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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계논술을 실시하는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년에 비해 대학 입시 전반에서 줄어든 자연계논술의 위상과 달리 논술 전형이 유지되는 대학의 합격에는 여전히 논술이 최대 합격의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본격적인 통합형 논술고사가 실시된 지 두 해째지만 올해 들어 예시문항이나 모의고사를 실시하며 새삼스레 논술 출제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는 대학이 많았다. 대학별고사에 대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폐지된 뒤 각 대학이 자연계논술 형식에 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만큼은 유독 별다른 예시문항 발표도, 모의논술고사도, 흔한 논술고사 설명회도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년 기출문제 경향이 올해에도 변함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05년, 2006년에 걸친 두 번의 예시문항 발표와 2007년 초 모의논술고사를 거치며 자연계논술 출제 방향을 가늠해 왔다. 그 결과가 반영된 작년 기출문제는 서울대가 애초에 내세웠던 통합 논술 개념에 부합하게 출제됐다. 특히 모의논술고사와 거의 일치하는 일관된 방향성을 보여 서울대 논술고사의 신뢰도를 높였다.

서울대 논술 평가 기준

문제는 매년 새롭게 출제되므로 한번 등장한 소재가 가까운 해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수리, 과학적 소재들이 통합의 대상은 아니며 몇몇 소재는 특성상 항상 출제 가능한 후보군에 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재 중심의 학습은 늘 모 아니면 도의 위험성을 지닌다.

어디로 튈지 모를 것 같은 논술에 대해 서울대가 예시문항 발표에서 모의논술고사, 2008 논술고사까지 일관되게 유지하는 원칙이 있다. 논술 평가 기준이다.

서울대는 △개념과 원리의 이해·분석·구성 능력(이해 분석력), △통합적 추론 능력(논증력), △창의적 사고능력(창의력), △의사소통 능력(표현력)을 주요 평가 기준으로 내세운다.

소재가 다양해지고 조합이 복잡해진다 해도 평가 기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가장 효율적인 학습은 네 가지 평가 요소에 대한 이해와 준비다.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자.

▶이해·분석력, 제시문과 논제를 제대로 읽어라
이미 학교에서 배운 교과 수준의 수리적·과학적 기본 개념에 대한 숙지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여기에 더불어 제시문과 논제에 나타난 심화 원리를 의미의 왜곡 없이 요약해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때 모델링이나 도식화를 이용하면 정확하고 압축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특히 서울대는 과학 현상을 수리적 도구로 분석하는 유형이 많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을 모른 채 논술을 준비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제시문에는 부족한 배경지식을 채워주거나 논제의 답을 작성하는 데에 필요한 결정적인 단서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를 풀 때 반드시 제시문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논증력, 개별 소재를 연결하라
배경지식과 독해를 통해 논제를 해결하기 위한 소재를 모았다면 그를 해체하거나 재구성해 소재 사이의 연결 고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소재를 최대한 면밀히 분석해 놓을수록 연결 고리는 쉽게 눈에 띤다. 이때 소재 사이의 인과 관계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상에 해당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다른 소재를 놓고 원인이 될 만한 가능성을 검토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인과 관계 논리는 상당히 중요하므로 오류나 비약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개별 과목의 소재 간 통합은 자연계논술의 핵심이며 실제로 이 평가 항목은 상당한 변별력을 갖는다.

▶창의력, 사고를 확장하라
이미 내린 결론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유형, 주어진 문제에 대해 발상이나 관점을 전환해 대안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유형, 도출된 원리를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는 유형이 창의력 평가를 위한 대표적인 논제 유형이다. 이 모든 유형은 치열한 고민의 흔적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또 창의력 평가 문항의 정답은 다양할 수 있으나 정답이 없지는 않다. 논의를 전개할 때 반드시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표현력, 글을 잘 써라
자연계논술도 논술이다. 지면에 글을 쓰는 일이므로 읽을 사람을 고려해야 한다. 이해도, 분석도, 추론도, 창의적 발상도 했는데 막상 전달력이 떨어져서 감점을 받는다면 억울할 수밖에 없다. 자연계논술에서는 논리정연하고 간결한 글이 좋다. 전개가 산만하면 내용이 좋아도 감점 요인이 된다. 그러므로 인문계논술처럼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춘 긴 글이 아닐지라도 글쓰기 전에 간단한 개요는 작성하는 편이 좋다.
전달력을 갖춘 표현을 위해 글이 아닌 도표나 그림, 수식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한다. 맞춤법도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모의논술고사 출제 경향

평가요소가 문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모의논술고사와 2008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의 실제 사례를 통해 확인해보자. 4문항 15개의 논제를 4시간 동안 실시한 모의논술고사는 서울대가 처음부터 제시한 통합 논술의 개념과 성격에 맞게 출제됐다. 논제와 관련된 수리적·과학적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와 분석 능력, 주어진 정보에서 결과를 추론하는 통합적인 추론 능력,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논의 전개 능력, 논리를 구성하는 능력을 측정했다.

