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킨 윈도우NT와 펜티엄. 이 둘에 의해 PC와 워크스테이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인텔사는 8비트 시장을 주도하던 애플을 공략하기 위해서 IBM에 의해 발탁돼 일약 신데렐라가 되어버린 기업이다. 하지만 이제 그 누구도 더이상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신데렐라라고 부르지 않는다. 두 업체는 각각 도스라는 운영체제와 x86이라는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자신들을 낙점한 거인 IBM을 누르고 이미 PC업계의 황제와 황제비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치부되던 PC시장은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폭발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그 결과 컴퓨터 시장에서 PC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버리는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 일어났다. 일이 이렇게 되자 이들은 자동으로 세계 컴퓨터 업계의 최정상에 서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만히 앉아서 이 지위를 누리려고 하지 않는다. 돌연 PC의 상위영역이라고 여겨졌던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Professional Workstation) 시장에 펜티엄칩과 윈도우NT라는 두개의 초강력 무기를 가지고 대대적인 선전포고를 해대기 시작했다. 다운사이징과 클라이언트 서버의 바람에 편승해 천문학적 숫자의 개발비를 펜티엄과 윈도우NT에 쏟아붓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 것이다.
인텔은 올 3월22일 코드명 'P5'로 불렸던 차세대 x86계열 마이크로프로세서인 '펜티엄(PENTIUM)'칩을 전세계적으로 동시 발표했다. '펜티엄(pentium)' 프로세서는 인텔이 경쟁자들의 이름 도용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과거 'x86'이란 이름이 쌓아 놓은 이미지 효과를 포기하면서까지 작명 전통을 바꿈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펜티엄이란 5를 뜻하는 'PENTA'에 인텔의 'Ⅰ', 그리고 라틴어로 부품을 뜻하는 'UM'을 붙여 만든 이름이다.
이 제품은 PC에 기반을 둔 x86계열이면서도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 : CPU 내부에서 축소된 명령어를 사용하는 컴퓨터. 일반 CPU보다 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나 프로그래밍하기가 어렵다) 프로세서 수준의 성능을 갖춰 서버 등 고급기종 시장에서 기존 RISC 칩들과 본격 경쟁, PC와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의 경계를 허물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속 펜티엄의 위력
펜티엄은 기존 RISC칩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386 486 등 x86 제품과 100% 호환돼 x86용으로 개발된 5만여종의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하며 성능 향상이 용이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3백10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된 펜티엄은 80486과 같이 내부에서는 32비트로 작동하나 외부에서는 64비트로 작동한다. 따라서 486-50㎒ CPU에 비해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메모리에 데이터 주고받을 수 있다. 486이 코드 및 데이터 캐시 기능을 처리하는 단 한개의 8K캐시만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팬티엄은 코드와 데이터 각각 분리 처리하는 8K캐시 2개를 갖춰 명령처리 속도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CAD나 3차원 그래픽 등 고속 연산이 필요한 어플리케이션에 적합토록 RISC 수준의 고성능 부동소수점 연산장치(FPU)와 데이터보완 검증기능 등을 갖췄을 뿐 아니라 멀티프로세싱 측면에서도 과거 메인프레임급 컴퓨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고장방지능력(fault tolerance :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인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그에 영향 받지 않고 설계상에 명시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추가, 고성능 서버 시장에서 기존 RISC제품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펜티엄은 고성능 데스크톱 PC와 서버 기종을 위한 인텔의 차세대 프로세서다. 이 프로세서는 빠른 데이터처리속도를 갖고 있어 데스크톱 컴퓨터에서도 복잡한 그래픽처리를 쉽게 해준다. 펜티엄은 전용시스템은 물론 486 DX-2를 기준으로 설계한 시스팀에서 업그레이드해 사용할 수 있으며 386 및 486모델과 완전호환 된다. 그러나 펜티엄 시스템은 일반 업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가격면에서 너무 비싸다. 따라서 초기단계에는 주로 최고위층 경영자와 기업의 간부, 과학자 및 엔지니어 등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며 가격이 인하됨에 따라 점차 현재의 486시스템 사용자에게까지 사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오토캐드(AutoCAD) 및 3-D(입체)모델링 사용자, 빈번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 고성능 DTP 프로그램 사용자들 이 펜티엄 시스템을 사용해 눈에 띄는 업무처리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펜티엄은 무엇보다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파일서버와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의 서버로서 그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다.
