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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육 : 차세대 나노주자 위한 소우주 여행

중 · 고생 대상 생생한 관찰 체험

나노과학에 대해 과학자들조차 낯선 현재. 한편에서는 미래를 이끌 차세대 나노주자를 위한 나노교육이 시작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나노교육을 살펴보자.


차세대 나노주자 위한 소우주 여행


일반 대중에게도 이제는 나노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 않는 듯하다. 방송과 신문지면에서 가끔씩 한번 나노에 대해 들먹이고 있고, 3대 테크놀러지로 BT(생명과학), IT(정보통신)와 함께 NT(나노과학)를 꼽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실상 나노과학에 대해 일반인은 무엇을 접할 수 있을까. 사실 많은 과학자들에게조차 나노과학은 낯설다. 그만큼 원자의 세계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미스터리다. 때문에 대중은 단지 ‘나노’라는 단어만을 듣는 수준을 벗어나 직접 자신이 이 세계를 체험해볼 기회가 없다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정복은 차세대 나노주자 손에

자라나는 차세대 나노주자를 위한 교육도 두말할 필요없이 감히 엄두도 못내고 있다. 이는 나노과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통해 보는 과학의 세계는 최전선 과학자들이 바라보는 과학의 세계와 매우 동떨어져 있다는 것은 이미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중·고생은 물론 대학생조차 최전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접하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차세대 나노주자를 위한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고 국내외 과학계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성창모 교수는 나노교육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노세계가 열린지 고작 10여년이 흘렀으니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다. 이 미지의 세계를 정복할 주역은 아마도 나 같은 지금의 과학자는 아닐 것 같다. 미래의 나노과학자가 나노세계를 정복할 것으로 보인다. 나노세계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연구했던 마이크론 세계와는 차원이 다르다. 때문에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새로운 세대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나노세계를 얼마나 빨리 정복하느냐는 차세대를 위한 나노교육에 달려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차세대 나노주자를 위한 나노교육과정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아직 과학자들도 잘 모르는 나노세계를 어떻게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일까.

실제 예를 살펴보자. 애리조나주립대를 주축으로 대학, 기업, 그리고 고등학교가 콘소시엄을 이뤄 형성된 IN- VSEE(Interactive Nano-Visualization in Science and Engineering Education) 프로젝트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나노교육 프로그램을 1997년부터 시작했다(invsee.asu.edu).

파인만이 먼저 바라볼 수 있었던 이유

IN-VSEE는 프로젝트의 이름에서 이미 암시하듯이 교육 방법으로 나노세계의 시각화를 통한 ‘관찰’을 핵심으로 본다. 과학이 사물의 관찰로부터 시작했던 것처럼 미지의 나노세계에 대한 접근도 관찰에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다.

과학교육에서 관찰의 중요성은 나노과학을 처음으로 제시했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어린 시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파인만이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10억분의 1세계를 1950년대 소개한 것은 창의적인 사고 습관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누구도 생각지 못하는 자유로운 발상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가 남달랐던 이유에 대해 파인만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교육을 꼽았다. 파인만의 아버지는 과학자가 아닌 제복회사의 판매 관리인으로 평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저녁식사 후면 아들과 함께 욕실용 타일을 갖고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때 어린 파인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질에 대한 형상과 반복 패턴에 대한 개념을 배웠다. 관찰을 통해 자연스럽게 과학의 개념과 규칙성을 유도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과학이 무엇인지를 배우기 위한 첫걸음은 인내심을 갖고 어떤 현상을 지켜보는 것이다. 특히 나노교육의 경우, 아직 과학자들조차 이해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IN-VSEE 프로젝트도 마찬가지 접근을 하고 있다. 나노세계를 볼 수 있게 해주는 SPM을 필수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러나 IN-VSEE는 나노교육을 위해 각각의 교실이나 학교마다 SPM를 구비할 필요가 없다. SPM은 일반 실험실에 널려있는 실험도구와 같지 않다. 일부 대학도 구비하기에는 만만찮게 가격이 비싸다.

교실에서 원격으로 원자세계 관찰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SPM을 나노교육에 이용한다는 것일까. 그 해답은 오늘날 눈부시게 발달한 원격통신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IN-VSEE 프로젝트는 발달한 웹을 기반으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웹을 이용해서 SPM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실시간 인터페이스를 우선 제작했다. 사실은 직접 SPM을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은 아니고, 이미 SPM으로 얻어낸 영상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환경을 제작한 것이다.