출제된 논제와 관련된 단원을 살펴보면 수학은 수학I·II에서, 과학은 대부분 각 과목의 I 수준에서 출제됐다. 다소 심화된 개념의 경우 제시문을 주는 방식으로 고교과정 수준 이상의 배경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케플러의 법칙이나 구심력은 물리 II에서 다루는 소재지만 그 내용이 제시문으로 주어져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추론을 통한 풀이가 가능했다.

2008학년도 자연계논술 출제 경향

4문항 21개의 다소 많은 논제를 5시간 동안 실시한 2008학년도 정시 자연계논술 문제는 서울대가 통합 논술 전형을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해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미 모의논술고사 문항 발표 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제시문의 내용, 수식, 도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에 기초해 논제와 관련된 수리적·과학적 개념과 원리를 재구성하고, 이를 적용해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논리적·통합적 추론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 2009학년도 정시 자연계논술 또한 이 방향을 그대로 따를 것으로 보인다.

모의논술고사와 비교해 봤을 때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과학 II 수준이나 교과과정을 넘어서는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문항이 출제됐다는 점이다. 1-3의 쌍극자 모멘트 개념과 2-5의 축전기와 교류 회로가 이에 속한다. 논술에서 요구하는 과학적인 배경지식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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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면서 논술 공략에 관한 노하우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기출을 분석하고 빈출 또는 출제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정리하는 수순은 약속이나 한 듯 공통된 대비법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새삼스레 두 가지만 더 강조한다. 배경지식과 글쓰기다.

▶배경지식을 쌓아라
논술에서 배경지식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고등학교에서 누구나 배우는 과학 개념 정도면 논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장이 없게 출제한다는 점이 각 대학의 공통된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출제된 문제 중에는 심화 선택에 해당하는 과학 II의 배경지식은 물론 대학 교양 교재에서 봄직한 소재도 간간히 보인다. 물론 그런 소재가 등장했다고 해서 꼭 관련 배경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제시문이나 논제 형식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 자연계논술 문항 2의 논제 5처럼 물리 II를 공부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출제된 사례가 있다. 따라서 서울대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각 과목의 I은 물론 II까지도 학습해 둘 것을 권한다.

이 밖에도 풍부하고 깊이 있는 배경지식은 때로 어려운 분석이나 복잡한 추론 과정을 대체하기도 한다. 물론 배경지식이 분석이나 추론 능력을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논제에 등장한 소재를 사전에 배경지식 형태로 접했다면 분석이나 추론을 위한 고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배경지식의 맹점도 있다. 서울대 모의논술고사와 정시 논술고사 모두에서 교과서 이상의 암기된 지식을 활용한 답안에 대해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글을 쓰거나 직접 풀어라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논술을 실시해보면 배경지식의 깊이, 교과학습의 완성도, 제시문과 논제에 대한 이해력, 추론 능력, 창의력까지 거의 모든 항목에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이 학생들을 변별하는 평가 항목은 뜻밖에도 표현력이다.

논술 관련 교재를 구입하더라도 문제 유형 파악이나 관련 개념 학습에 치중할 뿐 실전처럼 글을 쓰거나 수리적인 풀이를 전개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글은 반드시 직접 써봐야 한다. 객관식 문제 풀이에 익숙한 경우 본인의 생각과 달리 표현이 서툰 부분이 발견될 수 있다. 특히 자연계 학생들의 경우 글의 구성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문제가 되곤 한다.

자연계논술처럼 풀이형의 짧은 글에서는 글 구성이 논의 전개의 간결성이나 명확성을 좌우한다. 내용이 풍부하고 좋아도 구성이 산만하면 전달력이 떨어져 감점 요인이 된다. 예시답안의 형식을 따라 써보면 좋다.
수리형 논술 답안 작성에서도 마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서술형 문제 풀이 경험이 부족해 수학 기호 사용에 문제가 있거나 풀이를 체계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써나가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이런 경우도 마찬가지로 문제집 해설을 흉내내어 써보는 연습이 도움된다.

>>> 2009학년도 서울대 정시 전형은 다단계로 이뤄진다. 1차에서 수능성적으로 전체 정원의 2배수를 선발한 뒤 수능성적을 배제한 상태에서 내신 50%, 논술 30%, 구술면접 20%로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대는 구술면접 20%를 수능성적 20%로 바꾸는 입시안을 발표했다. 이런 반영률의 변화는 학생들의 학습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2배수 점수를 미리 알아내는 일이 불가능함에도 2단계에서 수능점수가 제외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최상위권 학생의 경우 평소 논술 준비에 시간을 다소 할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현실적으로 수능을 우선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논술 준비기간을 단축시켜 2차 전형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런 혼란은 논술과 수능을 별개의 전형으로 인식하는 데 원인이 있다. 배경지식을 기반으로 객관적인 지식수준을 평가하던 수능은 이미 상당히 진화해 추론이나 창의적 문제해결능력을 요구한다. 이는 논술의 평가항목과 일치한다.

수능과 논술의 균형 잡힌 학습이란 자연과학과 관련한 글을 많이 읽고 논리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방식이 새로운 입시안에 적합한 학습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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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지혁 미래탐구학원 자연계 논술 강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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