원도우NT, 친숙함이 최대강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지난 5월 미 애틀랜타시에서 열렸던 춘계 컴덱스 전시회에서 차세대 PC운용체계(OS) '윈도우 NT'를 공식 발표했다. 윈도우NT는 PC와 워크스테이션 등 다양한 컴퓨터 플랫폼을 통합한다는 목표 아래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개발한 새로운 운영체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자사의 윈도우3·1 보다 한 단계 높은 기능을 가진 윈도우NT를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급의 운영체제로 보급시킬 계획이어서 현재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UNIX와의 일대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 DOS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8천4백20만대의 PC에 보급되었으며 유닉스는 1백70만대의 워크스테이션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최근 유닉스 보급속도는 LAN(근거리통신망)구축 이 활발해지면서 DOS의 보급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PC 환경은 80386이 탑재된 PC를 16비트용 OS로 가동시키는 매우 파행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사용자 응용 프로그램과의 호환성 유지라는 족쇄 때문이다. 이런 상황 하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완벽한 32비트 운영체제인 윈도우NT의 소비자 가격을 4백95달러(40만원 정도)로 책정, 앞으로 2개월내에 시판에 들어가 내년에는 1백만개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PC시장에 이어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업계 표준을 노리고 있는 윈도우NT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5천여 종류의 응용 SW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5백여종 이상의 새로운 응용 SW가 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윈도우NT의 최대 강점은 전세계의 거의 모든 PC에서 사용되고 있는 DOS와 윈도우의 연장선상에서 개발돼 사용자들에게 친숙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윈도우NT 사용자는 처음 시작할 때만 유닉스에서처럼 로긴과정(Login : 컴퓨터 시스템에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면 곧바로 익히 보아왔던 윈도우의 데스크톱 환경을 접하게 된다. 마우스로 윈도우를 열어 아이콘을 더블 클릭하면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윈도우의 비교적 최근 기술인 OLE나 DDE도 제대로 지원된다. 다만 한가지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윈도우와 달리 사용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이것이 화면에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면 사용자는 이내 컴퓨터 사용권을 넘겨받는다는 것이다. 즉 컴퓨터가 프로그램을 로딩하는 동안 사용자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멀티프로세싱인 것이다.
윈도우NT는 인텔로 대표되는 CISC칩은 물론 IBM DEC MIPS 선사 등의 RISC 칩을 지원해 간단한 프로그램 변경으로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이식성이 탁월하다. NT는 특히 현재 업체마다 다른 다양한 RISC칩을 지원해 PC OS시장의 최대 업체라는 후광을 업고 워크스테이션 OS시장을 상당부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상의 콤비' 신화 창조할 것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NT 발표로 32비트 워크스테이션 응용프로그램의 펜티엄기종으로의 이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워크스테이션의 평균 가격은 8천5백-1만5천 달러인데 반해 펜티엄을 장착한 데스크톱 PC의 평균 가격은 내년에 약 5천 달러의 시세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RISC 및 CISC(복합 명령어 방식 컴퓨터 : RISC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x86계열의 CPU가 이에 해당된다) 계열의 주요업체들이 앞으로 NT를 채택하겠지만 펜티엄/NT 시스템은 32비트 워크스테이션 사용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제품으로 떠오를 것이어서 앞으로 펜티엄은 주로 워크스테이션시장을 공략하게 될 것이다.
굴지의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WS) 제조업체가 벌써부터 펜티엄칩에 윈도우NT를 탑재한 제품을 발표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업체는 전통적으로 유닉스를 고수해왔던 미국 휴렛패커드(HP)사로, 동사의 루이스 플랫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최근 일본을 방문, 향후 PC사업과 관련해 펜티엄상에서 윈도우NT를 탑재한 제품을 생산하는 최초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펜티엄이나 윈도우NT의 기습공격을 받고 있는 기존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우선 펜티엄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마이크로프로세서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DEC의 RISC 방식의 알파칩과 경쟁해야 하며 모토롤라의 파워PC칩과도 경쟁해야 한다. 특히 모토롤라는 그동안 매킨토시용 CPU생산에 주력해왔는데 최근 윈도우NT를 장착한 파워PC를 매우 싼가격에 내놓을 계획이어서 인텔에 정면도전하고 있다.
유닉스진영의 윈도우NT에 대한 대응도 만만치는 않다. IBM 휴렛패커드 SCO USL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유니벨 등 세계유수의 유닉스 시스템 6개 업체는 그동안 각기 다른 운용체계를 개발해 사용함으로써 사실상 개방형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이 많았던 유닉스 환경을 하나의 표준 시스템으로 통합하자는데 전격 합의한 바 있다. 이들 6개사가 유닉스 환경을 표준 시스템으로 통합키로 합의한 것은 유닉스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공급업체마다 운용체계가 모두 달라 유닉스 기종 간 시장 경쟁이 치열해 윈도우NT를 내 놓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어부지리를 줄까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난관을 뚫고 윈도우NT와 팬티엄이 환상의 콤비를 이루면서 PC시장에 이어 전문가용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또다시 신화를 창조할 것인가? 컴퓨터 업계의 속성상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한것은 다운사이징 바람이 컴퓨터 업계를 회오리바람 속으로 몰고 있는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펜티엄/NT는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