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어떻게 통증을 느끼고 어떠헥 통증을 줄이는 것일까. 통증의 해결사 엔드르핀을 알아보자. 웃으면 생긴다는데, 정말 웃으면 생기나.
가장 강력한 진통제는 모르핀
중독이 치명적 약점
진통제의 역사는 기원전 9세기 호머의 오딧세이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 현재 인간이 갖고있는 가장 효과적인 진통제는 양귀비에서 얻어지는 모르핀이다.
양귀비는 수메르지방에서 재배되기 시작해 8세기경 아랍 상인들에 의해 인도와 중국에 전파됐고, 13세기경에는 전 유럽에 퍼지게 됐다. 양귀비에서 얻어진 모르핀의 사용이 증가됨에 따라 16세기에 이미 모르핀의 중독현상이 터키, 이집트, 독일, 영국의 기록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르핀의 부작용이 서구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미국의 남북전쟁이다. 전쟁 중 부상병들은 합성된 강력한 모르핀을 사용해 고통을 달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 모르핀 중독자가 증가했고, 의료비와 범죄의 증가 등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어떤 약물도 모르핀보다 강력한 진통작용을 보이는 것이 없었다. 과학자들은 모르핀의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형시켜 부작용이 적거나 부작용이 없는 진통제를 개발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화학적 변형은 모르핀의 진통작용을 보다 강력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부작용은 어쩔 수 없었다.
엔도르핀의 발견 돼지 뇌에서 처음으로 분리
엔도르핀(endorphin)은 몸안에서 생기는 진통제(endogeneous morphine)라는 뜻이다. 엔도르핀은 모르핀을 연구하다 발견됐다. 1970년대 초 영국에서는 두사람의 약리학자가 모르핀 같은 물질이 인체에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코스테리츠는 유태인으로 독일에서 태어나 베를린대학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생리학, 신경학, 약리학 등을 공부한 의사다. 그는 히틀러의 집권 후 1933년 스코틀랜드로 이주해 애버딘 대학에서 약리학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뇌에서 분비되는 ‘어떤 물질’이 동물의 체내에서 모르핀과 같은 작용을 할 것이라는 가설을 갖고 있었다. 이때 휴즈가 코스테리츠의 실험실에 들어왔다. 독선적이면서 소심한 코스테리츠와 달리 휴즈는 논쟁하기를 좋아하는 다혈질이며 고집불통인 31살의 젊은이었다.
‘어떤 물질’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뇌가 필요했다. 휴즈는 매일 자전거를 타고 안개낀 새벽길을 달려 도살장으로 가 돼지의 뇌를 얻었다. 오전내 쇠막대로 뇌를 갈아 부순 다음 아세톤을 이용해 ‘수프’를 만든 후 여과하고, 다시 에테르에 녹이고 여과해 매우 적은 양의 고약한 냄새가 나는 노란 왁스같은 ‘물질 X’를 얻었다. 휴즈는 이 고약한 냄새 때문에 실험실을 화장실로 옮겨야 했던 때도 있었다. 5L의 뇌 수프에서 몇 g의 물질 X를 얻으면 이것을 냉장고에 넣고 다시 도살장으로 향했다. 이같은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물질 X가 바로 엔케팔린이라는 인체에 존재하는 모르핀성 물질이었다.
학자들은 엔케팔린 외에도 베타엔도르핀, 다이노핀 등 다른 생체 모르핀성 물질을 통칭해 ‘엔도르핀’으로 부르기로 했다. 현재는 체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르핀성 물질과 합성 또는 자연산 모르핀류를 통털어 오피오이드(opioid)라고 한다.
통증은 어떻게 전달되나
신경교대로 발끝에서 대뇌까지
엔도르핀의 가장 중요한 작용은 동통억제이다. 통증은 신체의 손상이 있음을 개체에게 알려 더 이상의 위해가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생리적 신호이다. 통증이 지속되면 개체는 우울해지고, 화가 나며, 무기력해진다. 심해지면 피가 굳어지는 혈전증이 발생하거나 면역능력이 떨어져 통증 자체로도 생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엔도르핀에 의한 진통작용은 대수술로 인한 통증을 제거하기위해 사용되는 모르핀보다 1백-3백배나 더 강한 진통작용을 가지고 있다. 동통의 전달은 통증전달경로를 구성하는 신경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그림2). 길을 가다가 못을 밟았다고 가정해보자. 못의 뾰족한 끝은 신발을 뚫고 피부세포를 파괴할 것이다. 만약 통증이 없다면 발은 못을 피하지 못하고, 못은 발등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그러나 못에 의해 파괴된 세포에서 통증 유발 물질이 분비되고 근처에 있는 감각수용기를 자극하게 된다. 자극된 감각수용기는 못이 발을 뚫어 아프다는 정보를 척수에 전달하게 되고, 척수에서는 신경교대를 통해 대뇌피질에 정보를 전달한다.
