엑스터시 복용여부를 밝히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모발 검사기법이 개발돼 엑스터시 전쟁의 최전선에 배치됐다. 그 활약상을 살펴보자.
요즘 연예인들이 신종 마약 ‘엑스터시’를 복용한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벌써 구속된 사람만 여러 명이고, 앞으로 또 얼마나 구설수에 오를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왜 최근 연예인의 마약 복용 문제가 사회 전면에 부상한 것일까.
사실 일부 연예인의 엑스터시 복용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증명할 만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최근 1년 전에 먹은 엑스터시를 적발하는 새로운 검사기법을 대검찰청 마약감식실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엑스터시를 복용한 연예인이 빠져나갈 구멍이 사라진 것이다.
테크노댄스 즐기는 도구?
엑스터시 복용은 일부 연예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을 비롯해 평범한 사람들까지 복용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엑스터시가 다른 마약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 까닭이다. 왜 엑스터시가 이처럼 사회 전반으로 쉽게 퍼지고 있는 것일까.
엑스터시는 유럽과 북미에서 오래 전부터 테크노댄스 파티에서 남용되던 마약이다. 엑스터시(ecstasy)를 복용하면 황홀한 상태라는 뜻에 걸맞게 행복감과 자신감이 들고, 같이 있는 사람들과 친밀감이 깊어진다. 이 때문에 환각 파티를 위해 많이 사용된다.
우리나라에 처음 적발된 것은 1999년 말 국내 거주 외국인과 유학생이 복용한 사건이었다. 이후 ‘도리도리’라는 속칭으로 불리며 테크노바를 중심으로 활동무대를 넓혔다. 테크노댄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라는 잘못된 인식이 엑스터시의 급격한 확산에 기여했다.
엑스터시의 전파속도가 빨라진 이유 중 하나는 복용방법이다. 마약은 종류마다 다른 방법으로 복용한다. 예를 들어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필로폰은 주사로 투여하고, 대마초는 담배처럼 흡연한다. 코로 흡입하거나 파스처럼 피부에 붙이는 종류도 있다. 그런데 알약 형태인 엑스터시는 입으로 먹으면 된다. 복용 방법이 간편해서 마약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마약이라 생각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엑스터시는 주성분은 ‘MDMA’(메틸렌 다이옥시 메스암페타민)으로 환각성을 지닌 분명한 마약이다. 모든 마약은 한번 복용하더라도 건강에 해롭다. 또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복용을 멈출 수 없는 심각한 중독성이 있다. 엑스터시 역시 중독되기 쉽고, 자주 복용할 경우 심장마비로 생명을 잃거나 정신질환에 걸릴 위험까지 있다.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은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 그래서 일반 약물과 달리 허가 없이 제조하거나 복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은밀히 마약을 남용하는 사람의 수가 감소하기는 커녕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 사회를 마약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마약을 남용한 사람을 가려내 처벌하고 있다. 마약을 복용한 사람을 처벌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마약 복용 여부를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 마약 감식기법이 중요한 이유다.
몸속 곳곳에 남겨진 흔적
도대체 어떤 원리로 엑스터시와 같은 마약을 복용했는지 가려낼 수 있는 것일까. 마약을 복용하면 마약의 효과를 느끼게 된다. 마약 효과를 느끼는 것은 마약 성분이 몸에 흡수됐기 때문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혈액 중에 마약 성분이 있다는 얘기다.
혈액 중 마약 성분은 시간이 지나면 간, 폐, 신장으로 이동해 ‘대사’라는 생리작용을 거친다. 여기서 대사란 마약 성분이 체외로 배설될 수 있도록 물에 녹는 물질로 변화되는 생체반응을 말한다. 대사작용으로 만들어진 물질을 대사체(metabolite)라 부르는데, 마약성분은 이 속에 포함돼 있다.
대사체는 결국 몸밖으로 나가는데 흔히 이를 ‘배설’이라고 표현한다. 소변, 대변, 땀, 호흡 등으로 다른 배설물과 함께 배설되는 것뿐 아니라 모발, 손톱, 발톱 등 신체 일부분으로 배설되는 것도 포함된다. 결국 이들 배설물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마약의 흔적이 남는 셈이다.
