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별밤지기들의 축제가 가장 많은 달이다. 여름 은하수 아래서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스타파티가 열리고 다양한 천문캠프들이 열려 밤하늘로 초대한다. 중순이 지나쳐서에 접어들면 깊은 밤하늘은 조금씩 싸늘해지며 초가을 별자리들을 풀어놓는다. 늦여름과 초가을을 잇는 밤하늘의 별자리들을 살펴보자.
1. 세페우스자리 Cepheus
● 대략위치: 적경= 21시 15분 적위= +70도
●자정남중 : 8월 31일
●크기 : 587.79도(1.425%) , 27위
●보이는 별 수: 57개
천정의 백조자리에서 절정을 이루며 북쪽으로 흘러가는 은하수를 따라가면 카시오페이아자리 근처에서 세페우스자리가 나타난다. 북극성에 인접한 오각형의 별이 그리고 있는 세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왕이었다. 왕비 카시오페이아와 딸 안드로메다, 사위 페르세우스 등 가을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차지하는 왕실가족의 가장이다. 북극성에 가까워 일년 내내 지지 않는 주극성 별자리지만 8월 하순에서 9월 하순 사이에 가장 잘 볼 수 있다.
알파(α)별은 2.4등성으로 세페우스의 ‘오른 손’ 알데라민(Alderamin)인데 지축의 세차운동 경로에 있어 4천5백년 뒤에는 이 별이 북극성 노릇을 하게 된다.
우주의 등대 세페이드 변광성
델타(δ)별은 주기 5.37일로 3.48-4.34 등성 사이를 오가는 맥동변광성이다. 이 변광성은 맥동변광성의 대표인데, 이와 같은 변광성을 별자리에서 이름을 따 세페이드형 변광성이라 한다. 세페이드 변광성은 빠르게 밝아졌다가 천천히 어두워지는 노란색의 초거성으로, 절대등급이 높을수록 변광주기가 길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찾아 변광주기를 조사하면 그 별의 실제 등급과 거리를 계산해낼 수 있다.
우주의 등대 노릇을 하는 세페우스자리 델타별은 귀머거리였던 19살의 존 굿릭이 1784년에 발견했다. 굿릭은 17살에 페르세우스자리 알골의 변광을 자세히 관찰해서 어두운 별이 밝은 별 주위를 도는 식변광성임을 밝혀 영국 왕립학회 최우수 메달을 받은 뛰어난 관측자였다. 하지만 델타별의 변광을 발견한 2년 뒤인 1886년 21살에 죽고 만다. 그 후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서 남쪽하늘을 찍은 사진 건판에서 변광성을 골라내는 단조로운 일을 하던 여성 헨리에타 리비트(1821-1921)는 1908-1912년에 걸쳐 소마젤란 성운 속에서 약 2천4백개의 세페이드 변광성을 더 찾아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별들의 광도-주기 관계를 발견하면서, 세페이드 변광성은 우주에서 별, 성단, 은하 사이의 거리를 재는 기준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델타별까지의 거리는 1천3백40광년. 뮤(μ)별은 4.08등성으로 오리온자리 베텔규스와 같은 적색 초거성이다.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이 이 별의 붉은 색을 보고 ‘석류석 별’이라고 했다. 세차운동으로 감마별과 베타별도 각각 AD 4100년과 AD 6000년에 북극성이 된다.
2. 염소자리 Capriconus
● 대략위치: 적경=21시 02분 적위= -18도
●자정남중 : 8월 13일
●크기 : 413.95도(1.003%) , 40위
●보이는 별 수: 31 개
● 12월 23일-1월 20일생의 별자리
궁수자리의 동쪽, 물병자리 사이에 황도12궁 중 하나인 역삼각형의 모양을 한 염소자리가 있다. 염소자리는 2개의 3등성과 10여개의 4등성으로 이어져 있지만, 주위에 별이 드물어 늦여름의 남쪽하늘에서 의외로 잘 보인다. 서양의 옛 성도에는 염소자리의 모습이 염소의 상반신과 물고기 모양의 하반신으로 그려져 있다. 옛날 염소의 뿔과 수염을 가진 목신 판(Pan)이 숲의 괴물 타이폰의 습격을 받아 나일강으로 도망쳤는데, 하반신은 물고기로 둔갑했지만 상반신이 미처 변하지 못해 생겨난 모습이라고 한다. 새끼 산양이라는 뜻인 알파(α)별 알게디(Algedi)는 3.3등성과 4.6등성으로 이루어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안시쌍성이다. ${a}_{1}$은 6백90광년 ${a}_{2}$는 1백9광년 떨어져 있어 실제 물리적으로는 쌍성이 아니다.