대뇌피질에서는 못에 의해 발이 얼마나 다쳤나하는 통증의 정도와 위치를 파악해 동통억제시스템을 가동한다. 동통억제시스템에 있어 이용되는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엔도르핀이다. 엔도르핀은 수관 주위 흑질부와 연수에서 동통을 일으키는 신경을 억제해 통증이 뇌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한다.
엔도르핀은 언제 만들어지나 스트레스 받으면 증가
엔도르핀은 생체에 통증이 생겼을 때 분비되며 통증이 지속되면 엔도르핀의 합성이 증가된다. 한예로 쥐를 쉼없이 달리게 하거나 수영을 시키거나, 또는 인위적으로 고혈압을 유발하거나, 동료들과 오랫동안 격리시키거나, 신체를 물리적으로 구속하거나, 발바닥에 전기자극을 가하는 등 육체적 또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방치해 놓으면 뇌척수액내의 엔도르핀 함량이 증가된다.
그리고 매일 종을 치고 먹이를 주는 작업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먹이 대신 전기자극과 먹이주는 일을 불규칙적으로 하게되면 쥐는 종소리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되는지 판단을 내리지 못해 카타플렉시(무기력하게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보이게 되는데, 이때 역시 베타엔도르핀이 증가된다. 두려움을 느낄 때도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임산부의 경우 출산에 가까워질수록 엔도르핀 함량이 증가해 출산시에 최고에 달한다. 엔도르핀이 증가하는 이유는 출산의 고통과 불안을 줄이려는 생체의 적응과정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엔도르핀의 호흡 억제 작용 때문이다. 엔도르핀이 증가하면 태아는 엄마의 뱃속에서 호흡을 하지않아 양수를 마시지 않게 된다.
한편 엔도르핀을 인위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엔도르핀은 뇌와 혈관 사이에 있는 장벽을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먹거나 정맥주사를 통해 뇌내의 엔도르핀함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뇌에서 엔도르핀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뇌에 직접 엔도르핀 또는 엔도르핀 파괴 효소 억제제를 주사하거나, 오피오이드 수용체의 길항제를 사용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뇌에 직접 주사하는 것은 사람에게 시도할 수 없는 일이다.
인간감정과 엔도르핀 어떤 관계인가 웃는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엔도르핀과 인간 감정과의 관계를 연구한 적이 있다. 피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게 했고, 두번째 그룹은 평소 좋아하는 음악을 듣도록 했다. 세번째 그룹은 기분 좋을 정도로 운동을 시켰다. 그런 다음 날록손(엔도르핀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 기분좋음이 엔도르핀과 관계되는지를 검토했다.
결과는 회상, 청각 자극 또는 육체적 운동에 의해 기분이 좋은 것은 엔도르핀과 무관하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상태에서 엔도르핀이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는 이론은 현재 정립돼 있지 않다. 오히려 고통 뒤에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예로 격렬한 운동 후에 기분이 좋은 것은 운동할 때 혈중 베타엔도르핀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은 오래 달리는 동안 고통스러운 가운데에도 기분이 좋아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엔도르핀의 분비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여자 운동선수는 정상인보다 생리불순인 경우가 많은데 베타엔도르핀이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자극호르몬(LH)의 분비를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스트레스성 불임의 경우도 베타엔도르핀이 FSH와 LH의 분비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모르핀이, 외부에서 들어온 항원을 잡아먹는 탐식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것은 19세기 말에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 뒤 오피오이드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러나 면역기능에 대한 엔도르핀의 영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베타엔도르핀이 면역기능을 높인다는 증거들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엔도르핀이 면역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히 밝혀진 것이 없다.
세간에서는 즐거울 때 엔도르핀이 뇌에서 분비돼 육체적 또는 정신적 건강을 좋게 한다는 그릇된 지식이 마치 상식처럼 퍼져 있는데, 이는 지극히 잘못된 것이다.
엔도르핀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개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통증을 억제하고 긴장을 완화하지만, 그 대가로 우리가 원치 않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몸은 매우 복잡다양하다. 특히 중추신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 그리고 이에 따라서 분비되는 물질이 호르몬 분비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이해하기 어려워진다. 우리의 신체는 조화와 균형이다. 하나의 현상을 단순화시키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복잡한 생명현상을 설명할 때는 단순논리보다는 오묘한 조화와 균형이라는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엔도르핀이 만들어질 때
1. 육체적 스트레스 상태 : 마라톤 경주, 척추나 뇌 손상시, 간질발작시, 뇌졸중, 심한 통증
2.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시 : 두려울 때, 전쟁터에서
3. 주위환경의 자극으로부터 : 전기자극시, 침술, 차가운 물에 잠겼을 때, 사우나(주로 물의 온도가 48℃ 이상일 때)
4.여러가지 약물복용으로 인해 : 코카인, 암페타민 등 중추신경계에 흥분작용을 보이는 물질
5. 특정한 질병환자에서 : 파킨슨씨병
6. 성교시
신경교대
신경과 신경을 화학적으로 연결해 주는 것. 역에서 기차를 교대할 때 기관사에게 운행방법을 지시하듯이 생체는 신경교대를 이용해 신경의 활성을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