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이나 타이프라이터를 밀어낸 워드프로세서에서 디지털 음악, 디지털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디지털은 정보이고 생활이다. 그 속에 이제는 디지털 시대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비즈니스는 물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받으며 약진하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직업, 그리고 특별한 경험에 따라 ‘카메라’하면 맨 처음 떠올리는 것이 참으로 다양하기 마련이다. 상업용 광고 촬영을 업으로 삼는 사람에게 카메라는 직업과 생활 그 자체가 될 것이고, 언제나 생생한 뉴스의 최전선을 누비는 사진 기자에게 카메라는 순간의 역사를 포착하는 중요한 도구일 것이다.
가마에서 며칠동안 구워낸 수천점의 도자기에서 한두점의 작품을 건지는 도예가의 마음처럼 셔터를 누르고 현상과 인화의 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사진을 숨죽이며 지켜봐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사진을 예술의 길로, 그리고 삶으로 택한 사진작가들이다. 이들에게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나 기계가 아닌 창작의 동료이자 바로 그 자체다. 물론 사진작가들 못지 않게 카메라를 늘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제 사진을 찍고 사진 속에 담겨진 장면을 마주하는 일은 TV를 보고, 음악을 듣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PC와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화된 이미지는 문자로 된 문서보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중요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촬영, 현상, 인화라는 사진의 패러다임을 바꾼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비용절감과 기다림의 시간을 되돌려줬다. 짧은 역사 속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새로운 모습으로 소개한다.
필름 없는 즉석 카메라
1947년 미국의 폴라로이드사에서 발표한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촬영한 사진을 즉석에서 볼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에 오랫동안 인기를 누려왔다. 비록 필름을 이용하는 카메라를 사용할 때보다 화질이 떨어지고 사진 크기도 제한을 받는 단점이 있지만 폴라로이드라는 고유명사가 즉석 카메라를 의미하는 일반명사가 될 만큼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즉석 사진의 의미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바로 필름 없이 촬영한 사진을 저장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 때문이다.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즉석에서 종이로 된 인화지 형태로 사진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카메라에 부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바로 촬영한 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즉석 사진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게다가 디지털 카메라용 휴대프린터나 아예 프린팅 기능이 내장된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된다면 아마도 즉석 카메라하면 디지털 카메라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에서 촬영한 사진을 액정 디스플레이를 통해 바로 볼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카메라가 전기적인 방법으로 이미지를 촬영해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카메라에서는 렌즈를 통해 카메라 내부로 들어온 빛을 필름에 노출시켜 이때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이용해 사진을 만든다. 필름은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있으며, 노출된 필름에 기록된 장면은 현상과 인화라는 과정을 거쳐 우리 앞에 사진이라는 모습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CCD(Charge Coupled Device)와 ADC(Analog to Digital Converter), 그리고 플래시메모리와 같은 저장장치, 이렇게 세가지 장치가 필름의 역할을 대신한다. 즉 카메라 내부로 전달된 빛은 CCD에 의해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고, 이 신호는 다시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ADC라는 변환장치를 통해 메모리에 저장된다.
