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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재료공학

로켓과 초음속 비행기의 첨단 날개

초음속으로 나는 비행기나 우주공간을 향하는 로켓에 사용되는 재료는 어떤 것일까.가벼우면서 강하고 고열에도 끄덕없는 재료인 항공우주재료를 만나보자.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통과하 는 우주왕복선에 사용되는 재 료는 1천2백℃의 고온에서도 고열을 견디고 충분한 강도를 가져야 한다.



얼마 전 K군은 겨울방학을 맞아 제주도 시골집에 가게 됐다. K군은 비행기를 이용했다. 비행기가 뜰 때 어김없이 무중력의 야릇함이 찾아왔지만, 전과 달리 한가지 의문이 밀려왔다. 무거운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로 훌쩍 날아오를까. 비행기가 뜨는 원리야 과학시간에 배워 알고 있었지만, 재료도 가벼운 것을 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하며 기내 좌석에 앉아 비행기 안을 살펴봤다. 과연 비행기는 어떤 재료로 만들어질까.

시골집에 도착해 저녁을 먹으며 K군은 TV로 뉴스를 시청했다. 뉴스 중간에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발사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발사광경이 인상적이라고 느끼며 또 한가지 궁금증이 들었다. 우주왕복선이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고열은 어떻게 견딜까. 우주 왕복선은 어떤 재료로 이뤄질까.

이렇게 비행기나 우주왕복선에 사용되는 첨단재료가 바로 항공우주재료다. 이를 다루는 학문이 항공우주재료 공학이다.


가볍지만 강해지는 비법

항공우주재료는 항공기나 우주비행체의 기체, 엔진, 그리고 보조기기에 사용되는 기초소재나 단위부품이다. 항공기나 우주비행체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거에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를 바꾸고 이전의 엔진을 대체하는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포항공대 항공재료연구센터의 김낙준 소장은“현재 이들 과정이 어느 정도 일정 수준에 오른 상태라 앞으로 비행체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항공우주재료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항공우주재료는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할까.

비행기가 사뿐히 활주로를 날아오르거나 하늘에 떠서 비행기다운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가벼워야한다. 기원전 13세기 무렵부터 신소재로 떠오르며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힌 철(강철)은 현대에도 유용하게 사용 되는 재료다. 하지만 철은 비중(어떤 물질의 질량과, 이물질과 같은 부피를 가진, 1기압, 4℃ 상태인 물의 질량 과의 비)이 7.9로 무겁다는 단점을 가진다. 때문에 항공 우주재료에는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 티타늄 등이 선호된다. 최근에는 이들보다 더 가벼운 마그네슘이 사용 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 경량 소재는 철보다 비싸기 때문에 경제적인 면도 고려돼야 한다.

그렇다고 항공우주재료가 가볍기만 하면 될까. 당연히 가벼우면서 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속끼리 몸을 섞어 만들어진 합금이나 금속 이외의 재료가 들어간 복합재료가 사용된다. 알루미늄에 탄화규소를 섞은 복합재료가 한예다. 이 경우 기존 알루미늄보다 강도가 더 높아진다.

강도는 동일한 소재의 미세조직에 의해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속은 액체상태에서 응고될 경우 원자가 쌓이면서 결정화되는데, 이들 결정은 인접한 결정의 경계면이 맞닿을 때까지 자라게 된다. 이렇게 자란 결정알갱이를 결정립(grain)이라 한다. 만약 재료 내의 많은 결정립이 특정한 방향으로 배열됐다고 생각해보자. 이때 특정한 방향으로는 강도가 크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면 쉽게 부서질 것이다.

금속의 조직에서는 결정립의 크기가 강도를 좌우한다. 일반적으로 힘을 가해 금속을 변형시킬 때 결정립 안의 원자들은 선 형태로 무리지어 이동한다. 결정립의 크기가 작으면 단위부피 당 결정립이 차지하는 면적이 크므로 상온에서는 선형 원자들이 움직이려면 방해를 많이 받는다. 즉 변형이 잘 안된다. 따라서 상온에서 강도가 크다.

하지만 온도가 높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결정립의 크기가 작은 경우 개수가 많고 경계면 또한 많다. 고온에서는 이들 경계면이 잘 미끄러지기 때문에 쉽게 변형되고 강도도 약해진다. 반면 결정립의 크기가 크면 반대 상황이 발생한다. 경계면이 적기 때문에 고온에서 미끄러지기 어렵고 따라서 강도가 강하다. 따라서 이런 점을 이용해 재료의 미세조직을 조절하면 우수한 항공우주재료를 만들 수 있다.


