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사와 한국과학문화재단,동아사이언스는 청소년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해 과학자들이 방문 강연하는 '과학기술 앰배서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번호에서는 안산 시곡중을 찾은 박윤제 대한제당 수석연구원의 강연을 소개한다.
생명체에는 동물과 식물을 비롯해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같은 많은 미생물도 포함된다. 미생물은 포도주를 만들 때처럼 실생활에 많이 이용돼 왔다. 특히 푸른곰팡이에서는 페니실린이라는 대표적인 항생제를 얻을 수 있다. 영국 의학자 플레밍이 발견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실수로 발견됐다’ 는 일화로 유명하다.
원래 플레밍은 폐렴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날 플레밍이 실험실에 와보니 배양 중이던 미생물이 모두 사라져버리고 대신 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밍은 그걸 버리지 않고 무엇 때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곰곰이 관찰했다. 그 결과 푸른곰팡이가 만드는 페니실린이란 물질이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부주의 때문에 생긴 자신의 실수에서 인류에게 엄청나게 공헌하게 될 과학적 사실을 발견해낸 것이다.
과학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미생물은 대장균이다. 대장균의 몸길이는 1-3μm(마이크로미터, 1μm=${10}^{-6}$m)에 불과하지만, DNA의 길이는 자기 몸길이의 3백배인 1mm이고, 유전자 수는 4천3백개 정도다. 대장균을 실험에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키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해서다.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현재는 DNA를 기계로 만들 수 있게 됐다. DNA를 만드는 기계와 대장균을 비교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장균은 30분에 4백50만개의 DNA를 만들 수 있지만, 기계는 같은 시간 동안 불과 1백개 밖에 만들지 못한다. 오차 발생률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 대장균은 10억개 중 1개 정도로 잘못된 유전자를 만드는데 비해 기계는 1백개 중 1개를 잘못 만들어낸다.
기계보다 대장균이 유전자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대장균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생명체는 기계보다 훨씬 더 정밀하고 오묘하게 설계됐다. 인간의 경우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수가 자그마치 60조개다. 그 세포마다 안에 핵이 있고, 핵 안에 염색체가 있으며, 염색체에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 몸속에는 3만-4만개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세포 1개에 들어있는 DNA를 쭉 늘어놓으면 길이가 1.8m 정도다. 우리 몸의 세포 수가 60조개이니, 전자를 다 꺼내서 붙이면 약 1천억km가 된다. 인간은 지구 둘레를 무려 2백50만번이나 돌아야 하는 엄청난 길이의 DNA를 갖고있는 것이다.
이처럼 놀라운 생명체를 연구해 인류에게 유익하게 이용하려는 생명공학기술은 이 시간에도 새로운 미래를 계속 개척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