해왕성 발견 장소
물고기 모양의 꼬리에 해당하는 3등성 델타별의 북동쪽 지역은 1846년 9월 23일 베를린 천문대 부대장 요한 갈레와 학생 하인리히 다레스트가 해왕성을 발견한 역사적인 장소로 유명하다. 천왕성의 궤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섭동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케임브리지대학 수학과에서 공부하던 22세의 존 애덤스(1819-1892)는 여덟번째 행성이 있다는 가정을 세우고 2년간 연구 끝에 제 8행성의 질량과 궤도를 계산했다. 계산 결과 1845년 9월 염소자리 델타별 부근에 미지의 행성이 존재할 것으로 예언했다. 르베리에(1811-1877)도 같은 계산 결과를 얻어 이 계산 결과를 토대로 마침내 1년 뒤 해왕성이 발견됐다. 지금도 천왕성과 해왕성을 염소자리에서 볼 수 있다.
태양은 1월20일-2월17일까지 28일간 염소자리를 통과하는데 남회기선(Tropic of Capricorn)에도 염소자리의 명칭이 남아있다. 지금은 동지점이 궁수자리 라군성운 M8과 삼열성운 M20 사이에 있지만, 2천1백년 전 히파르쿠스 시대에는 태양이 염소자리 속에서 동지점을 통과했다.
3. 돌고래자리와 조랑말자리
돌고래자리 Delphinus
● 대략위치 : 적경 = 20시 42분 적위 = +12.0도
● 자정남중 : 8월 8일
● 크기 : 188.54도(0.457%), 69위
● 보이는 별 수 : 11개
조랑말자리 Equuleus
● 대략위치 : 적경 = 21시 12분 적위 = +7.3도
● 자정남중 : 8월 16일
● 크기 : 71.64도(0.174%), 87위
● 보이는 별 수 : 5개
독수리자리 견우별과 페가수스자리 엡실론(ε)별 에니프(Enif)사이에 2개의 작은 별자리 돌고래자리와 조랑말자리가 자리잡고 있다. 견우성의 바로 왼쪽 위에 5개의 별들이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돌고래 자리가 있다. 이 별자리는 4-5등성인 어두운 별로 이루어져 있지만 은하수에서 비켜나 있고 독특한 모양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신화에서 돌고래는 바다의 신 포세이이돈의 전령으로 포세이돈과 결혼하기로 약속해놓고 도망가버린 인어 안피트리테를 찾아낸 공적으로 별자리가 됐다고 한다. 별자리의 별들은 작은 마름모꼴로 비슷한 밝기로 모여있지만, 알파별이 1백80광년, 감마별이 1백광년, 엡실론별이 9백50광년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 관련된 별은 아니다. 알파별과 베타별은 수알로친(Sualocin)과 로타네프(Rotanev)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 이름은 첫 번째 소행성 세레스(Ceres)를 발견한 피아치의 조수 니콜로 카치아또레(Nicollo Cacciatore)가 자신의 라틴어식 이름 니콜라우스 베나토르(Nicolaus Venator)의 스펠링을 뒤집어서 별들에 이름을 붙인 것이다.
조랑말자리는 돌고래자리와 페가수스의 코끝에 있는 에니프를 연결한 사이에 있다. 조랑말자리는 88개 별자리 가운데 남십자자리에 이어 하늘에서 두 번째로 작은 별자리로, 가장 넓은 바다뱀자리의 17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원래 신화와 함께 전해 내려온 오래된 다른 별자리들과 달리 기원전 127년 히파르쿠스가 새로 만든 별자리여서 연관된 신화가 없다.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말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던 쌍둥이자리의 영웅 카스토르에게 선물로 준 명마 케레리스라거나, 포세이돈이 삼지창으로 바위를 때려 그 속에서 생겨난 말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