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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블X과학동아] 마술 마이크스탠드

마술사 vs 가수 노래대결, 긱블아 도와줘!

서울 홍대 인근 한 공연장. 현지화 120%를 자랑하는 대한외국인 가수 그렉 님이 무대 위 마이크스탠드 뒤에 섭니다. 일반적인 마이크스탠드와 조금 다른 겉모습에 살짝 미심쩍긴 하지만, 일단 전주가 흘러나오니 노래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참을 멍하게 쳐다 보기도 하고~♬.”


소울 감성으로 ‘너밖에 안보여’라는 발라드 노래를 구성지게 부르던 그 순간.


‘휙~.’


관객석 가장 앞자리에 앉은 마술사 니키 님이 손을 휘젓자, 그에 따라 마이크스탠드도 왼쪽 방향으로 90도 틀어집니다. 그렉 님은 어안이 벙벙해 하면서도 슬그머니 마이크를 따라 상체를 기울여봅니다. 


하지만 마이크는 애석하게도 다시 정반대 방향인 오른쪽을 향해 180도 ‘휙’ 틀어 도망가버립니다. 그래도 이번엔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따라가나 했지만 당황한 그렉 님의 시선은 점점 천장을 향했고, 미처 떠오르지 않은 가사 대신 허밍을 섞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2절이 시작돼도 그렉 님의 수난은 끝이 나지 않습니다. 마이크스탠드는 폭죽도 터뜨리고 물도 쏘고, 온 무대를 빨빨빨빨 돌아다니기까지 합니다. 폭죽과 물은 그래도 견뎠는데, 마이크를 따라 돌아다니는 건 버겁습니다. 노래로 먹고 살기 쉽지 않습니다. 약이 오른 그렉 님은 마이크를 버리고 생목으로 노래를 이어갑니다. 

 


계속 달리는 직류 모터, 정해진 만큼 달리는 서보 모터


이번 긱블의 작품은 스케일이 남달랐습니다. 자신들이 만든 작품으로 다른 사람들을 골려보려고, 현직 가수에 현직 마술사까지 초대했습니다. 무대 아래서 마술사 니키 님이 손을 휘휘 젓긴 했지만, 당연 이 마이크스탠드를 만들고 조종한 건 긱블입니다. 


긱블의 메이커 찬스 님은 마이크스탠드에 블루투스로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을 다섯 가지나 심어놨습니다. ‘높이 조절’ ‘좌우 방향 틀기’ ‘이동’ ‘물 분사’ ‘폭죽 발사’ 기능을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리모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실행할 수 있죠.


마이크스탠드의 얇은 쇠기둥에 이 기능을 모두 넣을 수 있었던 건 모터와 기어를 오밀조밀 전략적으로 배치한 덕분입니다. 


찬스 님은 두 종류의 모터, 직류(DC) 모터와 서보 모터를 사용했습니다. 직류 모터는 우리가 흔히 아는 모터입니다. 전기가 공급되면 계속 회전운동을 하고, 공급을 끊으면 운동은 중단됩니다. 반면 서보 모터는 계속 회전운동을 하지 않습니다. 원하는 각도만큼만(최대 180도) 회전하고 멈추죠. 보통 서보 모터에는 직류 모터 외에 제어회로와 위치 센서가 추가돼 있습니다. 서보 모터는 정확한 움직임이 필요한 로봇 팔에 사용되고, 직류 모터는 연속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자동차 바퀴에 사용되죠. 


찬스 님 역시 다섯 가지 기능에 적합한 모터를 골라 사용했습니다. 우선 마이크스탠드의 높이 조절과 이동 기능을 위해 직류 모터를 사용했습니다. 지속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이죠. 다만 두 기능이 요구하는 운동 형태는 전혀 다릅니다. 높이 조절을 위해서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직선 운동이 요구되는 반면, 이동 기능은 바퀴를 굴리기 위한 회전운동이 필요합니다. 모터는 회전운동을 하기 때문에 높이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이것을 직선 운동으로 변환해줄 추가 부품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찬스 님은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제작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종종 모터와 액추에이터라는 단어가 혼용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둘은 다른 단어입니다. 


