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기형아치료 새 생물 창조 등 의학 육종학의 새 전기 마련

어떻게 이용되나

발생공학이란 새로운 개념에서 바라본 돌연변이는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돌연변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비정상의 변태로부터 얻은 지식은 전혀 새로운 생물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영감을 준다는 것이 발생공학의 돌연변이관이다.

인류가 지각을 갖게 되면서 품은 가장 큰 의문의 하나는 바로 발생의 신비였다. 수정된 접합자세포가 체세포분열을 거듭하면서 어떻게 각기 다른 모양과 특성을 지닌 수많은 기관은 세포로 발달해나가는지는 실로 큰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 발생과 분화 과정 중 생물은 어떻게 고유의 패턴과 모양을 삼차원적으로 틀지워나가는 것일까? 발생과정중 세포들은 인접세포와 어떻게 교신을 하며 필요한 유전자를 적재적소에 정확하게 조절해 발현시키는 것일까?

발생의 신비를 탐구하는 것은 순수과학적 중요성 외에도 발생현상을 이용한 응용과학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새로운 학문에 대한 적절한 명칭이 발생공학이다. 발생공학(Developmental engineering)이란 "동식물의 발생과 분화과정에 관여하는 제반 요인, 또는 그 과정 자체를 인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기내(In vitro)와 생체내(in vivo)에서 전혀 새로운 개체나 기관, 물질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이용하는 기술"로 정의된다.

원래 발생공학이란 용어는 일본의 동물발생학자들 사이에서 처음 제창됐으나 그 정의는 번식공학의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고 동물번식의 관점에서 한정돼 있었다. 동물의 경우 정자와 난자, 그리고 초기의 배를 이용한 정자분류, 정자와 난자의 동결, 배의 난할, 배세포의 융합, 핵이식, 수정란 이식 등이 번식공학(Reproductive Engineering)이란 뜻으로 응용되고 있다. 기존 번식공학의 개념과는 달리 발생공학의 개념은 보다 폭넓고 다양하며 적극적인 응용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술로써 정의된다.

발생관여 유전자를 찾아라

발생과정을 집을 짓는 일에 비유해보자. 집을 짓기 위해서는 벽돌과 자갈 시멘트 모래 등 자재를 모두 한곳에 쌓아 두었다고 해서 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도가 필요하다. 여러 세포들로 구성돼 있는 생물에서의 설계도는 바로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 즉 DNA의 염기 코드다. 생물은 자신의 설계도에 따라 스스로 지어지는 집과 같다. 다시 말해 발생이란 한 세포가 분열하면서 유전자 설계도에 수록된 모든 정보가 실현될 때까지 설계도의 지시를 정확하게 따르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발생현상을 이해하고 이것을 인위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전자코드의 해독이 필수적이다. 세계의 학자들은 현재 인간의 게놈을 구성하는 모든 DNA의 염기 서열을 해독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방대한 게놈 DNA 전부를 해독하는데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막대한 경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인간의 유전자를 완전 해독한다 해도 해독된 염기배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난해한 난수표도 숙련된 암호 전문가에 의해 결국 풀리는 것처럼 방대한 염기암호 중 배열상 어떤 특징이 있는 부분들을 모으고 비교 분석함으로써 구조유전자와 조절유전자, 그리고 또다른 기능을 가진 DNA로 분류해 그 특징과 기능을 밝혀낼 것이다.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드는 게놈 프로젝트와 별도로, 또는 이 연구와 연계해 해야할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특정유전자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유전자도서관을 만들어 활용하는데, 유전자 도서관이란 한 생물의 모든 DNA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미생물에 넣어 보관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유전자 도서관에서 특정형질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DNA 조각들을 마커로 분류하는 기술인 RFLP(Restriction Fragment Length Polymorphism)나 발생에 관여하는 특정요소의 생화학적 지식을 응용해 발생과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뽑아낼 수 있다.

이미 이런 방법으로 동 식물에서 발생과 기관 분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다수 분리돼 염기를 해독한 바 있다. 또 이런 유전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발생 및 분화과정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외부유전자를 도입하고 발현시키는 기술인 형질 전환 실험이 용이해짐에 따라 발생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도입해 앞으로는 발생과정중에 돌연변이가 생긴 새로운 개체를 다량 얻어낼 전망이다.

응용 범위 넓은 인위적 돌연변이

발생과정중 이상이 생긴 돌연변이들은 정상발생과정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발생과정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새로운 생물을 창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우리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발생 현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많은 유용한 돌연변이체의 창성이 가능하다. 이는 새로운 생물의 육종부분에 혁명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발생공학을 인간이나 동물에 적용할 경우 기형아 치료와 손상된 장기나 기관의 재생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물론 인간의 발생을 인위적으로 조절한다는 것은 종교적, 도덕적 가치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야 한다.

