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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 중 한명은 수퍼맨이다

XYY 염색체를 가진 남자

최근의 연구결과 남성 염색체를 하나 더 갖는 사람은 범죄형이 아니라 키가 크고 활동적이며 머리도 좋은 수퍼맨, 초남성이 된다고 한다. 당신은 혹시 초남성이 아닌지…

남자와 여자가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왜 인간이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지는가는 사실 불가사의한 일이다. 더우기 수퍼맨, '초남성'(超男性)이라는 한층 불가사의한 존재도 있다. 이 글에서는 그 수퍼맨에 관한 미신을 파헤쳐 본다. 용어는 학문적으로 적합한 '초남성'으로 쓰겠다.

뒤집히는 XYY의 전설

인간의 성별은 X와 Y라는 성(性) 염색체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보통 남자는 XY 여자는 XX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지만 현대에는 약 1천명 당 한명 꼴로 XYY 라는 성염색체의 조합을 가진 초남성이 태어나고 있다. 수정란을 남성으로 만드는 Y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초남성'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수퍼맨, 초남성이란 도대체 무엇이 보통 남성과 다른 것인가?

1960년대에 범죄자들에게서 많은 XYY 형이 관찰되었다는 보고가 있자 XYY 형의 연구가 일약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후 XYY 형의 성염색체는 오직 범죄및 이상성격과 관련지어 문제로 삼아졌고, 통상 XYY 에는 어두운 이미지가 붙어다녔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는 연구가 진전됨에 따라 바뀌고 있다. 확실히 일반 집단 보다도 범죄자 등의 집단에서 XYY 형이 높은 빈도를 나타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XYY 형의 남성이 범죄에 빠지기 쉽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을 내릴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XYY 형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믿어져 왔던 세가지 조건 즉 키가 크고 지능장애가 있으며 공격적 성격을 지닌다는데 대해서도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행동유전학의 최근의 연구 성과를 요약한 '초남성 XYY'라는 책을 펴낸 일본 '테이케이'대학 정신과의 '난코우' 교수는 말한다.

XYY의 미신

"XYY 형의 남성은 보통의 남성과 전혀 다른 점이 없다. XYY 형의 남성을 염색체의 이상이 있다해서 비정상인으로 취급하거나 범죄와 관련지울 수는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XYY 형의 실상은 얼마나 밝혀진 것인가?

XYY형이 생겨나는 이유는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의학 수준으로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지 수정 전 정자의 성염색체가 감수분열을 일으킬 때 혹은 수정 후 수정란이 난할(卵割)을 일으킬 때 어떤 원인에 의해 XYY 형이 생겨난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물론 이때 XYY 형 외에도 XXY 나 XO(X 염색체 하나만 있는 것) 또는 XXX 등의 성염색체 이상도 일어난다. 그러나 XYY 형을 XXY 나 XO 와 같다고 논하는 것은 잘못이다. 왜냐하면 XO 형은 '터너' 증후군(Turner's Syndrome)이라 하여 일반적으로 키가 작고 무월경 증세를 나타낸다. 또 XXY 형은 '클라인웰터' 증후군(Kline-felter's Syndrome)이라 하여 외견상으로는 남성이지만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많기 때문에 몸매가 여자처럼 되며 무정자증을 보인다. 그래서 위의 두 가지의 성염색체 이상은 결국 병적인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이에 반해 XYY 형은 비정상으로 취급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난코우' 교수는 말한다. 이러한 차이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가? '난코우' 교수의 답을 들어보자.

"인간의 신체를 구성하는 근본은 X 염색체이다. Y 염색체가 없어도 인간은 생겨날 수 있지만 X 염색체가 결여되면 수정란은 생성될 수 없다. 즉 X 염색체가 인간의 기본형이기 때문에 그것이 보통 보다 한개가 많거나 적으면 인간의 신체에 쉽게 영향을 미쳐 여러가지 장애를 일으킨다."

이에 비하면 Y 염색체가 한개 많더라도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Y 염색체가 증가할 때의 영향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정된 태아의 뇌는 임신 8주째에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로 구분된다는 학설이 최근에 발표되었다. 이 학설에 따르면 Y 염색체가 가진 H-Y항원이라는 물질이 있으면 뇌가 남성 호르몬을 흡수하여 남성의 뇌로 된다는 것이다. 물론 Y 염색체가 없는 여성의 뇌는 남성 호르몬을 흡수하지 못하여 여성의 뇌로 된다. 따라서 Y 염색체가 한개 더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다량의 남성 호르몬의 흡수가 일어나서 그 때문에 XYY 형의 남성의 특징이 발현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단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의 단계이다.

그러면 XYY 형의 구체적인 특징은 무엇이며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어떻게 다른가?
 

초남성XYY가 생기는 메카니즘.^ 수정전의 단계(위)와 수정후(아래)의 두 시점에서의 경우가 생각된다.
 