저장된 이미지는 컴퓨터의 파일처럼 관리되기 때문에 PC로 전송한 후 편집이나 수정은 물론 인쇄나 인터넷을 통해 다른 곳에 전송할 수도 있다. 물론 LCD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는 카메라라면 언제든지 촬영중인 장면이나 저장한 사진을 선택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삭제하고 다시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핵심 부품은 CCD
렌즈의 성능이나 종류, 노출 정도, 셔터 속도, 필름의 감도에서부터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의 숙련도나 피사체와 카메라의 방향과 각도에 이르기까지 카메라의 성능과 사진의 품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수히 많이 있다. 그래서 동일한 조건에서 한사람이 찍은 같은 사진도 나중에 결과를 보면 달라지는 일을 흔히 경험한다. 디지털 카메라 역시 기본적인 구조나 작동원리는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앞에서 설명한 여러가지 요소에 따라 촬영 이미지의 품질이 좌우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카메라에 들어온 빛의 세기를 판별해 전기적인 신호로 바꿔주는 CCD의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CCD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의 일종으로, 우리가 흔히 화소라고 부르는 아주 작은 크기의 포토셀(Photo Cell)들을 바둑판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조밀하게 배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포토셀에 빛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전하가 생성되고, 입사된 빛의 양이나 세기에 따라 발생하는 전하의 양도 역시 변하게 된다. 빛을 받는 동안 만들어진 전하는 저장되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렇게 축적된 전하의 양을 측정해 디지털 값으로 변환시킨다. 이런 방법으로 저장된 모든 화소의 값들이 모여 하나의 디지털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을 얘기할 때 해상도가 3백만 화소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CCD의 성능을, 1/2인치니 2/3인치니 하는 것은 CCD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1/2인치 CCD에서 최대 해상도가 2천48×1천5백36을 지원하는 디지털 카메라라면 대각선 길이가 1/2(12.7mm)인치인 사각형 모양의 CCD에 가로 2천48개, 세로 1천5백36개의 화소가 배열돼 전체 화소수가 약 3백만개(2천48×1천5백36=3백14만5천7백28)라는 뜻이다.
따라서 일반 카메라와 비교할 때 렌즈나 셔터 등의 기본 구조가 거의 비슷한 디지털 카메라에서 CCD는 성능과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다. 초기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는 CCD 성능이 주로 35만 화소 전후였기 때문에 실제로 활용하기엔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1백-3백만 화소 제품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카메라를 활용하는 사용자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 정도면 필름을 사용하는 자동카메라 정도 수준의 사진을 얻는데는 무리가 없다. 물론 촬영조건과 상태에 따라 사진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 카메라의 필름이 디지털 카메라의 CCD와 비교해 어느 것이 낫다는 단순 비교는 쉽지 않다. 특히 같은 해상도의 CCD를 사용한 제품이라도 제조업체에 따라 이미지 품질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통 필름의 해상도를 CCD와 비교하면 5백-6백만 화소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현재 전문가용으로 판매되는 디지털 카메라는 6백만 화소인데, 이 정도면 전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카메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이미지 품질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해상도가 이렇게 좋은 디지털 카메라는 가격이 수천만원이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자동 카메라 대용으로 활용하기엔 2백-3백만 화소 제품이면 충분하다.
사진 설명을 음성으로 녹음
디지털 카메라는 단순히 촬영한 이미지를 디지털 형태의 파일로 저장할 수 있는 것 말고도 부가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그 중 하나가 촬영 상태나 조건에 따라 여러가지 효과를 줘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상황에 따라 컬러 또는 흑백으로 촬영하는 것은 물론 일종의 컬러 필터 효과를 내 갈색이나 녹색 톤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역상 필름을 사용해 촬영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동시에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설명을 목소리를 통해 녹음하거나 촬영할 때의 주변 상황을 소리와 함께 저장할 수도 있다. 또한 카메라에 따라서는 MPEG 형식으로 압축한 동영상 촬영 기능도 제공하는 제품도 적지 않다. 비록 비디오 카메라나 캠코더처럼 장시간 촬영은 할 수 없지만 동영상 촬영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고 화상 회의 시스템에 필수적인 PC카메라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PC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제품도 등장하고 있다. 즉 사무실에서는 PC에 연결해 화상회의나 채팅에 활용하고, 밖에 나갈 때는 분리해서 디지털 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MP3플레이어 기능까지 내장해 디지털 카메라, PC카메라, MP3플레이어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도 시판되고 있다. 또한 SF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손목 시계 모양이나 펜 형태의 디지털 카메라도 선보이면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이렇게 PC카메라와 겸용으로 사용하거나 소형화한 디지털 카메라는 해상도가 35만 화소 정도이기 때문에 화질이 별로 좋지 않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성냥갑만한 크기로 1GB까지 저장
디지털 카메라의 저장장치로는 램에 전원을 공급해 주지 않아도 저장된 데이터가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되는 플래시메모리 형태의 저장장치가 많이 사용된다. 현재 스마트 미디어와 콤팩트 플래시 메모리, 멀티미디어카드(MMC), 그리고 소니의 디지털 제품에서 사용되는 메모리 스틱 등이 있다. 용량은 16, 32, 64, 1백28MB 정도의 제품들이 주로 사용되고, 종류에 따라 최대 메모리 용량에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한편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이나 중고급형 디지털 카메라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저장장치도 비교적 다양해지는 추세에 있다. 예를 들어 소니의 마비카 시리즈의 경우는 값싸고 구하기 쉬운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저장장치로 사용한다. 물론 한장당 1.44MB의 용량으로 제한돼 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높은 해상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외부에서 많은 양의 촬영작업을 할 때는 의외로 편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카메라 자체에 CD리코더를 내장, 8cm 미니 CD를 저장장치로 사용해, 최고 1백56MB 용량의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제품까지 선보였다.