동물에서 기형을 보면 심한 혐오감을 느낄 수 있지만 식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식물에서는 형태나 색깔이 희귀할수록 희소성으로 더 가치있게 받아들여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발생공학은 식물에 우선적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사자의 머리에 양의 몸을 하고 뱀 꼬리를 가진 키메라라는 괴물이 등장한다. 이 신화 속의 괴물처럼 여러 종의 기관들을 한 몸체에 가지고 있는 생물을 키메라라고 부른다. 식물 키메라의 창성은 역사가 오래됐다. 새롭고 좋은 과일을 얻기 위해, 또는 수확을 늘리기 위해 서로 다른 종의 과수와 채소작물의 가지나 눈을 교환해서 접을 붙이면 키메라 식물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종끼리의 접목은 가능하나 근친관계가 멀수록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접목을 통한 키메라식물의 예로 배추와 무우의 결합체인 '무추'를 들 수 있다. 배추와 무의 종자를 각각 파종한 뒤 발아한 무의 지상부를 잘라내고 배추의 지상부를 접붙여 밑에는 무 뿌리, 위에는 완전히 알을 뺀 통배추가 달린 식물을 얻었다. 이같은 키메라 식물은 원래의 각 개체 입장에서 보면 인위적 돌연변이다.

그러나 이런 접목 키메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매번 접을 붙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배추와 무의 잡종을 생산하기 위해 교배를 하면 아주 드물게 종자를 얻을 수 있지만 이 잡종들은 호랑이와 사자의 잡종인 라이거처럼 붙임이 되어 후대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리고 아예 유연관계가 멀어 교배도 접도 불가능한 경우 키메라를 얻기 위해 세포융합이라는 기술을 쓴다. 다른 종들의 세포를 한데 섞어 폴리에틸렌 글라이콜과 ${ca}^{++}$을 넣으면 세포끼리 융합이 일어난다. 세포질 융합에 이어 곧 핵융합이 일어나 완전한 하나의 세포가 되면 세포배양을 통해 식물체로 발달한다. 세포융합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이 방법에 의해 많은 키메라 식물이 만들어졌는데, 감자와 토마토의 잡종인 '포마토'는 그 대표적 경우다.

식물세포융합기술에는 특히 일본학자들이 많이 기여를 해 여러 키메라 식물을 탄생시켰다. 감귤(오렌지) 탱자(가라다치)의 세포융합으로 얻어진 오레다치, 벼(이네)와 피(히에)가 융합된 히네, 멜론과 호박(가보차)의 융합식물인 셀로과 등의 신품종이 바로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동물의 경우 배양을 통해 식물처럼 완전한 생물체를 얻어내는 일은 어렵지만 세포융합기술은 상당한 발전을 보여 이미 많은 키메라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카메라 동물이 신화 속의 괴물이 아닌, 우리가 원하면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종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세모 모양의 레몬 스쿼시. 과일의 모양을 인위적으로 변형시키면 보관과 운반에 이점이 있다.
 

얼룩고양이의 경우

우리는 자연계에서 생물들이 지닌 현란한 색과 무늬를 자주 접한다. 연못에서 먹이를 던지면 올라오는 잉어들의 색무늬나 얼룩무늬의 개와 고양이를 보면서 한번쯤 의문을 품어 보았을 것이다. 점박이 얼룩무늬 줄무늬 물결무늬 등이 나타나는 비밀은 무엇일까. 우리가 그 비밀을 알 수 있다면 인위적으로 색무늬를 변화시킨 동식물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최근 색소 발현에 관한 많은 유전자들이 분리돼 특성이 파악됐고, 이들 유전자들을 다시 식물에 도입해 색깔과 무늬가 변화된 새로운 식물을 만들어낸 바 있다. 그리고 청색을 만드는 유전자를 탐색하는 작업들이 활발히 진행돼 파란 장미를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편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얼룩무늬를 자세히 관찰하면 그것이 발생과정상 특정세포에서만 색소가 발현되고 어떤 구역의 세포에서는 그 색소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임의로 일어나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얼룩무늬를 관찰할 수 있다.