모터는 우리가 흔히 아는 원동기, 즉 에너지를 공급받아 기계적인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장치죠. 대부분의 모터가 전기에너지를 공급받기 때문에 전동기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다만 모터만으로 기계적인 움직임을 완전히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보통 모터는 빙빙 도는 회전운동을 하는데, 기계는 직선으로 움직여야 할 때도 있고, 타원이나 또 다른 형태로 움직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또 모터의 세기를 조절해서 사용해야 할 때도 있죠. 


그래서 모터 운동의 형태나 세기를 바꿀 수 있는 기어나 변속기, 또는 동력을 분배하는 파워트레인 등의 장치를 결합해 사용합니다. 이처럼 모터, 그리고 모터에 결합한 여러 장치들을 포함해 원하는 움직임을 구현하는 전체 시스템을 액추에이터라고 합니다.

 


회전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운동형태를 바꿔라! 


찬스 님은 직류 모터에 리드 스크루와 스크루 너트, 리미트 스위치 등을 연결했습니다. 모터가 회전운동을 하면 이와 연결된 리드 스크루가 회전하면서 결합된 스크루 너트가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단순한 볼트와 너트를 떠올리면 됩니다. 너트를 볼트에 얹고 핑그르르 돌리면 자연스레 볼트의 나사선을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과 같죠. 이로써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완성했습니다.


이제 좌우로 90도, 총 180도만큼만 움직이는 서보 모터로 좌우 방향 틀기, 물 분사, 폭죽 발사 기능을 만들 차례입니다. 세 기능도 모두 같은 서보 모터를 사용하지만, 운동 형태에 따라 다른 부품들을 연결해야 합니다. 


좌우 방향 틀기는 마이크스탠드 상단을 좌우로 회전시키면 됩니다. 그래서 마이크스탠드 상단과 하단 사이에 서보 모터를 껴넣고 연결만 시켜주면 됩니다.


하지만 물을 분사하고 폭죽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직선 운동이 필요합니다. 물 분사는 분무기의 손잡이를 당기는 움직임이, 폭죽 발사는 폭죽에 연결된 끈을 당기는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서보 모터의 회전운동을 직선 운동으로 바꿔 줄 랙앤피니언(rack and pinion) 기어를 사용했습니다.


우선 서보 모터에 랙앤피니언 기어를 연결하면 수평 운동이 구현됩니다. 이 기어를 분무기 손잡이를 아래로 당기는 레버와 연결하면 되죠. 폭죽 발사 역시 이 기어를 폭죽 끈에 연결하면 완성됩니다. 계속 모터가 돌아갈 필요 없이 딱 물과 폭죽이 발사될 정도만 당기면 되기 때문에 서보 모터가 안성맞춤입니다.


이제 모든 기계 요소가 완성됐으니, 이를 마술처럼 블루투스로 작동시켜줄 전자 파트 담당 민바크 님이 나설 차례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전자 파트는 전문적인 지식(재미없는)으로 가득합니다. 우선 블루투스 모듈로 HC-05 모델을 사용했습니다. 조금 더 최신 모델인 HC-06도 있지만 이 정도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또 모터의 속도와 방향을 제어하기 위해 모터 드라이버도 사용했는데요. 마이크스탠드 전체를 이동시키는 모터는 맨 밑바닥에 있어 하중이 많이 가해지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큰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전류를 많이 흘리면 모터 드라이버가 타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사용하는 L298N 모터 드라이버 대신 많은 전류가 흐를 때 적합한 MDD10A란 모터 드라이버를 사용했습니다.


한 사람 골려준다고 정말 많은 지식과 노하우들이 대방출됐습니다. 그렉 님이 이 요상한 마이크로 노래를 부른 뒤, 마술사 니키 님은 태연히 아주 정상적인 마이크로 노래를 불렀는데요. 과연 이 둘의 노래 대결은 어떻게 끝이 났을까요. 긱블을 등에 업은 마술사와 가수의 대결 결과는 유튜브 긱블 채널에 2020년 12월 26일 올라온 영상을 통해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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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사진 및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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