1천8백˚C 견디는 재료 연구

빠른 속도로 대기권을 통과하는 우주왕복선이나 로켓뿐만 아니라, 연료를 태우는 항공기 엔진 부품에는 높은 열을 견디는 특성인 내열성이 중요하다. 즉 항공우주재료는 좀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고, 고온에서 잘 견뎌야 한다. 또 고온에서 기계적인 특성도 우수해야 한다.

항공기 구조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금속재료는 알루미늄 합금과 티타늄 합금이었다. 종래 알루미늄 합금은 1백50˚C 정도까지 사용될 수 있다. 반면 티타늄 합금, 예를 들어 티타늄-알루미늄-바나듐 합금(Ti-6Al-4V)은 최고 약 5백˚C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 합금은 날개, 동체, 엔진의 부품으로 널리 쓰인다. 하지만 현재까지 티타늄 합금을 소재로 한 내열재료는 6백˚C 이상의 온도에서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엔진 재료로는 초내열 합금(superalloy)이 사용돼 왔다. 대표적인 초내열 합금은 니켈 합금이다. 티타늄 합금에 비해 무겁지만 최고 1천˚C 정도까지 사용 가능하다. 전투기의 경우 전체 무게 중 50%가 엔진이고, 엔진 가운데 50%에 초내열 합금이 쓰이기도 한다.

최근에는 새로 개발된 금속간 화합물(두가지 이상의 금속원소가 간단한 정수비로 결합된 화합물)을 이용해 초내열 합금을 대체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특히 티타늄과 알루미늄의 금속간 화합물이 주목받고 있다. 이 경우 티타늄 대 알루미늄의 비가 1:3,1:1, 3:1이 가능한데, 이 가운데 1:1로 결합하는 타타늄알루미나이드(TiAl)가 고온과 저온 모두에서 가장 강한 특성을 보인다. 티타늄알루미나이드는 현재 전투기의 엔진에 시험적으로 사용중이나, 미국과 아시아를 4시간에 주파하는 일명‘오리엔트 익스프레스’라 불리는 차세대 비행체의 개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음속 이상으로 비행하는 항공기에서도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온도가 상승한다. 때문에 항공기의 겉판이 고열에 견디는 소재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항공기의 속도가 음속의 3배가 된다면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온도가 4백50℃까지 올라간다. 이 정도 온도에서는 대부분 항공기 겉판으로 쓰이는 알루미늄 합금이 흐물흐물 약해진다. 따라서 보통 초음속 비행기의 외판에는 알루미늄 합금 대신고온에서 강도를 유지하는 재료인 티타늄 합금을 사용한다. 실제로 티타늄 합금은 미국 차세대 전투기 F-22와 초음속 순항항공기 SR-71의 외판에 적용되고 있다.

우주왕복선이나 로켓에 사용되는 재료는 1천2백˚C에서도 고열을 견디고 충분한 강도를 가져야 한다. 특히 초음속으로 비행하거나 지구대기에 재진입할 때 부분적으로 온도가 1천8백℃ 이상까지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우주비행체에 사용되는 항공우주재료로는 세라믹재료, 탄소-탄소 복합재료가 연구중이다. 1천8백℃ 이상의 고온이 요구되는 로켓 엔진이나 로켓의 앞부분(노즈콘)에는 탄소-탄소 복합재료가 사용된다.

 

1. 항공우주재료에 반복적으로 응력(stress)이 가해지면, 재료 는 피로해지고 심하면 끊어진 다. 사진은 수직으로 긴 축 사 이에 시험재료를 넣은채 누르 고 당기며 피로를 가하는 실험 모습이다. 2.3. 초소성 성형 기술을 이용하 면 본래 길이보다 수백에서 수 천%까지 늘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공기를 주입해 더 잘 부 풀릴 수 있는 부풀림 성형도 가 능하다. 초소성 현상을 이용한 부풀림 성형 제품



항공기 추락 막는 기술

아무리 좋은 특성을 지닌 항공우주재료라도 잘 가공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가공기술과 공정을 연구한다. 항공우주재료에는 정밀도와 신뢰도가 요구되기 때문에 특별한 공정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초소성 성형 기술은 흥미롭다. 초소성 성형기술은 일반적으로 재료가 특정한 조건에서 본래 길이의 수백에서 수천%까지 늘어 나는 초소성 현상을 이용한다. 국내에서 초소성 성형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의 이종수 교수는“마시는 차가 특정 온도에서 깊은 맛을 내듯이 재료도 특정 온도에서 잘 변형될 수 있다”고 비유한다.

