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는 황사가 너무 심해 유치원·초등학교에 임시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왜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황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일까. 노란 흙먼지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는 않을까. 황사를 제대로 알고 대처하자.
지난 3월 21일 우리나라 기상 관측이래 최악의 황사가 전국을 강타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4년 이후 가장 심한 황사”라고 평가했다. 노란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어 짙은 안개가 낀 것 같았고, 시야도 흐려져 서울의 경우 맨눈으로 물체를 구별할 수 있는 최대거리가 1.2km에 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중천에 뜬 해가 보름달인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였다.
최근 황사가 급증하고 있다. 봄철에 황사가 일어난 전국 평균 일수는 1961년부터 1990년까지 30년 간 2.6일이었다가 1971년부터 2000년까지 30년 간 3.3일로 0.7일 증가했다. 황사 발생일수로 따지면, 서울의 경우 1999년에 6일, 2000년에 10일에서 2001년에는 27일로 급증했다. 작년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전, 광주, 부산 등 주요도시에서도 대부분 20일 넘게 황사가 출현했다. 이 정도라면 황사는 피할 수 있는 ‘불청객’이 아니라 맞설 수 없는 ‘조폭’ 수준이다.
강한 상승기류와 상층 바람의 합작품
봄철이면 으레 찾아오는 황사가 요즘 들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서를 찾기 위해 황사가 일어나는 과정부터 살펴보자.
황사는 중국 내륙의 발원지에 있던 미세한 먼지입자가 상층 바람(편서풍)을 타고 날아와 우리나라를 덮치는 현상이다. 특히 3월에서 5월에 걸친 봄철에 우리나라를 둘러싼 주변의 기후여건이 황사 발생조건에 맞아떨어진다.
황사의 발원지에는 건조한 모래먼지가 많다. 보통 햇빛이 지표를 강하게 가열할 경우 대기가 불안정해 강한 상승기류(저기압)가 나타나고, 때로 강풍이 휘몰아친다. 건조한 모래먼지가 한바탕 일어나는 강풍에 위로 도약하고 다시 강한 상승기류를 만나면, 이 가운데 1-10μm(1μm=${10}^{-6}$m) 정도인 먼지입자가 높이 솟구쳐 한국행 편서풍에 몸을 싣는다. 이때 우리나라에 하강기류(고기압)가 나타나면 노란 흙먼지가 우리 시야를 가리고 호흡기와 눈을 괴롭힌다. 이것이 바로 황사현상이다.
3월 21일 우리나라에 심한 황사가 나타난 원인에는 기압 패턴도 한몫했다. 1-2일 전에 중국 대륙에서 강력한 저기압이 발생해 중국 내륙의 황사 발원지에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흙먼지를 끌어올렸던 것. 중국의 경우 북부와 서부의 1백20여개 현에 세찬 바람과 함께 먼지폭풍이 휘몰아쳤고 베이징에서는 가시거리가 1백m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20여년 만에 최악의 황사를 맞았다. 이 엄청난 먼지떼가 상층 바람을 따라 우리나라에 엄습해왔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이 저기압이 통과하며 비가 내린 후, 고기압권에 들었을 때 중국에서 실려온 먼지떼가 쏟아지며 강한 황사가 나타났다.
물론 황사는 발원지의 많은 모래먼지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내륙 지역은 연평균 강수량이 4백mm 이하(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은 1천1백-1천7백mm)로 적고 증발이 잘 안되는 지역이므로, 이 지역에 건조한 모래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심해졌다. 이 지역의 고온건조한 상태가 몇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비사막, 타클라마칸사막, 만주, 몽골고원, 황하 중류의 황토지대 등의 황사 발원지는 작년 말부터 비가 거의 오지 않아 수개월 동안 토양이 극심하게 건조한 상태다.
