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를 지배한 공룡은 어느 순간 몰락했다. 이에 관한 유력한 설은 소행성충돌로 인한 지구의 갑작스런 기후변화다. 그렇다면 인류는 앞으로 얼마나 지구 지배자로서의 영광을 누릴까. 이에 대한 비밀이 과거 기후에 담겨있다는데…. 왜일까.
우리는 앞으로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한다. 특히‘지구온난화’라는 말이 신문지 면에 자주 오르내리고 국제회의다 협약이다 해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 갑론을박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일어날 것일까. 온난화가 일어나면 얼마나 더워질까. 과연 생태계나 인간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더 나아가 먹고사는 일은 걱정이 없을까.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같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과거 기후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일까.
‘과거를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과거 기후의 변화 정보가 앞으로의 기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또 과거에 기후변화가 일어났을 때 자연생태계에서 발생한 변화는 미래 기후변화에 따라 자연생태계에 일어날 수 있는 극심한 변화를 예견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영국의 저명한 기후학자인 램은“현재 기후를 이해하고 미래 기후변화를 예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것은 과거 기후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과거 기후를 변화시켰던 원인들이 현재나 미래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의 기후는 과거에 일어났던 원인들과 인간의 활동에 의한 원인들이 복합적인 형태로 작용해 변화하는 것이다.
해저 퇴적물 채취해 연구
고기후 연구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밝혀냄으로써 화산폭발이나 태양에너지의 변화와 같은 자연적인 원인이 20세기 지구온난화에 어떻게 관련돼 있는가를 밝히는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기후 연구에 사용되는 컴퓨터를 이용한 기후모델이 과거의 기후변화를 제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그 모델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진다. 즉 과거 기후를 제대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미래에 대한 예측 결과도 신뢰할 수 있다. 이같이 고기후 연구는 기후변화 연구에서 중요한 연결고리인 셈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언제부터 과거 기후에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고기후학의 역사는 1백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당시에는 고생태학의 일부로서 기후변화에 대한 간단한 언급이 있었을 뿐이었다.
본격적으로 고기후학이 연구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다. 미국의 주도로 세계 해저의 퇴적물을 채취해 과거의 기후와 환경변화를 연구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이 연구사업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심해굴착사업(해저지각시추프로그램)으로 현재도 진행중이다.
지금도 지구의 어디에선가 심해굴착사업의 일환으로 해양 퇴적물 코어를 채취하는 배가 항해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심해굴착사업에 수년 전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심해굴착사업에서 채취한 많은 해양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과거의 기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1990년대 이후 고기후학은 급속히 발전한다. 특히 21세기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해 약 2-6℃의 온도 상승이 앞으로 1백년간 꾸준히 일어날 것이라는 결과가 발표된 이후로 고기후 연구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오늘날 지구 기온 변화는 인공위성과 각종 기상관측자료를 통해 얻는다. 하지만 인류가 기기를 이용해 기후를 관측한지는 수백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심해굴착사업처럼 과학자는 과거 기후를 연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과거 기록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고고학, 고생물학, 고지질학적인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고기후학자들은 관측기기에 의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얻은 자료를‘대용기후자료’라고 부른다. 대용기후자료는 바다 밑에 가라앉은 퇴적물이나, 산호나 빙하에 남아있는 흔적, 나무의 나이테, 또는 역사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 가장 오래된 관측자료 |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측우기에 의한 강우량 관측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1770년 이전의 자료는 소실돼 구할 수 없다. 하지만 1770년 이후의 관측자료는 승정원일기에 충실히 기록돼 있어 고기후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측우기 강우량 자료의 정밀도는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외에도 기온 관측자료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영국 중부지방의 자료로 1659년부터 기록이 발굴됐으나 한 지점의 자료가 아니라 여러 지점의 자료를 종합한 것으로 정밀도나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역사기록 |
관측이전의 기후에 관한 정보는 역사기록이나 고고학적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자료는 관측기기에 의한 자료에 비해 많은 오차를 포함하고 있어 해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역사 기록에 의한 가뭄, 홍수, 극심한 추위와 더위에 대한 자료를 작성하는데 성공했다.
