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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를린 먼로의 빛바랜 얼굴 복원

아카데미에서 마련한 올해의 과학기술상

아카데미는 본영화상에 앞서 과학기 술상시상식을 거행한다. 피터 쿠 란(▲)은 영화‘7년만의 외출’에 등 장하는 마를린 먼로의 얼굴을 광화 학적인 방법으로 복원해 과학기술상 을 수상했다.



매년 이맘때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시상식 중 하나인 아카데미시상식이 열린다. 올해는 3월 26일에 시상식이 거행됐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최우수 작품상에 어떤 영화가 뽑힐지, 어떤 연기자에게 최고의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이 돌아갈지를 점쳐본다.

그런데 아카데미가 본 영화상에 앞서 또다른 시상식을 3월 2일에 거행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바로 아카데미 과학기술상이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의 발전과 관련된 과학기술자들에게는 큰 잔치다.


1931년부터 시상

아카데미 과학기술상은 1931년 제4회 아카데미시상 때부터 거행해 왔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본영화상과 마찬가지로 전년도 영화산업에 쓰였던 기기, 방법, 발견, 발명 등에 대해 시상한다.

시상내역은 크게 세종류로, 과학기술상 7개, 공로상 1개, 그리고 기술상 14개가 마련돼 있다. 이를 위해 아카데미는 매년 40여명의 과학기술상 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위원회는 영화에 쓰인 영화촬영술, 디지털 이미지, 전자기술과 연구, 필름, 조명장치 음향효과에 대해 면밀히 조사해 후보를 내놓는다. 최종적으로 아카데미 운영국이 투표로 선정한다. 평가요소는 그 기술이 얼마나 참신하고 효율적이며 경제적이냐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선정된 과학기술상에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아카데미 과학기술상 7개상 중 하나가 컬러필름의 복원기술 발명에 돌아갔는데, 이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불만이 높다고 한다. 이번에 수상한 피터 쿠란이 발명한 컬러필름 복원기술이 다른 전문가들이 인정할 만큼 새롭지 않다는 것. 피터 쿠란은 광화학반응을 이용해 손상된 필름을 성공적으로 복원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리고 최근에 이 기술로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에 등장하는 마를린 먼로의 얼굴을 생동감 넘치게 재현했다.

필름은 빨간빛, 파란빛, 초록빛을 흡수하는 감광층이 있다. 영화를 찍을 때 외부에 노출되는 필름은 이 세가지 빛을 흡수해서 장면을 담아낸다. 그런데 초기 컬러필름의 파란빛 감광층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시간이 흐를수록 영상이 전체적으로 점점 푸른 색조를 띠게 된다. 필름 복원 전문가들은 암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이 푸른빛을 제거하려고 노력해 왔다.


디지털 복원 비용 편당 13억원

쿠란은 파란빛을 원래의 필름을 통해 새 흑백필름에 쏘였다. 그러면 원래 파란색을 띠었던 흐릿하게 바래진 부분은 더 어두워지거나 검어진다. 그런 후 흑백필름과 원래 필름을 함께 겹쳐서 새로운 영화필름을 만든다. 이때 색이 원래 모습으로 복원된다.

필름 복원 전문가들은 쿠란의 이 방법이 이미 10-15년 간 쓰여왔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쿠란도 자신의 방법이 매우 간단하다고 인정했다.

논란이 되는 또다른 주장은 이제는 쿠란의 방법처럼 광화학적 복원기술이 아카데미 과학기술상을 수여할 만큼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 디지털 복원기술로 이 방법은 점점 사라져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카데미 운영국이 쿠란의 기술에 편들어준 까닭은 경제성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 복원법은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1996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vertigo)을 디지털로 복원하는데 1백만달러(약 13억원)가 들었다고 한다. 또한 디지털 복원의 경우 필름을 컴퓨터에 스캔하는 과정에서 영상의 해상도와 떨어지는데 반해, 쿠란의 방법은 원래의 해상도를 유지한다는 장점을 갖는다.

어찌됐건 대다수 영화복원 전문가들은“결국에는 모든 것이 디지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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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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