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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별은 어떻게 태어나나요?

태아가 모태에서 자라듯 아기별(원시별)은 성간분자운에서 자란다. 별이 태어나기까지 물질 유입, 원반, 제트 등 다양한 현상이 벌어진다는데….

아기별
원시별은 아직 별로 탄생하기 전 상태이므로 엄밀하게 비유한다면 ‘태아별’이란 표현이 맞지만 국내 천문학자들의 통상적인 표현에 따라 아기별이라 부른다.

별들의 고향인 성간분자운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성간분자운은 99%의 기체와 1%의 먼지로 구성된 ‘우주구름’인데, 먼지가 빛을 차단해 어두컴컴하고 기체가 뭉쳐 별들이 태어난다. 특히 별들은 1cm3당 1만 개 이상의 기체분자(99% 이상이 수소분자)가 밀집된 성간분자운인 성간분자운핵(dense molecular core)에서 탄생한다. 예를 들어 오리온 대성운, 황소자리 분자운에서 별들이 많이 태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성간분자운의 물질 덩어리가 진짜 별로 수축하는 동안의 상태를 원시별, 즉 아기별 이라고 부른다. 아기별은 주변에서 물질을 끌어들여 몸집을 불리는 동시에 적도 부근에 원반을 형성하고, 양극 방향으로 일부 물질을 뿜어낸다. 물질이 양극에서 밖으로 빠르게 나가는 흐름은 ‘제트’라 한다. 나중에 아기별 주변 원반에서는 행성이 탄생하기도 한다.
물질 유입, 원반, 제트, 행성 탄생…. 아기별을 둘러싸고 그 ‘요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만나보자.

이란성 쌍둥이 아기별
아기별에서 나오는 제트는 초속 수백km로 매우 빨라 1980년대에 이르러서야 관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아기별이 자라는 데 필요한 물질 유입은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천문연구원 국제천체물리센터 최민호 박사는 “아기별로의 물질 유입은 속도가 초속 수백m로 느려 1995년 이후에나 첫 증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닐 에반스 교수팀이 작은 분자운 B335를 전파로 관측해 아기별로 물질이 유입되는 현상을 포착한 것이다. B335는 지구에서 독수리자리 방향으로 800광년 떨어져 있는 분자운이다.

한국천문연구원 국제천체물리센터 이창원 박사팀은 아기별의 요람인 성간분자운핵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이 박사팀이 지구에서 수백 광년 이내에 있는 성간분자운핵 수백 개의 운동을 전파로 관측해 분석한 결과 성간분자운에서 기체 덩어리가 수축하는 움직임(infall)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 결과는 1999년, 2001년 미국 천체물리학저널(ApJ)에 실렸다.

최근 이 박사팀은 지금까지 알려진 아기별 중에서 가장 어두운 아기별을 발견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미국항공우주국(NASA) 스피처 우주망원경으로 지구에서 약 600광년 떨어져 있는 가스 덩어리를 자세히 관측한 결과, 한쪽에서 태양 밝기의 5%에 불과한 밝기로 빛나는 아기별 ‘L328-IRS’을 찾아냈다. 현재의 표준 별생성이론에서도 설명하기 힘든 이 결과는 올해 3월 ApJ에 발표됐다.

흥미롭게도 이 아기별에서는 물질 유입이 아직까지 관측되지 않았다. 이 박사는 “칠레에 건설 중인 거대전파망원경배열(ALMA)처럼 분해능이 좋은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별 근처에서 기체가 유입되는 미세한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아기별은 주변에 물질이 많지 않아 태양 같은 별로 성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질량이 태양 질량의 0.08배는 돼야 중심에서 수소핵융합반응을 일으키며 별이 된다.

최민호 박사팀은 이란성 쌍둥이 아기별을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 최 박사팀은 지구에서 약 800광년 떨어져 있는 성간분자운핵 NGC1333 IRAS 4A에서 쌍둥이 아기별을 전파로 관측해 이들이 한 ‘모태’에서 태어났지만 성질이 매우 다른 ‘이란성’임을 발견했다. 이 결과는 2007년 10월 ApJ에 실렸다.

나이가 1만 년 내외로 어린 쌍둥이 아기별 가운데 하나인 A1 주위에 있는 원반에는 고체 성분, 즉 먼지가 많은 반면, 다른 하나인 A2 주변 원반에는 기체 성분이 많았다. 두 아기별에서 기체와 고체 비율은 7배 정도 차이가 났다. 최 박사는 “A2 원반에 고에너지 충격파를 받아 가열된 기체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백만 년 뒤에 원반에서 행성이 형성된다면 한쪽에는 딱딱한 지구형 행성이, 다른 한쪽에는 기체가 많은 목성형 행성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최 박사는 이 분자운핵의 아기별에서 제트가 굉장히 가늘게 나온다는 점에 주목하고 양극 방향의 제트를 세밀하게 관측했다. 그 결과 한쪽 극에서 나오는 제트가 30°로 크게 꺾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 박사팀은 아기별 제트에서 이 같은 현상을 처음 발견해 2005년 8월 ApJ에 발표했다. 곧이어 제트가 꺾이는 영역을 자세히 살피다가 쌍둥이 아기별 주변 원반의 특징을 포착했다. 제트를 연구하려다가 이란성 쌍둥이 아기별을 만난 셈.

요즘 최 박사는 아기별에 존재할 자기장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그는 “아기별 주변의 원반이나 제트는 자기장이 있어야 설명할 수 있다”며 “일부 아기별에서 태양 플레어 폭발보다 100배나 강한 폭발 현상이 관측됐는데, 이는 아기별의 자기장이 태양보다 훨씬 세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 박사팀은 지구에서 남쪽왕관자리 방향으로 600광년 떨어진 분자운에 있는 아기별 IRS7과 IRS5에서 대규모 자기장을 발견해 올해 1월 ApJ에 발표했다.

사실 태양은 그 크기로 볼 때 지구나 목성에 비해 자기장이 굉장히 약해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다. 자기장이 강했다면 고에너지 입자나 전자기파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외계생명체를 수색하는 과학자들이 태양 같은 별에 관심이 큰 이유다.

한국천문연구원 최민호 박사팀이 발견한 쌍둥이 아기별 A1과 A2. A1은 주위 원반에 고체 성분(먼지)이 많은 반면, A2는 주위 원반에 기체 성분이 많아 두 별은 ‘이란성 쌍둥이’임이 드러났다.

5월 세계 천문의 해 이벤트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주관으로 5월 5일에는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어린이날 이벤트가, 9일에는 경기 고양시 과학문화축제 한마당이 펼쳐진다.

병실에서 마음의 별을 찾다
5월 7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일반 환자와 어린이 환자를 위한 강연과 영상 별 음악회(천상의 오디세이)가 열린다. 또 ‘지구에서 보는 우주’ 천체사진 전시회와 함께 별 관측회가 예정돼 있다.

만화작가 워크숍
5월 19일~21일 한국천문연구원 보현산천문대에서 만화작가 워크숍이 열린다. 윤태호, 권교정, 전세훈, 조남준, 신성식, 정혜용, 홍승우, 손문상 등의 작가들은 천문학자들로부터 천문학과 우주과학 최신 연구동향을 듣는 한편, 천문학자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작품 활동에 필요한 아이디어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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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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