또한 IBM에서 만든 마이크로 드라이브도 디지털 카메라용 저장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 드라이브는 콤팩트 플래시 카드 메모리와 같은 크기로 작은 성냥갑 크기 만한 하드디스크이다. 현재 3백40MB부터 최대 1GB까지 저장할 수 있는 제품이 시판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긴 하지만 용도나 목적에 따라 디지털 카메라의 활용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좋은 솔루션들이다.
디지털 카메라를 한번이라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가장 불편한 점을 꼽으라면 전력 사용량이 너무 많아 전지가 빨리 소모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디지털 카메라에서 전력 소모가 많은 것은 디지털 카메라에 장착된 액정 디스플레이의 전력 사용량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단점을 업체들은 극복하기 위해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기술을 채용하고, 좀 더 성능이 좋은 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파리에 가지 않고 에펠탑 배경 사진 만든다
촬영한 이미지를 PC에서 편집하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훨씬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진다. 페인트샵이나 포토샵같은 전문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다양한 효과와 기능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펠탑이 담긴 파리 사진과 소풍 때 찍은 사진을 합성해 마치 한장의 사진처럼 만드는 일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조금만 익히면 쉽게 할 수 있다. 또한 필터 기능을 활용하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마치 수채화나 유화로 그린 그림처럼 만드는 것도 아주 쉽다.
아무리 디지털 카메라가 편리하다고 해도 아직까지는 인화지에 인쇄돼 나온 사진을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돌려가며 보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이때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컬러프린터를 이용해 출력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프린터 기술이 발달해 보급형 컬러 잉크젯프린터에서도 사진 전용 인쇄지 등을 사용하면 꽤 만족스런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인화지 크기의 사진 전용지에 사진만을 인쇄하는 디지털 포토 프린터를 이용하면 필름을 사용해 인화하는 것만큼 좋은 품질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잉크젯이나 디지털 포토 프린터에서 전용지나 인화지로 사진을 출력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필름을 통해 사진을 찍고 인화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흔히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는 하지만, 촬영한 이미지를 전부 출력해서 보관한다면 오히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
아직까지는 디지털 카메라의 가격이 비싸다. 하지만 1-2년 전과 비교한다면 성능은 크게 향상되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더구나 성능과 저장매체, 옵션 장치들도 다양화돼 자신이 필요로 하는 용도나 목적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따라서 디지털 카메라는 무조건 해상도가 높은 고가의 제품보다는 목적에 맞는 기능과 성능을 고려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사용하는 메모리의 종류나 가격, 전지의 용량, 옵션으로 제공되는 액서사리의 다양성, 필요한 기능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구입할 것을 권한다. 아울러 디지털 카메라와 PC의 연결 방식도 전송속도가 빠른 USB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요즘은 카메라와 PC를 케이블로 연결하지 않더라도 메모리를 직접 PC에 연결해 데이터를 불러들일 수 있는 어댑터를 사용할 수도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