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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슨 과학의 역사


또다시 입시철이다. 흔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입시철을 포함하여 오계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수능시험이 소란 속에서 끝났고, 조금 있으면 논술이니 심층면접이니 하여 또다시 진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고전에 포함되기에는 좀 부족할지 모르지만, 수험생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될까하여 과학사의 전반적인 모습을 조망하는데 유용한 대표적 입문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과학사 분야의 대표적 입문서

스티븐 메이슨(Stephen F. Mason)의 ‘과학의 역사’(A History of Sciences)는 한권으로 쓰여진 대표적인 과학사 개론서다. 과학사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던 이 책은 원래 ‘과학사상의 주류’(Main Currents of Scientific Thought)라는 제목으로 1953년에 초판이 나왔고, 1962년에는 개정판이 출간됐다(우리말 번역본, 박성래 옮김, 도서출판 까치).

과학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책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그가 과학의 역사를 기술하는 입장은 과학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sciences)라는 것과, 자신이 쓰고 있는 과학의 역사가 유일한 역사(the history of science)가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모든 시대와 모든 사회에서 공통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과학의 정의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변화하는 모든 과학 속에 내재하는 연속성의 요소가 존재한다고 보고 과학의 역사를 진보적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6개의 부(제1부 고대의 과학, 제2부 동양과 중세의 과학, 제3부 16∼17세기의 과학혁명, 제4부 18세기의 과학 - 국가적 과학전통의 발전, 제5부 19세기의 과학 - 산업과 지적변화의 주체, 제6부 20세기의 과학 - 새로운 영역과 새로운 권력)로 나눠졌으며, 48개라는 많은 장으로 구성돼 있다. 시대적 측면에서 그리고 지역적 측면에서 과학의 역사를 한권의 책 속에 담아내고자 했던 저자의 의도를 이러한 긴 목차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

메이슨은 서두에서 오늘날과 같은 과학의 출현이 중세 후기 및 근대 초기에야 가능했다고 말하면서도, 제1부와 제2부의 11개 장을 할애해 고대 및 중세 동안의 바빌로니아와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 중국과 인도, 이슬람 세계를 다루고 있다. 이는 각각의 시대와 지역에서 나타났던 기술(techniques), 사실(facts), 생각(conceptions) 등이 사실상 과학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입장에서 과학의 역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과학이라는 새로운 전통은 서로 별개로 존재하던 두 가지 전통 - 즉 한편으로는 철학적 전통(정신적 전통, spiritual tradition)과 또 한편으로는 장인(craftsman)적 전통(기술적 전통, technical tradition) - 과 사실상 면면히 이어져 내려왔다. 고대 그리스인에게로부터 이어진 철학적 전통과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출현한 장인적 전통은 서구 유럽인의 세계에서 과학으로 출현한 것이다.

새로운 과학전통이 수립되는 중요한 계기는 16-17세기의 과학혁명이었다. 코페르니쿠스와 케플러에 의해 새로운 세계관이 출현했고, 갈릴레이와 데카르트에 의해 수학적 방법이 사용됐으며, 베이컨과 뉴튼에 의해 체계화된 실험이 중요한 부분으로 들어왔다. 이후 과학은 계몽시대와 산업혁명시대를 거치면서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됐고, 점차 오늘날과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 독립된 분야들로서의 물리학, 화학, 생물학이 정립됐다.

내적 과학사 중심의 역사서

메이슨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주로 과학사상의 흐름에 중점을 두면서 과학의 역사를 전개하는 내적 과학사를 표방한다. 그렇지만 제4부의 제목 ‘18세기 과학: 국가적 과학 전통의 발전’에서 엿보이듯이, 그는 과학사상의 출현 및 발전과 특정 사회 및 시대를 연관시키는 일도 놓치지 않고 있다.

또한 과학이 어느 문명에서는 발전되고, 또 어느 문명에서는 쇠퇴한 이유도 함께 다루고 있다. 특히 47장에서 그는 미국과학이 경험적 경향을 가졌던 이유와 옛소련의 과학이 이론적 경향을 가졌던 이유를 각각 영국과 프랑스의 지적 그리고 정치적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과학사학자로서 메이슨은 또한 과학자들의 일차자료를 직접 인용함으로써 역사의 실제성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그는 다윈의 자서전에서 “나는 점점 종이 점진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라는 부분을 직접 인용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다윈의 사고가 어떻게 전개됐는가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한다.

이제 메이슨의 책이 출간된지 40년이 지났다. 그동안 과학사학계에는 작지만 중요한 변화들이 있었다. 여전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과학사학자들이 수적으로 많이 늘어났고, 연구분야들도 다양화·세분화됐다.

특히 과학사에서 중세를 좀더 적극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출현했고, 내적 과학사가 아닌 외적 과학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과학자들에 의한 과학만이 아니라 과학이 대중에게 열려지는 과학대중화 부분 역시 최근에 연구되는 분야로, 과학사의 중요한 한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메이슨의 책은 물론 이러한 부분들을 다루지 못하고 있다. 아니 다룰 수가 없었다. 이는 아쉬운 점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오히려 반가워해야 할 일이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연구가 매우 활발했음을 반증해주기 때문이다. 아직도 전세계에서 과학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필독서로서 메이슨의 책이 갖는 의의는 여전하다. 그의 책은 과학의 전체적인 흐름을 종합적으로 조망해주고 있으며, 역사와 사회 그리고 과학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자 겸 과학사학자, 스티븐 F. 메이슨

메이슨은 말라리아의 예방제에 관한 연구로 1947년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몇년 간 그곳에서 화학과 과학사를 강의했다.

이후 런던의 웰컴 연구소(Wellcom Institute)에서 특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1956년 부터 영국의 엑스터대에서 물리화학 및 분광학 담당교수로 근무했다. 1964년에는 이스트 엘글리아대에서, 그리고 다시 1970년에는 런던대의 킹스 칼리지에서 화학교수로 화학연구에 종사했다.

1988년 이후 런던대의 화학 명예교수 겸 캠브리지대의 과학사∙과학철학 명예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학의 역사’이외에 과학사와 관련된 그의 대표적 저술로는 1991년 출판된‘화학적 진화’(Chemical Evolution: Origin of the Elements, Molecules, and Living Systems; 우리말 번역본, 고문주 옮김, 민음사)가 있다.

2001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송진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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