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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위에 뿌리내린 첨단과학

세균학의 메카, 파스퇴르 연구소 설립 100년

수많은 전염병 백신개발로 인류를 질병의 위협에서 구출해 낸 파스퇴르 연구소는 최첨단 생명공학에 도전하고 있다.

'세균학의 메카'라 불리는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가 1백주년을 맞아 기념행사가 한창이다. 1백주년 기념주간으로 선포된 10월 5일부터 9일까지 전 프랑스의 중·고교에서는 파스퇴르연구소에 대한 학습을 실시하였고, '분자생물학과 전염병'이라는 주제로 세계의 권위있는 학자들이 참석한 기념학술토론회가 5일동안 계속되었다. 또한 10일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연구소의 특성과 연구업적을 설명하는 공개 강연회가 매주 3회씩 한달간 열리고 있다.

그밖에 연구소의 역사전시회 기념오페라 등이 개최되었다. 모든 기념행사에는 미테랑 대통령을 비롯 사회 각계 중요인사들이 참여, 프랑스인의 파스퇴르연구소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다.

1885년 광견(狂犬)에 물린 어린 소년에게 광견병백신을 주사하여 소년의 생명을 구한 '루이파스퇴르'(1882-1895)는 이듬해 광견병백신연구소 창설을 제의, 국내외 모금을 받아 1887년 광견병접종전문기관을 세운 것이 파스퇴르연구소의 출발이다.


(표1) 파스퇴르연구소의 주요 업적

인류를 질병에서 구원

파스퇴르연구소의 설립목적은 '인류를 질병의 위협에서 구해내자'는데 있다. 이에따라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곰팡이 원생동물 등 미생물에 대한 연구와 미생물을 이용한 질병퇴치에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파스퇴르연구소가 만들어낸 전염병백신 만해도 파상풍 소아마비 디프테리아 결핵 콜레라 B형간염 등 수없이 많고, 최근에는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의 바이러스(LAV)발견에 이어 그 예방법치료연구에 들어가 있다. 이밖에도 설파제와 항히스타민제의 제조와 여러가지 혈청요법 등 도 이 연구소 주요업적으로 손꼽히고 있다(표1).

이러한 업적은 6회에 걸쳐 8명이 노벨의학·생리학상을 받은 것으로 잘 나타나 있다.(표2).

설립당시 광견병접종전문기관으로 출발했던 파스퇴르연구소는 현재는 생물학 전반에 걸친 종합 연구소로 발전하였다. 작년에 내한한 바 있던 파스퇴르 종양바이러스 연구팀장이자 AIDS바이러스 LAV발견자의 한 사람인 '장셰르망'박사는 "우리 연구소는 1세기의 긴 역사를 가진 연구소로 연구뿐아니라 교육, 제품생산을 한꺼번에 하는 독특한 연구소이다. 종업원만해도 2천여명이 넘고 이중에 순수 연구자가 5백여명이다. 최근에는 생명공학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간염백신 인터페론 성장호르몬 뇌신경제 등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박테리아를 이용한 공기중의 질소고정연구, 면역계통의 약품연구 등 생물학 전반에 걸친 연구 개발 생산이 주축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설립당시의 주요연구분야는 세균학이었고 주로 미생물연구에 주력했으며, 그후 면역학 등이 연구테마로 포함되었다. 1990년에 생화학연구센터와 라듐연구센터가 산하 연구소로 설립되었고 2차대전 말기에는 바이러스연구센터가 문을 열었다.

1981년에는 미테랑대통령이 연구소설립 이후 단일연구센터로는 최대규모라고 하는 면역학연구소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생명공학분야의 대형 연구센터를 설립하였다. 생명공학은 다음세대의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최첨단 분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지금까지 주력해온 각종 전염병의 백신개발뿐아니라 항생체등 의약품의 개발과 함께 미생물학 생화학 분자 생물학 유전학 세포학 등 생명과학 전반에 걸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8개의 연구부를 두고 있고 그 밑에 72개의 연구실로 세분돼있다. 8개연구부는 세균 및 곰팡이 연구부, 바이러스연구부, 생태학부, 면역학부, 생화학 및 분자유전학부, 분자생물학부, 임상병리학부, 임상치료부로 구성돼있다.

