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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 열풍 이미 상륙

보건복지부 식품으로 허가 안할듯

 


우울증에 걸린 환자가 치료받는 모습. 이 여인이 멜라토닌을 먹으면 우울증이 심해질 수 있다.


미국에서 건강보조 ‘식품’ 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멜라토닌.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멜라토닌을 ‘약품’ 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업자와 정부 간에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식품안전과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멜라토닌을 식품으로 등록하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많았지만 현재 보건복지법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명백히 약품”이라고 단언한다. 예를 들어 알로에나 스쿠알렌처럼 건강을 증진시킨다고 인정된 물질은 식품이지만, 멜라토닌은 시차증을 비롯한 어떤 이상 증세를 ‘치료’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약품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우리나라의 보건복지 제도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식품으로 인정되면 우리나라도 그래야 된다는 식의 발상이 문제” 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멜라토닌을 수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제조해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약품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임상실험 결과를 마련하는 일이 핵심. 그러나 의학계에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멜라토닌의 효능을 제대로 입증할 수 있을지는 현재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멜라토닌 ‘열풍’ 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 삼성종합화학의 정밀화학 연구팀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파일럿 플랜트(실험 공장) 단계에서 멜라토닌 제조에 성공했다. 러시아 의화학연구소에서 기초기술을 도입한 후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한 성과였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조만간 대량 생산 체제로 돌입할 채비를 갖춘 셈이다.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남대문 시장의 수입품 상가에서 멜라토닌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얼마 전 한 일간지에서 ‘여러분께 현대판 불로초 멜라토닌을 공급해드립니다’ 라는 광고가 실려 눈길을 끌었다. 전화로 신청하고 돈(2개월분 15만원)을 입금하면 10일 이내에 미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제공하는 방식이다. 광고가 나간 뒤 하루 평균 1백여통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고 이 중 20% 정도의 사람들이 멜라토닌을 구입하고 있다고.


과대광고로 일부에선 ‘불로초’ 인식
 

미국에서 절찬리에 판매되는 멜라토닌. 한병에 대략 한달치 약이 들어있고, 가격은 10달러 내외.


국내에서 멜라토닌은 당연히 현지에 비해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 미국에서 1개월분(30정, 1정 3mg 기준)에 대한 평균 가격은 10달러 정도. 국내에서는 3-10배 가격인 2만원에서 8만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과대광고가 더 큰 문제다. 멜라토닌이 시차증이나 불면증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 문제는 멜라토닌이 ‘정력을 증진시키고 암도 없애는 기적의 만병통치약’ 으로 별다른 여과 없이 선전된다는 점이다. 외국의 제조업체들이 효능이 있다고 선전하는 내용을 열거하면 심장병, 알츠하이머형 치매, 당뇨병, 백내장, 에이즈, 우울증, 신생아급사증후군, 비만증, 간질, 독감 등 실로 ‘무한’ 하다.

멜라토닌의 효능에 관한 번역서도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 책에서는 “만일 선정적인 꿈을 꾸었다면 이는 송과선 덕분” 이며, “멜라토닌이 방출될 때 그 시간에 성적인 내용을 포함한 생생하고 격렬한 꿈을 꾸게 된다” 고 표현한다. 더욱이 멜라토닌이 엔돌핀의 효과를 증대시켜 성적 쾌락을 더 크게 해준다는 주장도 있다. 충분한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멜라토닌을 회춘제로 인식할지도 모를 일이다.

작년 미국에서 멜라토닌 제조업자들은 ‘짭짤한 재미’ 를 봤다. 95년 8월 16일 ‘뉴스위크’에 멜라토닌이 여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사가 소개된 이후 멜라토닌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95년 8월까지 재료 가격이 kg당 3천2백달러였던 것이 9월 이후 8천달러로 폭등했다.

현재 미국 인터뉴런-팜 회사는 멜라토닌을 수면제로 인정받기 위해 용도 특허를 신청하고 있다. 또 실험을 목적으로 인체에 멜라토닌을 투여하고 관찰하는 일도 올해 추진될 계획이다. 미국에서 ‘약품’으로 인정받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생체에서 분비되는 '천연' 멜라토닌의 기능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 멜라토닌이 현대의 불로초인지 아니면 단순히 잠을 잘오게 하는 보조식품인지를 판단하는데 논란의 여지가 많다. 더욱이 현재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은 식품의약국(FDA)의 엄격한 검사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불순물질이 섞여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일반인들의 과학적인 판단과 보건복지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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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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