얼룩무늬 발생에 관한 연구중 얼룩무늬 고양이에 관한 아주 오랜 유전학적 연구가 있다. 얼룩무늬는 유독 암컷에만 나타나고 수컷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암코양이의 얼룩무늬가 가진 색소 유전자에는 검정색을 만드는 유전자와 노랑색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다. 두 유전자를 가진 염색체들은 피부세포로 분화하는 과정에서 어떤 세포군은 한 염색체를 극도로 수축시켜 그 염색체에 있는 색소 유전자의 발현을 중지시키고 다른 X염색체의 색소 유전자만 발현시킨다. 즉 검정색 유전자를 가진 X염색체가 수축된 세포에는 노란색무늬를 띠고 노랑색유전자를 가진 X염색체가 수축된 세포집단에는 검정색이 발현돼 얼룩무늬 고양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양한 색 무늬를 나타내는 또다른 흥미로운 예는 옥수수알의 경우다. 점박이 무늬 얼룩무늬 줄무늬 등 아주 다양한 무늬를 가지는 옥수수알의 유전을 연구하던 맥클린 톡 여사는 이런 현란한 색소 유전자의 발현 변화가 유동 유전자에 의한 것임을 밝혔다. 이 유동유전자는 DNA 상에서 임의대로 움직일 수 있는 DNA 조각으로, 색소 유전자에 끼여들 경우 색소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색소 발현을 저해한다. 그러다가 다시 그 자리에서 유동 유전자가 빠져나오게 되면 다시 색소 유전자가 발현된다. 그러므로 유동유전자가 발생과정중 어떤 시기에 어느 세포군에서 새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끼치느냐에 따라 색무늬의 모양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유동유전자의 작용 기작과 색소 유전자를 가진 염색체 부분의 임의적 수축에 관한 연구에서 얻어지는 정보를 활용하면 다양한 무늬를 가진 생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밑은 빨간색, 중간은 흰색, 위는 무지개색을 가진 꽃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한 껍질안에 네 알갱이 쌀

초파리의 발생과정에서 이상이 생긴 돌연변이중 머리부분에 있는 안테나가 다리로 변해 발생한 '안테나페디아'라는 유명한 돌연변이가 있다. 또다른 돌연변이 초파리인 '울트라 바이쇼랙스'는 비행할 때 균형을 잡는 핼터(Haltere)라는 기관이 날개로 변해 날개가 4장이 발생한 기이한 돌연변이다. 발생시 특정기관에 이상이 생긴 돌연변이를 호메오틱 돌연변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돌연변이에서 그 변이의 원인이 되는 호메오틱유전자들이 다수 분리되고 특성이 파악돼 흥미를 끌었다. 이들 유전자들은 호메오 박스라고 불리는 DNA 부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식물에서도 많은 호메오틱 돌연변이가 오래 전부터 보고되고 최근에는 이 유전자의 특성이 파악됐다. 대개 식물의 호메오틱 돌연변이는 화기구조에 관련된 돌연변이들인데, 즉 잎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 순인 화기 발달 순서가 바뀌어 발생한 것들이다. 그런데 모든 화기 기관들은 잎의 유사기관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파리의 경우도 안테나와 다리, 그리고 헬터와 날개는 모두 유사기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사기관을 서로 변형시킨다면 전혀 새로운 형상을 가진 생물을 만들 수 있다.

특히 최근 예일대학교 연구진이 초파리의 호메오틱 유전자중 호메오 박스를 떼어내 다른 호메오틱 유전자로 대치한 뒤 초파리에 재도입해 발생시킨 유충은 놀랍게도 닮은 체절의 머리를 가진 기형이 됐다고 하며, 초파리의 안테나페디아 유전자를 파괴시키고 비슷한 쥐의 호메오틱을 도입한 결과 발생한 초파리 역시 안테나가 다리로 변한 기형이었다 한다.

앞으로 호메오틱 유전자를 과다발현시키거나 그 유전자의 발현을 중지하는 기술을 이용하든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호메오박스를 서로 바꾸어 도입하는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도입하면 전혀 새로운 생물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식물의 돌연변이중 다배주현상을 나타내는 돌연변이가 있다. 이는 한 껍질안에 두개 세개 네개의 낟알이 들어있는 경우다.

이런 비슷한 현상은 한 꼭지에 여러개의 암술을 달고 있는 오이 토마토 옥수수 등에서 관찰되고 있다. 사람에게도 젖가슴이 두개 이상인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들은 특정기관을 만드는 시원세포가 과다분열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벼의 다배주 현상은 단성 유전자에 의해 유전되는 것으로 밝혀진 만큼 DNA 수준에서의 유전자 분리는 다배주 현상 기작의 이해뿐만 아니라 이런 개체를 얻어내는데도 큰 응용성을 제시한다.

특정기관을 정상개체보다 더 많이 만드는 응용은 형태형성물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물의 형태형성물질로 지목된 레티노익산은 이 물질을 양서류나 가금류의 사지형성부위에 주입하면 원래 발생하는 사지 외에 또다른 사지가 거울형상으로 발생한다. 식물에서는 아직 형태형성물질로 명명된 물질은 없지만 식물 호르몬이 형태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조직배양시 적당한 호르몬의 첨가로 화아원기 잎원기 뿌리원기를 대량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
 

정상적인 초파리라면 한 쌍의 날개가 ①의 T3, 즉 두번째 가슴부위에서 생겨난다. ②는 정상의 초파리 모습이고 ③은 두쌍의 날개를 가진 비정상 초파리로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다.
 

