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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우상 숭배의 물증

신전에 남은 발자국


우상 숭배의 물증


범인을 추적하는데 가장 확실한 단서는 심증이 아니라 물증이다. 기독교의 신교도가 '구약성서'에서 삭제한 14편(후에 이를 엮어 '외경'(Apocrypha)이라 불렀다) 중에는 바로 물증을 잡아 사건을 해결하는 흥미로운 탐정 얘기가 소개된다.

기원전 6세기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사람들은 여러 종류의 신을 숭배했다. 신도들은 각자 자신이 모시는 신을 진정한 절대자로 생각하고 다른 신들을 우상으로 여겼다.

당시 하나님(여호와)을 숭배하고 그리스도의 출현을 예언한 다니엘은 바빌로니아인들이 열렬하게 숭배하던 벨(Bel)이 진정한 신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우상이라는 점을 증명해 탐정의 면모를 과시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벨을 모시는 사원을 짓고 매일 양질의 밀가루 12푸대, 양 40마리, 포도주 6병을 바쳤다. 왕 역시 벨을 숭배하며 매일 가서 기도를 올렸다.

그러나 다니엘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우상을 숭배할 수 없다”고 말하며 왕의 잘못을 지적했다. 왕이 “신이 아니고서야 하루에 그렇게 많은 양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묻자 다니엘은 웃음지으며 “속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자 왕은 승려들을 불러 “만일 다니엘과 너희 중 어느 하나가 거짓말을 했다면 그에게 죽음을 내릴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그날 밤 왕이 사원 안으로 들어가자 승려들은 “저희는 먼저 나갈테니 왕께서 음식과 술을 제단에 올려놓고 문을 닫은 후 잠가놓으십시오”라고 얘기했다. 다음날 왕이 사원에 왔을 때 음식이 남아있다면 승려가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니엘이 승려들을 모함했다는 점이 밝혀진다.

사실 승려들은 제단 밑에 비밀 통로를 만들어놓고 밤에 몰래 들어와 음식을 모두 먹어치웠다. 이를 눈치챈 다니엘은 하인을 시켜 하얀 횟가루를 신전 곳곳에 뿌려놓으라고 일러놓는다.

왕은 승려들이 시키는대로 음식을 차려 놓은 후 문을 걸어잠근다. 밤이 되자 승려들은 가족을 이끌고 제단 밑에서 나와 평소처럼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다.

다음날 아침 왕은 음식이 없어진 것을 보고 “위대한 신 벨이여!”라고 큰소리로 외친다. 그러나 다니엘은 당황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그는 왕에게 바닥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을 보여줬다. 그때서야 왕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 왕은 벨의 동상을 파괴하고 사원을 폐쇄했다.

1999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 자료출처

    강효흔 대표
  • 자료출처

    이윤기 번역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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