새로이 밝혀진 XYY형의 실상
 

성앰체를 제외하면 사람도 염색체에는 남ㆍ녀차가없다. 혈우병과 색맹등 남성에게 불리한 유전현상은 XY와 XYY로 어떻게 표시하는가등, 수수께끼는 아직도 많다.
 

XYY 형의 남성에 대해 오래 동안 믿어져왔던 세가지 특징 중 키가 크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의 차이가 없다. 이것은 여러 조사 결과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렇지만 지능장애에 대하여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잘못이라는 것이 명백해졌지만 XYY 형의 지능이 낮다고 말해왔던 데에는 두가지 원인이 있었다.

그 하나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 사람은 모두 지능장애가 있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염색체이상의 대표적인 병명으로서'다운' 증후군이 떠오르지만 이것은 지능장애를 수반한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 여기에서 유추하여 염색체 이상이 있으면 지능이 낮다고 성급하게 짐작해 버리는 것이 그것이다.

또 하나는 XYY 남성의 지능을 조사할 때 그 조사대상이 본래 장애아였거나 비행소년 또는 범죄자였다는 것도 XYY형 남성의 지능이 낮다는 데이타를 낳게 하는데 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출생시 XYY 형이라고 판명된 일반집단에 대해 지능 테스트를 해본 결과 XY 남성과의 차이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지능이 낮은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보통의 XY 남성에게도 지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즉 XYY 남성에게도 지능이 높은 사람이 있으며 전체적인 지능의 정도는 XY 남성과 차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XYY남성에게 지능장애가 수반된다는 것은 부정되어야 할 생각이라고 '난코우' 교수는 주장했다.

그는 또 'XYY 형 남성은 본래 공격적인 성격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인간의 성격에서 공격성이라는 것은 정의가 어려운 문제이다. 학문적으로도 이점은 아직 정의되지 않고 있다. XYY 의 경우 처음에 많이 발견되었던 것이 범죄자 집단이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격적인 성격이라는 인상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XYY 라는 염색체의 변이를 공격적인 성격과 범죄에 그대로 관련시키는 것은 위험한 견해이다. 또 그렇게 간단하게 결부될 문제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공격성이라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의 환경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XYY 형의 남성은 공격적 성격이라기 보다는 높은 활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의 조사 결과에서 보아도 XYY 의 남성은 실제로 체력이 월등하며 활동적이다. 물론 이러한 높은 활동성이 공격성과 혼동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공격성의 정의도 하지 않고 XYY 남성을 난폭하다든가 범죄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비행소년과 범죄자의 집단에서 일반집단보다 높은 빈도로 XYY 형이 발견되는 것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 것인가?

여기서 하나의 가설을 생각해 보자. XYY 남성의 높은 활동성이라는 조건과 간혹 지능이 낮다는 조건이 겹쳤을 때, 높은 활동성을 두뇌로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범죄 비행을 일으킨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가설에 따르면 또 하나의 가설도 있을 수 있다. 즉 '높은 활동성과 우수한 지능을 가진 XYY 남성'이 그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러한 남성이 있다는 것은 확률적으로도 가능하다. 그러한 XYY 남성이 사회에서 유익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것도 당연히 생각해봄직 하다.

사실 지금까지는 XYY 에 대하여 지극히 편향된 연구만이 이루어져서 XYY 형 남성에게 범죄와 이상성격이 있다는 면만을 보아왔다. 그렇지만 XYY 남성에게는 전혀 별개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이제까지 60-70정도라고 알려진 XYY남성의 IQ는 XY남성과 차이가 없다. 그림을 보아도 IQ분포가 널리 퍼져 있음을 알수 있다.
 

XYY형 남성이 과거에는 많았다.

염색체의 이상이 있으면 곧바로 병적인것과 관련을 지워 나쁜 것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XYY 형은 전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를 점이 없다. '난코우' 교수는 말한다.

"이점은 꼭 강조되어야 한다. 연구에 있어서 처음에는 이상 만이 보고된다. 그런데 그것은 때때로 이상이 없다고 정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XYY 의 경우도 그 전형적인 예이다."

XYY 남성을 보는 시각은 지금부터라도 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환경의 변화에 의해 XYY 형의 인간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인간이 종족보존을 위해 현재보다도 훨씬 투쟁적인 생활을 했던 시대에는 XYY 형 남성이 현재 보다도 훨씬 많았을 것이다. 즉 높은 활동성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데 유리했기 때문에 XYY 형의 빈도가 현재보다도 높았을거라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을 인정한다고 해도 XYY 남성이 지금부터 증가할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더구나 현대 사회는 급속히 변화해가고 있다. 이 환경의 변화에 대응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XY 남성인가 아니면 XYY 남성인가? 특히 지능과 활동성이 동시에 높은 XYY 남성은 더욱 더 필요하게 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당신도 그런 '초남성' 중의 하나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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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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