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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청

걸어서 연구소 속으로 18

6월 19일 우리나라의 첫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 됐습니다. 노후한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인데요. 전세계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대부분이 1960~1970년대 세워져 수명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가진 나라(연구소)가 몇 없어 경쟁이 치열합니다. 오늘 소개할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청(CEA)은 유럽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연구소입니다.
 
프랑스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청(CEA)의 카다라쉬 연구센터. 정문을 통과해 들어가면 널찍한 부지에 각종 시험용 원자력 시설이 세워져 있다.
카다라쉬 연구센터에 있는 핵융합 실험장치 ‘웨스트(WEST)’ 내부.
➌,➍ 카다라쉬 연구센터는 신청만 하면 일반인들도 방문할 수 있다. 실제 성(城)을 게스트하우스로 사용한다.
CEA와 약 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ITER를 짓고 있다.


 
풍부한 해체 경험이 곧 실력
CEA는 1945년, 당시는 장군이었던 샤를 드골(1890∼1970) 프랑스 전 대통령이 설립했습니다. 최초의 목적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핵무기를 갖는 것이었어요. 연구소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세워진 것만 봐도 느낌이 오죠. 하지만 오늘날에는 원자력발전소 해체, 핵폐기물 처리 등 원자력을 안전하고 책임 있게 사용하는 기술 쪽으로 연구 중심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술, 전자공학, 나노기술,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과 공학도 함께요. 명칭도 2010년에 프랑스 원자력청에서, 원자력 및 대체 에너지청으로 바뀌었습니다.

CEA는 프랑스 전역에 총 9곳이 있습니다(연구원은 약 1만 6000명). 그중 오늘은 원전해체 기술을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있는 연구센터로 안내할까 합니다. 카다라쉬 연구센터에는 액체금속을 이용한 실험용 고속로인 ‘랩소디(RAPSODIE)’를 비롯해 핵연료 및 재처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시설(‘PHEBUS’, ‘ATPu’, ‘ATUE’)이 있고, 이것을 해체하는 연구가 한창입니다.

원자력발전소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핵연료를 제거한 이후에도 오염을 제거하고(제염), 철거하고, 폐기물을 처리하고, 환경을 복원하는 데 10년에서 20년이 걸립니다. 시설마다 해체기술도 다르다고 해요. 해체 경험이 곧 실력인 셈입니다.

CEA는 이런 해체 경험을 우리나라와도 나누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매년 한국과 프랑스에서 교대로 회의를 개최하면서 기술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원자력 시설을 해체한 경험과 기술을 비교해 어떤 기술이 유용한지 평가하기도 하고, 해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 연구과제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53개 대학, 500개 이상의 산업체들도 CEA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샤또(Chateau)를 가진 연구소
CEA 카다라쉬 연구센터에는 볼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일단 바로 옆에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라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이터)가 건설되고 있습니다. 카다라쉬 연구센터 안에는 ITER와 아주 유사한 핵융합 실험장치 ‘웨스트(WEST)’가 있는데요. 작년 12월 처음으로 플라스마 발생에 성공해 화제가 됐죠. 20년 정도 된 핵융합 장치의 내부를 ITER와 똑같이 텅스텐으로 바꾸고, 이것으로 D형의 플라스마를 만들어 내 의미가 컸습니다.

또 카다라쉬 연구센터는 유럽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엑상 프로방스와 차로 40분 거리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연구소에 들렀다가 마르세유, 칸, 니스 일정으로 프랑스 남부를 쭉 여행할 수 있습니다. 동네가 동네인지라 연구소의 게스트하우스도 남다릅니다. 오래 된 샤또(프랑스어로 성(castle))를 손님들에게 내어 놓습니다. 가끔은 만찬도 열리는데 프로방스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인 부야베스라는 생선 스튜가 나옵니다. 걸쭉하게 으깬 토마토에 생선과 해산물, 마늘, 양파, 감자 등을 넣고 푹 끓여 매운탕 뺨치게 시원하다고 해요. 유명한 와인 산지인 론 지역 근처니,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을까요. 이렇게 위시리스트의 항목이 또 하나 또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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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 도움

    홍상범 한국원자력연구원 해체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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