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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행성의 숨바꼭질

제2의 지구를 찾아라

무한히 넓은 우주공간에 우리만이 유일한 생명체일까?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봤을 질문이다. 어떤 철학자는 말한다. 광활한 우주가 우리만의 것이라면 너무도 심한 공간의 낭비라고. 우리 태양계만 하더라도 지구를 포함해 9개 행성이 존재한다. 우주에 있는 별의 상당수도 행성을 거느릴 것이고, 일부는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랜 이 질문에 과학적인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었다.
 

꼭꼭 숨은 외계행성 찾기
 

외계생명체를 찾으려면 먼저 외계행성을 연구해야 한다. 태양과 같은 별은 표면온도가 최소 수천℃에 이르는 고온의 가스덩어리다. 이런 환경에서는 생명체를 이루는 유기물이 분자상태로 존재할 수 없다. 물론 온도가 적당하다고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별로부터 적당한 거리에 있는 행성은 생명체의 존재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태양계를 기준으로 금성과 화성 사이, 특히 지구를 포함한 공간이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 우주에서 별(태양)과 이 정도로 떨어져 있는 외계 행성을 찾는다면 생명체의 존재를 조심스럽게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태양계에 속한 행성이 우리에게 알려진 유일한 행성이었다. 외계행성 찾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행성이 별과 달리 자체적으로 빛을 발산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태양계에 속한 행성을 볼 수 있는 것은 이들이 태양에서 나온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사된 빛은 거리에 비례해 급격히 어두워진다. 태양계 외곽에 있는 명왕성만 하더라도 19세기 들어서야 발견됐다.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별은 태양~명왕성 거리의 수만 배나 지구에서 떨어져 있다.
 

외계행성을 직접 관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외계행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행성이 별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내는 간접적인 방법을 쓰거나 특별히 고안된 정밀 관측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까지 외계행성 찾기에 이용되고 있거나 계획되고 있는 방법은 크게 속도측정법, 직접촬영법, 행성횡단관측법, 중력렌즈관측법, 펄서관측법 등이 있다
 

별 주위에 행성이 있을 때 중력렌즈 현상에 따라 별빛의 밝기가 달라지는 모습. 중력렌즈 현상이 나타나기 전 어두웠떤 빛이 중력렌즈 현상에 따라 밝아졌다.


태양계밖 외계행성이 최초로 발견된 것은 199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알렉산더 볼즈칸 교수에 의해서였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에는 지름 350m 규모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이 있다. 볼즈칸 교수는 이 망원경을 이용해 처녀자리에 있는 펄서 ‘PSR B1257+12’를 관측하던 중 전파신호 도착시간이 미미하게 변화하는 것을 감지했다. 그는 변화의 이유를 펄서 주변을 도는 행성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후속 관측과 정밀한 계산을 통해 이 행성은 1994년 최초의 외계행성으로 공인을 받는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계 외부의 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충북대 한정호 교수를 포함한 국제공동연구팀이 최근 외계행성을 발견한 지역(왼쪽 사진 네모 안). 우리은하 중심 방향의 궁수자리에 속하는 곳으로 지구에서 1만5000광년 떨어져 있다.

 

외계행성 144개가 발견되다
 

최초의 행성 발견은 곧 세계 천문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외계행성 발견을 위한 경쟁에 불을 지폈다. 1995년 스위스 제네바천문대의 미첼 마이어와 디비에 켈로스, 1996년에는 미국 릭천문대의 조지 메이시와 폴 버틀러가 각각 속도측정법을 사용해 별을 공전하는 행성을 찾는데 성공한다. 1990년대 중반에는 중력렌즈관측법을 이용한 외계행성 탐색실험이 시작돼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별에 대한 대규모 관측이 이뤄졌다. 행성횡단관측법을 이용하는 실험그룹이 여럿 조직돼 관측을 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 무렵이다.
 

지금까지 찾은 행성은 모두 144개에 달한다. 발견된 행성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인터넷 사이트(www.obspm.fr/encycl/encycl.html)에서 제공되고 있다. 외계행성 90% 이상은 속도측정법으로 발견됐다. 이들은 거의 모두 지구보다 질량이 수백 배 무거운 거대행성이다. 태양도 두 개의 거대행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거대행성의 상당수가 지구~태양거리의 1/3보다 더 가까운 지역에 밀집해 있다. 태양계에 빗대면 목성이 수성궤도 안쪽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기존 행성형성이론에서는 예상되지 않은 현상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박병곤 연구원과 필자는 2001년 미국, 칠레, 이스라엘, 뉴질랜드가 참여한 국제공동연구팀(Micro-FUN) 그룹을 조직해 외계 행성을 찾고 있다. 우리는 남반구에 있는 망원경을 이용해 은하 중심부의 별 수천만 개를 24시간 관측하고 있다. 우리가 이용하는 방법은 중력렌즈 관측법이다. 처음에 확보한 망원경은 칠레 셀로토롤로천문대의 1m 망원경 한 대 뿐이었다. 현재는 3개국에서 8대의 망원경을 이용하고 있다.
 

우리팀은 지난 5월 지구에서 1만5000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을 발견해 ‘천체물리학회지’에 발표했다. 우리은하 중심의 궁수자리에 있는 이 행성은 질량이 지구의 600배이며 (목성 질량의 2배) 중심 별로부터 약 3억km(지구와 태양 거리의 2배) 떨어져 공전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중력렌즈 관측법은 수만 광년 떨어진 행성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지구와 질량이 비슷한 행성도 발견할 수 있어 외계 생명체 연구에 유리하다.
 