이러한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통적 연구분야인 질병퇴치의 역할과 함께 새로이 대두되는 생명공학에서도 선두에 서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인다. 생명공학은 앞으로 여타 산업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인류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킬 전망있는 분야라는 판단에서이다.

생명공학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파스퇴르연구소 에서는 지난 80년 정부의 자금지원으로 'G3'(Group of Gene Genetics) 센터를 발족시켰다. 이는 생명공학을 다루는 특수기동연구조직이라 할수 있는데, 운영기법이 독특하고 조직상 융통성이 뛰어나, 연구프로젝트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G3와 모든 연구실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있어 부분적으로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기도 한다. 공동연구는 파스퇴르연구소의 중요한 특징이다.


(표2) 파스퇴르연구소 노벨상 수상자
 

생명공학에서도 선두에 서고자

생명공학연구부서를 특수조직으로 발족시킨 것은 이 분야에서 프랑스가 미국과 일본의 수준을 뛰어넘어 선두를 달리겠다는 프랑스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반영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생명공학을 이용, B형간염백신 인터페론 질병진단용시약 단일클론항체 등 의약품은 물론, 질소고정셀롤로스분해균, 미생물 농약 등을 개발하였다. 이들은 이미 기초연구를 끝내고 대량생산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미생물을 이용한 항생제의 대량제조기술은 오래전에 확립되었다. 이미 시판되고 있는 인터페론은 78년에 1회 투여량의 인터페론값이 3만달러에 순도가 1% 미만에 머물렀으나, 83년에는 인터페론값은 3백달러 수준으로 떨어졌고 그 순도도 1백%에 가깝게 접근하였다.

첨단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파스퇴르연구소의 기초연구가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초연구를 위해서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나 대학의 과학자들도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더우기 연구제품의 산업화에서 미국에 떨어진 다는 판단 아래, 기초연구기관과는 별도로 파리교외에 생산연구기관인 IPP를 설립, 그냥 사장되기 쉬운 연구성과의 산업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IPP는 생산연구뿐아니라 시장조사 판매업무까지 담당해 기초연구결과를 기업화에 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중간연구성과를 평가해 연구를 계속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도 판단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산제품의 시장실패율을 떨어뜨려 재원의 낭비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파스퇴르연구소는 파리의 중앙연구소 외에도 프랑스에서는 '리유'와 '리용'에 각각 별도의 파스퇴르연구소가 연구활동을 펴고 있다. 이 두 연구소는 중앙연구소와 긴밀히 협력하지만 법률적으로는 완전히 독립돼있다. 국제적으로는 약 30개의 산하 전문연구소가 인도차이나와 서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초로 AIDS바이러스를 발견한 「뤽 몽따니에」박사.
 

기구의 독립과 자유로운 연구활동

학술기관이 1백년간 번성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파스퇴르연구소가 계속해서 번성할 수 있었떤 것은 완전한 기구의 독립과 이에 따른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연구활동보장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연구소의 재정은 정부지원 50%, 자체수익 25%, 민간지원(기증 유산 모금등) 15%, 산업계로부터의 로얄티수입 10%등으로 운영된다. 프랑스정부로부터 예산의 절반을 지원받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이 연구소는 운영에 대한 외부 간섭을 받아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선발이나 연구테마는 물론 기구관리와 일반업무에까지 철저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기업으로서 연구원에 대한 철저한 자율성 보장은 한분야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연구업적을 다음대에 전수해주는 전통적 분위기가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연구조직 외에 병원과 자료센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원은 1900년에 설립돼, 의학 또는 세균학이론 임상적으로 적용하는 연구센터역할을 한다. BCG백신과 페니실린의 임상실험이 이 병원에서 시행된 바있고, 외래 진료로는 전염병 열대병 피부염 등을 본다. 전염병중 기생충 곰팡이 관련 질환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자료센터는 전염병감시에서 예방임무까지도 도맡아 한다. 이 센터에서는 세계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수집되어 분류된다. 자료센터는 프랑스 내에서만 20여곳. 광견병 자료센터를 비롯 연구소내에 16개가 있고 세계보건 기구(WHO)와 협력하는 자료센터가 5개소, 식량농업기주(FAO)와 협력하는 자료센터도 있다. 파스퇴르연구소의 몇몇 과학자들은 WHO의 자문관을 겸하고 있다.

