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상대편의 골네트를 가르며 운동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바꿀 주인공은 누굴까. 바로 신성처럼 나타난 2002년 월드컵 공인구다. 이름도 열광(fever)과 신성(nova)의 영문을 조합한 합성어 피버노바(Fevernova).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스폰서인 아디다스가 2001년 11월 30일에 그 모습을 공개한 피버노바는 색다르고 역동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벌집 구조를 한 옅은 회색 무늬를 넣은 흰색 표면에는 터빈 엔진을 형상화한 황금색 삼각형 형태가 돌아가며 4개가 있다. 다시 각각의 황금색 삼각형 안에는 카키색 무늬가 있고 그 주변에 붉은색 불꽃무늬가 그려져 있다. 아디다스측은 “황금색은 한일 양국의 에너지를, 불꽃은 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버노바는 디자인만 혁신적인 것이 아니다.
아디다스측에 따르면 피버노바는 “세상에서 정확성이 가장 뛰어난 축구공”이다. 피버노바의 반발력, 탄력, 회전력, 그리고 컨트롤 능력이 지난 프랑스월드컵에서 골키퍼들에게 공포의 축구공으로 이름을 떨쳤던 트리콜로를 능가한다. 독일 샤인펠트의 아디다스축구공연구센터에서 이뤄진 몇가지 실험을 통해 피버노바는 전례없는 최고의 기능을 가진 축구공임이 입증됐다. 특히 피버노바는 로봇발로 차 35m 떨어진 목표공을 맞추는 테스트를 거쳤다. 테스트 결과 2천회 중 1-2회 정도만 빗나가는 놀라운 정확성을 보여줬다고 한다.
하이테크 축구공 피버노바의 비밀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트리콜로에 적용됐던 신택틱 폼(syntactic foam) 기술의 혁신적인 개선이다. 세겹으로 된 기본 패널(축구공조각) 중 가운데 겹이 바로 신택틱 폼이다. 신택틱 폼은 폴리우레탄 액체를 정해진 틀에 가스와 함께 주입한 후 건조하면 고체로 바뀌는 형태다. 신택틱 폼에는 주입된 가스에 의해 미세한 압축 공기방울이 들어가 남게 된다. 여기서 공기방울의 크기와 분포가 기술의 핵심이다. 트리콜로에서는 공기방울이 불규칙적으로 분포한 반면, 피버노바에서는 공기방울의 크기가 일정하고 규칙적으로 배열된 것. 따라서 피버노바의 각종 능력이 어떤 공보다 뛰어난 것이다.
또 피버노바의 표면은 패널과 패널을 이어 꿰맨 재봉선까지 투명 폴리우레탄으로 코팅이 돼있다. 폴리우레탄 코팅은 기존 비닐 코팅보다 내구성이 뛰어나다. 따라서 오래도록 방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공인구가 사용되면서 축구공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32조각천연가죽에서 가죽보다 방수성과 탄력이 뛰어난 플라스틱 재질의 인조가죽으로 변화했다. 골이 많이 나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유도하는 FIFA의 정책에 맞춰 이제 신택틱 폼이라는 플라스틱이 공의 성능을 높이고 있다. 공의 정확성과 강도, 그리고 회전수가 늘어날수록 공격수는 좋지만 골키퍼에게는 악몽을 가져다준다. 이 정점에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가 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