실제로 일반인이 SPM을 조작하는 방법을 배워 어떤 이미지를 얻기는 무척 어렵다. 숭실대 강세종 교수는 SPM을 이용한 원자수준의 표면윤곽을 얻기가 현재는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료를 두고 오늘 본 SPM 사진과 내일 본 SPM 영상이 다르다. 아니 매번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SPM의 탐침이 단지 원자 몇개로 구성돼 있어 쉽게 손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SPM을 다뤄본 사람만이 제대로 된 영상을 얻어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고가의 SPM 장비를 들여놓은 일부 대학에서는 이 장비들이 제대로 이용되지 못하고 한구석에 처박히는 경우도 있다.”

IN-VSEE 프로젝트가 웹을 통해 나노과학을 전달함으로써 다른 교육적인 목적도 함께 꾀하고 있다. 다름 아니라 현대과학의 통합성과 다양성이다. 앞으로 물리학자는 깊이있는 물리적인 지식만을 요구받지 않는다. 미래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고 다양한 분야와의 상호교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통신 등 각종 이공계 분야에서 연구가 이뤄지는 나노과학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IN-VSEE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물에 대해 관찰하는 습관을 길러주고자 한다. 또한 학생들이 개발한 가상환경으로 자료를 분석함으로써 웹과 컴퓨터를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네트워크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음으로써 의사소통법도 키워주는 목표도 달성하려 한다.
한편 미국 전자현미경 학회와 버클리대를 중심으로 1993년부터 IN-VSEE보다 좀더 확장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MICRO(Microscopy In Curriculum Research Outreach).

이 프로젝트는 IN-VSEE와 달리 SPM 대신 전자현미경을 교육도구로 사용한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중·고생들에게 현재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나노세계까지 보여주고 과학적 탐구정신과 관찰 태도를 심어주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현재 2백여명의 전자현미경 연구 관련 과학자와 공학자, 2백여명의 중·고교 교사, 1백여명의 학부모, 그리고 3만여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www. msa.microscopy.com/ProjectMicro/PMHomePage.html).

MICRO 프로젝트의 특징은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소우주를 탐구한다는 것. ‘연못에 사는 생물체가 어떻게 생겼을까.’ 이같은 궁금증을 해결하면서 미시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가게 하자는 의미다. 따라서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생활 속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자극을 주기 위해 학생들이 찾은 소재 중에서 상을 수여하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광학현미경도 중요한 학습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먼저 광학현미경을 통해 낮은 단계의 미시세계를 관찰하고, 전자현미경으로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 점진적인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IN-VSEE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MICRO 프로젝트도 웹을 이용해서 원격으로 전자현미경을 조종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전자현미경의 원리를 습득하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ICRO 프로젝트 에 참여한 학생의 전자 현미경 작품.


눈뜨기 시작한 국내 현실

최근 국내에서도 미약하지만 나노교육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양대가 주최하고 한양대 자연대학과 신과람(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사람의 약어)이라는 과학교사 모임이 직접 주관하는 ‘한양대 과학교실’ 행사에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교육이 포함돼 있다. 이 행사는 여름방학에 열리는데, 중·고생이 참여할 수 있다.

한양대 과학교실에서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교육을 자세히 살펴보자. 전자현미경 관련 연구실의 조교가 학생들에게 전자현미경을 사용하는 방법을 직접 보여준다. 그런 후 학생이 조교의 도움을 받아 전자현미경으로 초파리 침샘과 같은 생물시료를 컴퓨터 화면에서 직접 관찰해볼 수 있다. 또한 오랫동안 이 영상을 간직할 수 있도록 사진으로 인화해간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행사에서는 단지 생물학에서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로 전자현미경을 강조한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전자현미경을 체험해볼 수 없기에 참여한 학생들은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할 것이다.

이 외에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소가 올해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전자현미경 교육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전자현미경에 대한 원리와 응용에 대해 비디오 상영과 함께 한 강의, 그리고 머리카락이나 개미 같은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물질을 바탕으로 3-4시간의 관찰을 해보는 자리였다.

앞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소는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미시세계 교육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또한 오는 11월에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전자현미경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어찌보면 나노과학에 대해 문외한인 것은 과학자나 일반인이나 매일반이다. 따라서 미래를 이끌 현재의 학생중 누군가가 현재의 과학자보다 먼저 나노과학에 결정적인 발견을 할 가능성도 있다. 아인슈타인이 20대 초반 자신의 일생을 대표할 연구를 이뤄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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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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