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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이 그믐달로 보인다

서울대 전파망원경 첫가동

2000년 11월 29일 서울대 전파망원경이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거대한 눈을 떴다. 최초로 천체의 빛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전파안테나가 설치된지 1년만이다. 대상은 다름아닌 초승달. 우리 눈은 가시광선에만 익숙하기 때문에 여인의 감은 속눈썹처럼 생긴 초승달이 전파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초승달에 대한 관측 결과를 보고 처음에는 무척 당황했지요”라고 전파망원경 제어프로그램을 담당한 대학원생인 변도영씨가 당시 느낌을 언급하고는 전파로 본 초승달 결과를 설명해주었다. 우리가 보는 초승달은 가시광선에서 나오는 빛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전파로 보게 되면 달의 오른쪽 부분인 초승달 영역이 밝게 보이지 않았다. 놀랍게도 달의 왼쪽 부분이 더 밝은 빛을 나타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사실 달 전체에서 4-5일 전에 태양빛으로 가열된 지역(그믐달 지역)이 식어가면서 초승달 시기에 전파를 강하게 냈던 것이다.
 

지름이 6.1m인 서울대 전파망원경의 전경.


별탄생에서 생명기원까지

서울대 전파망원경은 대전 대덕전파망원경 이후 두번째로 국내에 설치된 전파망원경이고, 대학 내에 설치된 최초의 전파망원경이다. 구경이 14m인 대덕망원경에 비해 작은 6.1m이지만 주반사경의 표면은 8μm 정도로 정밀하다. 그래서 대덕망원경보다 더 고주파수의 전파를 관측할 수 있다. 전파 중에서 파장이 1-3mm 대역(주파수로는 70-2백30GHz 대역, 1GHz=109Hz)의 관측이 가능하다.

서울대 전파망원경이 관측 가능한 mm 파장대역은 별과 별 사이에 존재하는 성간분자구름이 많이 검출되는 부분이다. 성간분자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 우리은하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돼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분자구름은 우리은하에서 별이 탄생하는 곳이다. 분자구름 속에서 별이 탄생하는 모습과 이 과정에서 분자구름이 파괴되는 과정은 mm 파장대역의 흥미로운 연구주제이다. 나아가 성간분자에는 유기분자도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성간분자구름에 대한 연구는 생명의 기원이나 비밀을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전파망원경은 사실 원리적으로 라디오나 TV의 송수신용 안테나와 같다. 물론 전파망원경의 경우에는 우주의 전파를 수신만 한다. 전파망원경은 크게 세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커다란 접시처럼 생긴 안테나, 안테나에서 받은 전파를 잡아내는 수신기, 수신기에서 나온 전파를 잘게 나누는 전파분광기가 그것이다.

서울대 전파망원경의 안테나 부분은 쌍곡면인 부반사경과 포물면인 주반사경으로 만들어졌다. 부반사경은 하나의 알루미늄판으로 이뤄진 반면, 주반사경은 한변이 약 0.5m인 알루미늄판 84개가 접시모양으로 구성·배열됐다.

수신기는 전파망원경의 핵심장치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는 세기가 매우 약하고 주파수가 무척 크기 때문에 증폭시키는 동시에 다루기 쉬운 낮은 주파수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하 2백60℃ 대로 냉각시키는 장치가 들어간다. 또한 이런 극저온에서 나타나는 특정 금속의 초전도현상이 이용된다. 한편 전파분광기로는 전파영역에서 일종의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천체(성간분자구름)의 움직임과 질량, 온도, 밀도, 압력 등 물리적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2001년 가을 본격 관측

서울대 전파망원경은 미국 버클리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전파망원경과 동일한 모델이다. 안테나부분은 그대로 들여왔지만 수신기와 전파분광기의 설계와 제작은 국내에서 이뤄졌다. 서울대 대학원생 최한규씨가 분광기를, 이정원씨가 수신기를 담당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런 경험은 국내기술의 노하우로 고스란히 축적됐다. 또한 변도영씨는 안테나를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리눅스 상에서 구현해냈다. 이 모든 작업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달성된 성과였다.

서울대 전파망원경 사업을 진두해서 지휘한 서울대 구본철교수(지구환경과학부 천문학 전공)는 서울대 전파망원경에 대해 “외국에서 사온 것이 아니라 박사과정 대학원생 3명이 직접 관여해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 내에 있기 때문에 실험실습과 같은 용도로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우리은하 내에 있는 큰 분자구름에 대한 논문연구와 같은 장기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대 전파망원경은 달, 행성, 오리온 성운 등에 대해 시험관측 중인데 이를 통해 전체적인 시스템이 안정되면 2001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파로 보는 새로운 우주의 모습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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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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