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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대가 5명의 야심작 '딥 임팩트'

20여년 간 논란 거치며 과학성 확보

 

영화 '딥 임팩트'는 실제로 아무도 모르는 혜성 표면을 과학적으로 묘사했다. 사진은 햇빛을 받은 혜성 표면이 갈라지면서 내부의 가스가 솟구쳐 나와 우주비행사를 날려보내는 장면


영화계의 마이다스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한 5명의 쟁쟁한 헐리웃 감독들이 공동으로 한편의 영화를 찍어 화제를 모은 영화 ‘딥 임팩트’. 5명의 감독 모두 SF 분야의 대가들이었다는 점에서 영화가 방영되기 전부터 SF 팬들에게 커다란 기대와 관심을 끌었다. 영화의 많은 시간이 대재난에 직면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휴먼스토리에 할애됐지만, 혜성의 지구 충돌을 훌륭하게 형상화한 SFX(특수효과)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는게 중론이다.

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한 시기는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작자 리처드 자눅과 데이비드 브라운은 70년대 후반에 ‘지구가 충돌할 때’라는 50년대 영화를 보고 처음으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관련 자료들을 뒤지며 몇가지 시나리오를 썼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됐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구석에 처박힌 채 잊혀졌다가 4년 전에야 재발견돼 비로소 영화화됐다.

영화라기 보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딥 임팩트’의 과학적 묘사 장면들은 모두 전문가의 자문을 철저하게 반영한 것이다. 소행성 관측의 독보적 존재인 천문학자 슈메이커 부부, ‘아폴로 13호’의 귀환작전을 담당한 NASA 요원들, 또 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의 인공위성 전담팀 등이 영화에 생생한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순간


하지만 최종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다. SF 영화를 표방한 탓에 영화 곳곳에 담긴 과학적 내용에 대해 적지 않은 논란을 거쳐야 했다.

영화에서 과학 자문팀은 크게 두가지 면에서 도움을 제공했다. 우주에서 어떻게 임무를 수헹하는가에 관한 우주비행의 측면, 그리고 헤성의 특성을 비롯한 천문학적 측면이다.

은퇴한 NASA 기술자 버케이는 물리법칙에 입각해 혜성의 공전궤도와 우주선이 혜성에 다가가는 궤도를 검토했다. 또 우주비행의 경험이 있는 워커는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의 행동 형태를 제작진에게 설명했다. 이미 영화 ‘아폴로 13’과 ‘컨택트’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전직 NASA 직원 그리핀은‘딥 임팩트’전반에 걸쳐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난관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혜성에 어떻게 우주선을 착륙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애초에 제작진은 우주선이 착륙하는 과정을 일반 행성의 경우와 비슷하게 묘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혜성처럼 작은 크기의 천체에는 중력이 거의 없다. 따라서 혜성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표면에 ‘닻’과 같은 고정물을 쏘아 박은 뒤 줄을 끌어당기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우주선이 혜성 꼬리 부분으로 접근해 본체 표면에 닻을 박고 ‘무사히’안착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한편 영화처럼 혜성의 궤도를 변경시키기 위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혜성 표면에 착륙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우주선에 탑승한 과학자들은 목숨을 걸고 어렵사리 표면에 도착한 후 폭발물을 혜성 땅 속에 파묻으려고 애쓴다. 그러나 혜성의 궤도를 변경시키려면 먼발치에서 혜성에 폭발물을 발사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을까.

커다란 우주선을 짧은 시간에 혜성에 접근시키는 방법도 논란거리였다. 작년 7월 사망한 유진 슈메이커 박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자력 추진장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추진장치가 사용된 이후 우주를 오염시킬 위험 때문에 오래전 폐기됐다.

한편으로는 TNT 여러개 정도의 위력으로 충분히 다가갈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는 추진장치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없다.

‘딥 임팩트’가 표현한 가장 새로운 시도는 아무도 모르는 혜성의 표면을 나름대로 묘사한 점이다. 86년 지구를 방문한 핼리 혜성의 핵을 촬영하기 위해 인공위성(지오토)을 쏘아올리기는 했지만 상세한 혜성의 표면정보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영화 제작에 참여한 전 우주비행사 루치니는“사실 NASA에서도 혜성 내부에 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한계 속에서 제작진은 루치니의 조언을 받아들여, 혜성 내부에 높은 압력의 기체가 가득 차있고 지반이 단단하지 않은 탓에 햇빛이 비치면 표면이 갈라져 내부 가스가 튀어나오는 과정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영화의 또다른 압권은 혜성이 충돌했을 때 지구에서 벌어질 일들을 과학적으로 예측한 점. 혜성이 충돌하는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과학자들의 철저한 자문과 조사가 이루어졌다.
 

199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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