| 자연생태계 기록 |
인류가 탄생하기도 전의 기후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자연생태계에 자연적으로 남아있는 기록을 찾는 것이다. 자연과 생태계에 의한 자료는 나이테, 해양이나 호수의 퇴적물, 빙하에 숨어 있다. 특히 해양에 쌓인 퇴적물을 주로 사용한다. 이유는 해양에 퇴적된 퇴적물이 연속적인 시간의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화석을 풍부히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육상의 암석은 풍화와 침식작용을 받아 암석이 운반되기도 했으며(시간의 기록을 잃어버림을 의미) 암석 속에 보존된 화석도 화학적인 풍화 등으로 인해 변형됐기 때문이다.
육상의 고기후 연구를 위해서는 꽃가루화석이나 육상의 호수에 서식하는 모래 크기의 생물체인 개형충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해양의 퇴적물의 경우 유공충, 규조류, 방산충화석이 해당된다.
이들 생물체가 고기후 연구에 중요하게 이용되는 까닭은 기후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대개 생물체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편이다. 그런데 고대 생물체 중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으로 밝혀져 있는 경우가 있다. 어떤 종은 자연환경에서 매우 좁은 온도 범위에서만 살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종의 상대적인 빈도수, 절대 개체수, 그리고 온도에 매우 민감한 종이 암석이나 퇴적물 속에서 발견되면 과거 기후를 알 수 있는 것이다.
| 연대 측정법 |
고기후의 연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무엇일까. 연대를 정확히 측정하는 일이다. 연대는 주로 방사성동위원소와 화석을 통해 얻는다. 그러나 이들 방법은 수만년에서 수십억년에 걸친 연대측정을 위해 주로 이용된다.
과거 약 수십년에서 1만년 이하의 연대는 얼음, 나무의 나이테, 산호화석, 호수 등에 퇴적된 점토 등을 통해 얻는다. 한편 1950년대 이후로 등장한 산소동위원소측정법은 과거의 온도 정보도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가장 흔하게 쓰이고 있다.
이같은 방법을 통해 고기후학자가 밝혀낸 과거의기후는 어떠했을까. 지난 1천년간 북반구의 기후자료가 1998년에 의해 복원됐다. 이 자료를 통해 고기후학자인 크로울리는지난해에 20세기의 온난화를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했으며, 기후변화의 다양한 원인을 조사했다.
같은 자료를 이용한 기상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9세기까지는 기온이1백년간0.02℃ 하강했으나, 20세기의기온은0.6℃가 상승했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면, 11-12세기는 온난기, 16-19세기는 소빙하기라고 부르는 한냉기였다. 이 사실은 지구의 기온이 인위적인 요인이 거의 없었던 기간에도 계속 변화해 왔다는 점을 말해준다.
과거 약 12만5천년 전은 지구의 평균온도가 현재보다 약 2℃ 높은 온실상태의 지구였다. 하지만 12만5천년을 전후해 세번의 커다란 기후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즉 지구는 급격한 냉각과 온난을 반복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지구 기온6℃ 상승 전망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운이 좋게도 과거 6천년간 매우 안정된 기후상태 속에서 안정된 문화를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만약에 미래 기후가 12만5천년 전의 상태를 반복한다면 매우 불안정한 방향으로 갈지도 모른다.
온실효과는 지구가 생긴 이래로 대기층이 점차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계속돼온 자연현상이다. 과거 약 1만년 동안에도 자연현상에 의한 약 1℃ 정도의 전 지구적인 평균온도의 상승과 하강은 몇번 있었다.