금속 재료에는 결정립의 크기가 작은 경우 강도가 상온에서 강하고 고온에서 약해 쉽게 변형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재료에서 결정립 크기를 작게 만든 후 특정 온도로 올리고 특정 속도로 천천히 변형시키면 크게는 3천%까지 늘어나는 초소성 현상이 일어난다. 보통 금속재료에서 결정립 하나의 크기는 30-50μm(1μm=${10}^{-6}$m)지만, 초소성 성형을 하려면 결정립 하나의 크기가 1-3μm다. 초소성 성형을 하기 위해서는 결정립의 크기를 작게 해야 하는 것이다. 초소성 성형기술은 재료의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기존의 부품 제조 공정을 단순화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일반 항공기의 경우 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기 때문에 항상 안정성이 점검돼야 한다. 사람이 피로하면병에 걸릴 수 있듯이 항공기에도 피로가 누적되면 균열이 생기고 심한 경우 항공기가 추락하는 참사를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체와 날개를 연결하는 볼트에 반복적으로 응력(stress)이 가해진다면, 볼트에 균열이 생길 수 있고 이 균열이 자라 피로해지면 끊어진다.

다양한 부품에 다양한 피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동체를 이루는 부분에는 항공기의 진동, 비행으로 피로가 누적되는 반면, 착륙기어에서처럼 이착륙시에만 피로가 발생하기도 한다. 또 엔진의 경우에는 이런 피로 외에 가열과 냉각의 반복으로 인해 열적 피로가 나타난다. 따라서 부품에 사용되는 재료의 조직을 피로에 강하게‘쿠킹’해야 한다. 부품이 받을 피로를 감안해 피로에 대처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한 예로 엔진의 터빈블레이드는 응력이 걸리는 길이방향으로 기둥 모양의 결정구조를 갖도록 해 피로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 또 피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시부터 발생할 응력을 분석하고 피로주기를 고려해 부품의 수명을 예측한다.


물리학과 화학은 기본

항공우주재료 분야는 어떤 학문과 관련될까. 재료공학은 기본이고,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기공학, 천문학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재미있는 점은 항공우주재료로 각광받는 재료인 티타늄이 생체재료로도 유용하다는 사실이다. 티타늄은 인공관절이나 엉덩이 조인트에 쓰이거나, 부러진 이빨이나 뼈를 이을 때 사용된다. 기존에 생체재료로 사용됐던 스테인리스 합금은 독성이 있었지만, 티타늄은 독성이 없어 생체에 적합하다고 한다. 또 가벼우면서 강도가 좋은 티타늄은 녹이 안슬고, 쉽게 녹지도 않는다.

항공기나 로켓은 엔진 성능이 향상돼 음속 이상의 속도를 가지면서 가볍고 강하며 고열에 견디는 재료가 뒤따라야 했다. 새로운 항공우주재료를 개발하는 일에 재료공학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데 전자·전기적 측면의 연구도 중요하다. 또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신형 우주선이 필요했고, 이에 기존 내열재료를 대신할 새로운 초내열재료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특히 항공우주재료와 가장 밀접한 분야는 기계 분야다. 또 항공유도제어 분야, 응용 및 전산 항공역학 분야 등이 유기적으로 관련된다.

최근 국내에서 공군 기본훈련기 KT-1과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발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요 부품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 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엔진이나 동체에 사용되는 소재인 티타늄-알루미늄-바나듐 합금을 만들고 가공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우주재료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학생이라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의 이종수 교수는“합금 재료에서 합금 원소의 역할을 알아야 하듯이 우수한 항공우주재료와 같은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물리학과 화학이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또 일상생활용품에 사용되는 재료에 관심을 갖는 방법도 좋다. 음료수가 담겨진 캔이 손으로 우그러뜨릴 수 있다고 모두 다 알루미늄으로 만든 캔이 아니듯 재료에 대한 연구는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는 물건의 재료를 바로아는 일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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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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