배설물 중 소변과 모발이 마약 복용여부 확인에 주로 이용된다. 비교적 간단히 채취해 검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약 성분마다 고유한 대사체가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마약 감식기법으로 배설물에 포함된 대사체 종류를 밝히면 어떤 종류의 마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있다.
소변검사는 현장키트검사법과 면역반응측정법, 가스크로질량분석법 3단계로 나뉘어 실시된다. 현장키트검사는 마약 복용 혐의자를 체포한 현장에서 소변을 채취해 직접 복용여부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마약감식에 비전문가인 수사관이 마약 대사체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도록 간단한 키트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그리 정확하지는 않다. 실제 오류가 있을 가능성 때문에 처벌의 근거로 인정되지도 않는다.
면역반응측정법과 가스크로질량분석법은 모두 전문가인 감식관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면역반응측정법은 항원·항체 반응 원리를 이용한 기법이다. 우리 몸은 병균과 같은 외부물질이 침입하면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저절로 항체를 만든다. 마약도 마찬가지다.
마약과 관련된 항체를 이용하면 거꾸로 소변 속에 항원인 마약 성분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항체를 얻기 위해서는 동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엑스터시의 경우에는 양이나 염소에게 엑스터시를 먹여 만들어진 항체를 이용한다. 면역반응측정법은 수십명의 소변을 동시에 검사해 1-2시간 안에 복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면역반응측정법으로 검사한 소변이 마약에 대해 양성으로 판정되면 가스크로질량분석법을 이용해 다시 한번 검사한다. 면역반응측정법의 결과가 화학구조가 유사한 성분에도 반응하는 오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스크로질량분석법은 가스 크로마토그래피와 질량분석기를 사용하는 두단계로 나뉜다.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는 혼합기체로 만들어진 시료를 열전도율의 차이에 의해 분리하는 방법이다. 싸인펜으로 쓴 글씨가 물에 번져 분리되는 것처럼 혼합기체가 조금씩 움직이면서 아주 미세한 성분으로까지 분리된다. 질량분석기는 가스 크로마토그래피로 분리한 소변 속의 마약성분을 확인하는데 사용된다. 가속시킨 이온이 자기장을 지날 때 변화하는 스펙트럼을 분석해 성분을 알아내는 방법이다.
복용 시기까지 알아낸다
그런데 소변을 이용한 감식기법은 근본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복용한 후 3-4일 정도가 지나면 마약 대사체가 모두 배출돼 더이상 소변으로 복용 사실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약수사 중 복용했다는 심증은 가도 물증이 없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대검찰청에 도입된 모발감식기법은 수개월 전에 복용한 엑스터시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모발로 배설돼 축적된 마약 성분은 모발을 잘라버리지 않는 한 언제나 축적된 상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 전에 먹은 엑스터시라도 잡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마약 복용여부 모발검사는 1978년 독일의 화학자 바움가트너가 모발에서 모르핀 성분 복용여부를 검사한 것이 시초다. 그 후 여러 나라에서 마약 복용여부를 확인하는 과학수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중반부터 필로폰 투약사범 수사에 모발검사를 활용했다.
사람의 모발에는 머리카락, 턱수염, 겨드랑이 털, 체모, 눈썹, 성기주변 털이 있다. 이 중 머리카락은 보통 약 10만개 정도로 수가 많고 채취하기가 가장 간편하다. 혈액 속의 마약 성분은 모근의 모구에 있는 모세혈관을 통해 머리카락이 될 세포로 유입된다. 세포에 필요한 영양물질처럼 세포질 속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가 각질화되면서 축적된 마약 성분은 머리카락의 성장과 함께 이동한다. 머리카락이 자라기 때문에 마약 성분이 있는 부위가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계속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3-6년의 성장기가 지나면, 성장이 멈춘 퇴행기 상태로 1-1.5개월 동안 있다가, 탈모되는 ‘휴지기’를 겪는다.