이같은 과거결과는 미래가 불안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우리가 겪을 미래의 온도상승은 여러요인이 있겠으나 인위적인 요인까지 겹쳐있다. 산업화로 인한 화석 연료 사용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으며 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 약 3억년 동안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온도의 증가는 비례 관계가 있었다. 지구의 과거 기후와 비교해볼 때 현재까지의 기후는 지구역사상 흔하지 않은 상태다. 어쩌면 자연현상에 인위적인 요인이 겹친 기후변화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심지어는 이산화탄소의 방출을 중지해도 해양이 이미 데워졌기 때문에 앞으로 1백년 간 지구의 온도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기후변화는 우리의 사회∙경제적인 구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위험 예상지역이나 범위를 선진국처럼 구체적으로 예측해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또한 우리의 후세들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신경을 써야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또한 문명의 흥망과 쇠퇴, 인류의 진화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현재로는 미래의 기후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 그리고 급격한 기후가 바뀌는 시기가 언제인지는 초보단계에 있다. 기후의 자연적인 주기에 의해 새로운 변화가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는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인류가 인지하기에도 너무나 혼돈스럽다. 아마 자연은 우리에게 거짓은 말하지 않지만 진실 또한 보여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뤄낸 고기후 연구 결과는 과학계에 과거의 기후변화에 관한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먼저 과거 수억년의 기후변화양상을 보면 기후변화에 주기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위대한 발견이다. 왜냐하면 주기성이 있다는 사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주기성은 50만년, 10만년, 4만년, 2만3천년, 2천년, 1천년, 60-90년, 80년, 45년, 22년, 11년 등이 있다.
이들은 태양복사의 변화와 태양활동(흑점)과 관련있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원인이 외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구내부의 대기∙빙하∙해양의 상호작용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는 중생대에 공룡을 멸종시킨 원인이 외계(운석)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화산폭발과 같은 지구내부의 영향 때문이었는지와 같은 의문을 자아낸다. 어느 쪽이 진실이냐에 따라 지구의 운명은 외계 또는 지구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달려있다.
생태계 멸종 고작 수십년 걸린다
다음으로는 기후가 빙하기에서 간빙기 또는 간빙기에서 빙하기로 변할 때 급격히 변한다는 사실이다. 전 지구적인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전이시간은 수십년정도걸린다. 특히 기후의 전환이 일어날때 기후 변화가 일어나기 전과 후에 비해 대기와 해양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는 것은 커다란 교훈이다. 즉 많은 재앙들은 기후가 전이될 때 일어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는 고기후학 연구로부터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인식해온 간빙기에 대한 오해다. 과학자는 간빙기가 매우 안정된 기후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안정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즉 온도의 변화 폭이 적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지금 간빙기(현재-1만2천년 전)에 살고 있다. 하지만 21세기는 인간의 산업활동과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메탄, 이산화질소, 염화불화탄소)의 증가 때문에 온도가 계속 증가하며 2100년경에는 약 1.5-6℃ 정도 전지구의 평균온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후모델에 의해 예상된다. 얼음 코어의 기록에 따르면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바뀌는데 걸리는 시간이 수년 정도 걸리며 심지어 평균 10℃ 정도의 온도변화도 10년 정도 걸린다는 것이 고기후 연구에서 밝혀진 사실들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는 생태계의 멸종을 가져온다. 공룡의 멸망처럼 말이다. 생태계의 대부분이 멸종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의 기록에 따르면 수십년 아니면 길어야 1백년 정도다.
지금부터 약 1백년 간의 기후와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까. 이제 인류는 어쩌면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기 시작함으로써 기후를 다시 이해하게 됐다.
그렇다면 인류의 미래를 점치는 고기후학에 대한 국내의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아쉽게도 국내의 고기후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나이테를 이용한 과거 수백년 전의 고기후 복원은 국내에서 연구됐다. 나이테의 연구에 따르면 20세기는 19세기에 비해 따뜻한 기후 상태였다. 또한 역사기록이나 습지 퇴적물에 의한 연구도 수행된 바 있다.
미국학자와 일본학자에 의해서 동해의 고기후에 관한 약간의 연구가 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과거 수만년 동안 동해에서 한랭과 온난이 여러번 되풀이됐으며 이러한 기후변화가 생태계와 퇴적물에 많은 영향을 미쳤음이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