왁찐 예방법의 일반화에 성공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82~1895) 는 프랑스 동부의 '쥐라'에서 태어났다. 파리의 '에콜 노르말'(사범학교)에서 물리·화학을 공부하고, 모교의 조교로 일하였다. 최초의 연구는 타르타르산(酒石酸)에 관한 것이다.

'디종' 중학교의 물리교사를 거쳐 1849년 '스트라스부르'대학 화학교수가 되었으며 화학조성 결정구조 광학활성의 관계를 연구하여 입체화학의 기초를 구축하였다. 이때부터 우주의 '비대칭성'을 논함과 동시에 생명의 화학적연구에 흥미를 가졌다.

1854년에는 신설된 '릴'대학의 화학교수겸 이학부장, 57년에는 에콜노르말의 부주사(副主事)에 취임하였다. 이때부터 발효 부패연구를 시작하여, 젖산발효는 젖산균의, 알콜발효는 호모균의 생활에 관련해서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어 식초의 새로운 공업적제법을 확립하고 포도주가 산패(酸敗)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저온 살균법을 고안하여 프랑스의 포도주제조에 크게 공헌하였다.

저온살균법이란 체액을 58˚C로 1~2시간 가온하고 이것을 반복함으로써 무균상태에 가깝게 하는 살균법이다. 파스퇴르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살균법은 고온에서 변화 내지 파괴되는 비타민 당류 단백질 등을 함유햐는 우유 등의 살균에 널리 쓰이고 있다.

1865년 '뒤마'의 의뢰를 받고 누에의 미립자병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 끝에 양잠업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그의 연구는 인간의 전염병의 병원체에 대한 연구로 이어졌고 예방법 발견에 많은 공헌을 했다. 1867년 '소르본'대학의 화학 교수가 되었으나 '에콜 노르말'에서 연구를 계속, 탄저병(炭疽病) 패혈병(敗血病) 산욕열(産褥熱) 등의 병원체를 밝혀냈다. 79년에는 닭콜레라의 독력(毒力)을 약화한 배양균을 닭에 주사하고 면역이 된다는 것을 발견, '제너' 이래 과제로 남았던 왁찐 접종에 의한 전염병 에방법의 일반화에 성공 하였다.

그의 최대의 업적은 광견병의 백신제조에 성공한 것으로 이것이 계기가 되어 파스퇴르연구소가 창설되었다. 파스퇴르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연구소의 초대 소장에 취임하였다.

민간인들의 유산 기증도 많아

파스퇴르연구소에 대한 프랑스인의 애정은 대단하다. 프랑스인만 이니라 전세계 생물학 연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고 유럽의 일반인들도 이 연구소를 사랑하고 있다.

영국 '에드워드' 공과 '세기적 사랑' 으로 화제를 뿌렸던 '심프슨'부인은 1986년 4월말 89세를 일기로 일생을 마치면서 현금과 부동산 등 7백만달러의 유산을 파스퇴르연구소에 기증했다. 미국 출신으로 영국인과 연애했던 심프슨부인이 프랑스 연구기관에 거액의 유산을 기증한 것만 보아도 파스퇴르연구소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파리 중심가인 '독퇴르 루' 가(街)의 루이 파스퇴르 생가(生家)를 중심으로 자리잡은 이 연구소의 고색창연한 건물은, 언뜻 보기에는 과연 이곳이 현대의 최첨단과학중의 하나인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할만큼 외향이 풍겨주는 깊은 역사는 기초과학의 뿌리가 생명공학이야말로 뿌리가 탄탄함을 말해준다. 이러한 전통속에서 움트는 생명공학이야말로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첨단과학으로 발전한다고 말할 수 있다.

1987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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