모발검사는 모발에 묻은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세척과정’에서 시작된다. 이번에 마약감식실에서 개발된 엑스터시 성분 모발감식기법은 채취한 모발을 세제나 메탄올로 씻고 잘게 자른다. 그 다음 염산 산성 메탄올에 하루밤을 담그는 ‘추출과정’을 거친다. 그러면 엑스터시는 염산염이 돼 녹아나온다.
마직막으로 마약 성분을 확인하는 ‘분석과정’이 필요하다. 가스크로질량분석기를 사용하는데 모발 1mg당 수ng(1ng은 10억분의 1g) 정도의 극미량까지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하다. 실제 엑스터시 수사에서 소변검사를 통과한 사람 가운데 43%가 모발 검사에서 적발됐다. 모발 검사의 정확도는 100%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머리카락은 하루에 0.3-0.4mm 정도 성장하는데, 1개월에 평균 1cm 정도 자란다. 물론 성장 속도는 연령과 건강상태, 인종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생리적으로 기간에 따라 머리카락이 일정하게 성장한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다.
머리카락의 성장 속도가 일정하고 모발에 축적되는 약물량은 복용량에 비례하는 원리를 이용하면 모발검사로 복용정도와 시기를 추정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모근 부위부터 2cm 간격으로 잘라서 감정한 결과 4-6cm 부위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면 해당 피의자는 채취일로부터 역으로 환산해 4-6개월 사이에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근 환각 효과를 오래 갖기 위해 엑스터시를 필로폰이 결합한 마약 등 새로운 마약이 등장하고 있다. 마약이 들어 있는 중국산 살 빼는 약이 주부를 유혹하기도 한다.
마약은 끊기가 매우 어려운 만큼 처음부터 손도 대지 말아야 한다. 한번 먹은 마약은 몸속에 어떻게든 자신의 흔적을 남긴다. 이 흔적 때문에 첨단 마약검사 방법의 감시망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마약은 의존성 있는 약 종류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약’(藥)이라 한다. 마약(痲藥)은 약 중에서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하면 해로운 독으로 작용하면서 ‘의존성’이 있는 종류를 가리킨다. 의존성은 약을 복용한 사람이 약에 중독돼 중단하고 싶어도 중단하지 못하는 약물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크게 정신적 의존성과 육체적 의존성으로 구분된다.
정신적 의존성은 약물을 끊고 싶어도 정신적 욕망 때문에 끊지 못하는 상태다. 마약뿐 아니라 담배 같은 기호식품에도 약하기는 하지만 정신적 의존성이 있다. 예를 들면 담배를 끊고자 해도 쉽게 끊지 못하고 계속 피우게 되는 상태는 담배에 정신적 의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담배가 마약의 일종이란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마약을 복용하다가 중단하면 눈물, 콧물, 경련, 정신분열증상 등 심각한 금단증상이 나타나면 육체적으로 의존됐다고 말한다.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다.
마약은 의존성이 강할수록 강력한 마약으로 취급돼 좀더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일반약은 약사법으로 관리하는데 비해 마약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리된다. 일반약보다 제조, 판매,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는 특징이 있다. ‘마약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관리되는 약물을 통칭하는 용어다. 마약류는 마약과 향정신성의약품, 그리고 대마 세가지로 규정돼 있다.
법률에서 마약은 양귀비, 아편, 코카잎과 이들에서 추출되는 모든 알카로이드(헤로인 등 34종), 그리고 이와 동일하게 남용되거나 독 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화학적 합성품(페치딘 등 74종)을 가리킨다. 향정신성의약품은 오용 또는 남용에 의해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이 생기는 의약품이다. 사용이 완전 금지된 성분(엘에스디 등 23종)과 의료용으로 제한돼 사용되는 성분(메스암페타민 등 20종) 등 종류가 다양하다.
대마는 담배로 만들어 흡연하면 중독 증세를 보이는 마약류다. 그런데 법률에서 마약과 별도로 됐기 때문에 대마는 마약이 아니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법률상 대마는 분명 마약류의 한종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