현재까지 인류가 찾은 행성에는 생명체가 존재하기 어렵다. 모두가 목성, 토성과 같이 가스로 구성돼 흔히 ‘목성급 행성’으로 불리는 커다란 행성이기 때문이다. 펄서 행성은 질량이 지구와 비슷하지만 태양과 같은 살아 있는 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펄서는 생명체 유지에 필수 에너지원인 가시광선을 거의 발산하지 않아 주변 행성에도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없다. 중력렌즈관측법, 행성횡단관측법 등을 통해 현재까지 발견된 행성들도 마찬가지로 목성급 거대 행성이다. 흙으로 이뤄져 있고 지구만한 크기의 행성, 즉 ‘지구형 행성’을 찾아야 생명체의 존재를 기대할 수 있다.
 

지구형 행성을 찾기 어려운 이유는 행성의 신호가 질량과 크기가 작아질수록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구는 목성에 비해 질량은 1/300 밖에 되지 않으며, 크기도 목성 반지름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그 결과 목성형 행성에 비교해 속도측정법에서 지구형 행성의 신호는 1/300배, 횡단관측에서는 1/100배에 불과하다. 지구형 행성을 찾으려면 현 관측기기보다 수백배 더 높은 정밀도를 갖춘 관측기기가 필요하다.
 

지구형 행성 찾는 초특급 프로젝트
 

현재 천문기기의 정밀도는 목성형 행성을 찾을 수 있는 단계에 막 들어섰다. 하지만 앞으로 10~15년 동안 지구형 행성을 찾기 위한 초정밀 프로젝트가 여럿 진행되고 있다.

첫 번째가 ‘지상 대형 간섭기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현재 하와이에 있는 지름 10m의 세계 최대 망원경 두 대(KeckI과 KeckII)로 구성된 간섭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행성이 만들어진 초기 모습 뿐만 아니라 최초로 태양계 밖에 존재하는 거대행성의 모습을 직접 촬영할 계획이다. 유럽남반구천문대(ESO)도 4대의 8m급 망원경으로 고해상력의 대형망원경간섭기기 시스템을 만들어 외계행성 탐사관측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가 ‘우주간섭기기(SIM)’다. 지상 관측은 지구대기에 별빛이 산란돼 최대해상도가 줄어든다. 2009년 발사될 예정으로 미국 제트추진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SIM은 두 대의 지름 30cm 우주망원경으로 구성돼 100만분의 1초에 이르는 정밀 위치측정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SIM을 이용하면 지구형 외계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세 번째로 NASA가 추진하고 있는 케플러 프로젝트가 있다. 케플러는 2007년 발사를 목표로 건설되고 있는 1m급 우주망원경이다. 케플러는 행성횡단관측법을 사용해 외계행성을 찾는다. 케플러는 광시야 망원경을 이용해 동시에 수천 개에 달하는 별들을 볼 수 있어 지구형 행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 번째로 다윈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ESO)가 계획 중인 차세대 행성탐사 프로젝트로 지구형 행성 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증거까지 찾기 위한 야심찬 계획이다. 다윈은 여섯 개의 1.5m 망원경을 사용한 우주관측기기다. 지구형 행성을 찾기 위한 간섭기기이면서 행성에 대한 분광관측을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중력렌즈 행성탐사 프로젝트가 있다. 중력렌즈 관측이 우주에서 이루어지면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향상된 정밀도를 얻을 수 있어 지상관측과 비교해 더 많은 지구형 행성을 찾을 수 있다. 현재 NASA에 1m급 소형 우주망원경인 중력렌즈 행성탐사위성(Microlensing Planet Finder, MPF)계획이 이러한 목적으로 제안돼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와 한국천문연, 그리고 미국, 독일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중력렌즈실험이 있다. 이 실험은 남반구에 있는 세 대의 2m급 망원경을 사용해 대량으로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다. 현재 1m급 소형 망원경을 사용해 실행 중인 중력렌즈실험은 지구질량 10배 정도의 소형 행성을 검출할 수 있다. 2m급 망원경으로 업그레이드하면 지구형 행성을 찾을 수 있다. 차세대중력렌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목성형 행성 수백 개, 지구형 행성 수십 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외계행성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에서 추진되고 있는 다윈 프로젝트 상상도. 지구형 행성 뿐만 아니라 외계 생명체의 증거까지 찾는다. 외계생명체는 대기의 성분, 물의 유무 등을 관측해 추측한다.


20년 뒤 또 다른 지구 찾는다
 

20년쯤 이후 좀 더 먼 미래를 생각해보자. 이 즈음에는 앞서 제안된 여러 관측실험을 통해 지구형 외계행성이 상당수 발견될 것이다. 각 행성에 대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찾기 위한 연구가 이뤄질 것이다.
 

외계행성과 생명체에 대한 연구는 천문분야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주제였지만 이제 막 싹을 틔운 새로운 분야이다. 지난 10여년 동안의 외계행성 탐사가 우주공간에서 우리 존재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맞이할 10~15년의 기간은 외계행성과 생명체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인류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펄서 | 별의 최종 단계에서 만들어진 중성자별은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전파를 발생한다. 이런 천체를 펄서라고 한다.
 

분광관측 | 생명체는 독특한 가스를 만든다. 식물은 산소를, 동물은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를 내보낸다. 물도 대기의 구성을 바꾼다. 분광관측은 대기를 관측해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인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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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한정호 교수
  • 진행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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