웅성불임 개체의 창성

최근 식물 호르몬을 생성하는 유전자와 호르몬 처리시 식물에서 발현하는 유전자, 그리고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 등이 분리돼 그 특성이 파악되고 있다. 이런 유전자를 이용해 기관 분화과정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한다면 기관형성의 갯수도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이 말은 곡류의 낟알이나 과일을 한 꼬투리에서 많이 맺게 해 수량증산을 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정조직이나 기관의 cDNA 도서관을 작성한 후 cDNA 차등 선별법을 이용하면 조직특이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유전자를 어렵지 않게 분리할 수 있다. 이렇게 분리된 많은 유전자들은 그들이 언제 어느 조직에서 발현된다는 정보를 유전자 앞 부분에 있는 프로모터에 담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아 밝혀졌다. 이 조직 특이적 유전자들을 이용한 유전공학 기법은 고전육종학 방법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신품종의 창성을 예고하고 있다.

그 첫번째 성공작은 바로 유전자의 프로모터를 이용한 웅성불임 개체의 창성이다. 종묘회사들이 F1 잡종종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친 사이에 교배를 유도한다. 그러나 자가수정이 일어나면 F1 잡종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자가수정을 막기 위해서 일일이 종자를 받을 식물의 꽃에서 수술을 제거하여야만 한다. 웅성불임은 수술이 퇴화되므로 이런 제웅 작업이 필요없어 제웅작업에 드는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다. 최근들어 자연상태에서 일어난 돌연변이중 웅성불임인 식물들이 소수 발견돼 종묘회사들이 F1 체종에 이용하고 있으며 방사선 등을 이용한 인위적 돌연변이를 유도해 웅성불임 개체를 선발 육종하기도 한다.

꽃가루 주머니(약,葯)의 발달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분리되면서 이들이 가진 프로모터 부분을 이용, 웅성불임개체를 만들기 위한 몇가지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그 중 가장 성공적인 결과를 낸 것은 RNA를 파괴하는 Rnase 유전자를 약에서 발현되는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붙여 식물체에 재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식물체에 도입한 RNase 유전자는 그들이 약에서만 발현되는 정보를 가진 프로모터에 붙어 있기 때문에 오직 약의 발달 과정에서만 발현될 것이고, 약의 발달에 필요한 RNA를 모두 파괴하므로 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리라는 아이디어였다.

필자는 실제로 이 방법으로 유채와 담배에서 완전한 웅성불임개체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 방법은 벼와 같은 중요한 작물에서 웅성불임개체를 만드는데 이용될 것이고, 봄이면 알레르기 등을 유발하는 가로수의 꽃가루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웅성불임을 만들 수 있다. 이와 유사한 방법에 의해 씨 없는 수박이나 씨 없는 포도, 털 없는 복숭아도 가능하다.
 

화기구조에 이상이 생긴 호메오틱 돌연변이 꽃
 

모양도 인위적으로 변형

모든 생물은 고유의 모양이 있다. 생물의 모양이 어떻게 틀지워지는가하는 의문은 오랫동안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생물학은 생화학의 진보와 분자 생물학적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생물의 형태형성도 오늘날에는 세포수준, 또는 유전자 수준에서 해명이 진전되고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세포이며 동물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은 모두 세포의 집단체로 규정된다. 기본적으로 세포 자체가 가로 세로 폭의 세가지 방향으로 얼마 만큼 분열을 진행해서 차지하는가에 따라, 또 세포들이 만들어내는 기본뼈대와 구조물질이 세가지 변수 방향으로 어떻게 집적되느냐에 따라 생물개체나 기관의 모양이 결정된다. 즉 특정개체 또는 기관의 형태는 세포분열의 방향, 세포분열의 횟수, 세포의 크기와 형태라는 세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식물과 달리 조형운동이라 불리는 동물의 형태 형성과정은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동물의 세포 이동은 세포 내의 특징적인 힘에 의해 일어난다. 그 힘은 세포 표면의 성질, 중력과 같은 일반적인 힘, 내적으로 생기는 세포질의 힘 등이 주요 요소가 될 것이다.

생물의 형태형성은 화학물질의 작용과 물리적 힘의 기능을 포함한 매우 복잡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생물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형상들은 생물이 가지고 있는 형태형성에 관한 유전정보의 정확한 발현에 기인하여 틀지워진다. 그러므로 특정 모양을 가진 종은 언제나 수백세대를 거친 뒤에도 늘 그 특정형태에 관한 유전 정보를 자손에게 전달할 것이고 새로 태어나는 개체 역시 똑같은 모양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형태형성에 이상이 생긴 많은 돌연변이체를 선발해 그 유전자를 분리하고 그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형태와 모양의 인위적 변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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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빈철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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