과도한 삼림 훼손과 방목이 원인
뿐만 아니라 중국 내륙 지역에서 가속화되는 사막화 현상이 최근 극심해진 황사의 원인이다. 황사발원지의 면적은 사막이 48만km², 황토고원이 30만km²,에 인근 모래지역까지 합하면 한반도 면적의 4배에 달한다. 중국정부에 따르면 현재 내몽고, 간쑤, 신장 지방을 중심으로 매년 2천3백30km²의 사막이 늘고 있다. 한해에 제주도보다 넓은 지역이 사막화되는 것이다. 이런 대규모 사막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학자의 한 연구를 보면 가장 큰 요인이 땔감으로 쓰기 위해 무분별하게 삼림을 훼손하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전체 요인의 32.4%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과도한 방목이 30%, 지나친 경작이 23.3%를 차지한다. 실제 중국에서 염소, 양, 말, 소 등의 가축은 1961년 1억7천1백만마리에서 2000년 4억7백만마리로 두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방목된다고 한다.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 과다하게 목축하거나 경작지를 과다하게 개간함으로써 지하수가 고갈됐고, 결과적으로 호수가 사라지고 강물이 말라붙자 초지가 황무지로 바뀌었던 것이다. 또 강풍 때문에 사막에서부터 황폐된 지역으로 유입되는 모래도 사막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황사는 이제 더이상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람들의 무지한 손길에 의해 더욱 확대·재생산되는 인재(人災)다. 10여명의 한·중과학자들이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2주 동안 황사가 빈발하는 중국 북부지역을 직접 조사해 확인한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그곳 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지 않고는 파괴된 생태계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일이 힘든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황사 퇴치를 위한 10개년 계획을 세운 것을 비롯해 한국·중국·일본의 환경장관이 황하 상류지역의 생태계를 복원하는 사업에 협력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러스 없지만 미세먼지 위험
중국에서 날아온 노란 흙먼지 황사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황사가 강해지면 사람들은 눈과 호흡기에 지장을 받는다. 평소 하늘에 떠다니는 미세먼지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황사현상은 17일에 하루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3백22μg/m³(1μg=${10}^{-6}$g)로 환경기준(150μg/m³)을 크게 초과하면서 시작됐다. 급기야 21일에는 한때 서울 한남동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2천2백66μg/m³에 달했다. 황사의 강도도 침전물이 쌓인 곳에 손으로 글씨를 쓰면 뚜렷하게 보일 정도를 나타내는 ‘강’에 해당했다.
전문가들은 황사가 강할 경우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하더라도 마스크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하라고 권장한다. 황사의 미세먼지는 눈과 호흡기의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점막이 자극을 받으면 눈이 따갑고 눈물이 나며, 코가 간지럽고 재채기가 발생하며, 목이 아프고 가래가 낀다. 건강한 사람은 황사가 심한 외부에 얼마간 있다가 다시 실내로 들어오면 점막 자극이 사라지고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기관지염이나 알레르기 환자는 증상이 악화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특히 흙먼지가 눈에 들어갔을 때 눈을 비비면 위험하다. 딱딱한 이물질이 눈의 각막에 붙은 경우이므로 눈을 비비면 각막에 상처가 나기 때문이다. 눈이나 손을 흐르는 물에 씻는 일이 중요하다. 아울러 지름 2μm 이상인 미세먼지는 코나 입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지만, 2μm 이하인 미세먼지는 성대, 기관지를 통과해 폐까지 가므로 위험하다. 이때 마스크를 하면 이들 입자 가운데 어느 정도가 걸러지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 물론 황사가 심하게 발생한 날에는 외부에 장시간 머무는 일을 피해야 한다.
최근 황사에는 대기오염이 심한 중국 동부 지역의 오염물질이 포함되기 때문에 심한 경우 더욱 피해야 한다. 특히 규소나 철 성분과 더불어 알루미늄, 카드뮴, 납 성분까지 들어가 대기 중의 중금속 농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황사에는 미생물이 실려올 가능성이 있다. 외국의 경우 바람을 통해 바이러스가 국가 간의 장거리까지 전파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축의 주요 전염병 중 하나인 구제역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될 수 있다. 최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10개 지역에서 채집된 3백57건의 황사에서는 구제역 바이러스, 탄저균을 비롯해 각종 동물질병 원인균이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황사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
2천2백만년 전부터 나타난 황사
황사발원지인 중국 내륙 지역은 강수량이 적고 증발이 잘 되는 지역이다. 물론 이곳이 원래 이런 지역은 아니었다. 오래 전 인도판이 아시아대륙판에 충돌할 때 히말라야산맥과 티벳고원이 치솟으면서 중국 내륙 지역이 건조해졌다. 거대한 산맥에 가려져 인도양과 태평양으로부터 수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황사현상이 발생했다. 3월 14일자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과학자들이 바람에 의해 모래와 진흙이 2백m 이상 쌓인 황토고원을 조사한 결과 황사현상이 2천2백만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1천4백만년이나 앞선 시기다.
역사적으로도 황사는 중국에서 관련 기록이 기원전 1150년에 최초로 나올 만큼 오래된 자연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기 174년 신라 아달라왕 때의 기록이 가장 오래됐다. 당시 기록에는‘흙이 비처럼 내렸다’는 뜻인 우토(雨土)라는 표현으로 황사현상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