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과학기자 데이비드 펄먼(David Perlman)이 ‘은퇴’했다. 1 918년생인 그는 올 해 우 리나이로 1 0 0세다. 펄먼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미 서부지역 주요 일간지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60년 가까이 과학기사를 썼다.
펄먼이 과학 취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57년 ‘우주의 근원(The Nature of the Universe)’이라는 책을 읽고나서였다고 한다. 그가 태어났던 20세기 초는 페니실린도, 빅뱅 이론도 없던 때였다. 펄먼은 책을 덮고 나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세상에나, 너무 흥미롭잖아!”
물론 이 책이 주장했던 정상우주론(Steady State Theory)은 나중에 빅뱅 이론에 밀려 지금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다.
펄먼은 최근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은퇴 인터뷰에서 “(과학에 대한 이해의 부재를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사례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논쟁”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反) 기후변화 정서를 꼬집은 얘기다.
과학에 대한 이해 부재의 이유가 없지 않다. 펄먼은 “한때 미 전역을 통틀어 과학기사에 할애된 지면이 매일 50~75페이지에 달했지만, 지금은 화요일판 뉴욕타임스 정도가 전부”라고 지금의 상황을 아쉬워했다.
국내 상황이 미국보다 더 나은 것 같지는 않다.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한 질문은 굳이 하지 않겠다. 대답 역시 어쩌면 뻔하다. 과학기술이 발전했고,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다. 젊은 세대의 교육과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기 보다는 어떤 과학기술을 기사로 ‘팔아야’ 할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작고한 미국의 과 학사회학자 도 로시 넬킨은 1 9 8 7년 ‘셀링 사이언스(Selling Science)’라는 책에서 과학의 힘을 우러러 본 과학기자들의 태도와 새롭고 잘 팔리는 뉴스거리를 쫓는 언론의 속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30년 전 그 비판은 지금 우리에게 여전히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 역시 과학기술계가 던져주는 장밋빛 미래만 무작정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호 ‘과학동아’는 과학언론의 기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애썼다. 일회용 생리대는 생리대 구조부터 한 꺼풀씩 벗겨보고 논란이 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출처를 추정해봤다. 여성청결제의 유해성도 전문가에게 실험을 의뢰해 단독 조사했다. 이런 시도가 독자 여러분의 과학적인 이해와 사고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