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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유전자가 변형된 콩' 내년부터 표시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진 GMO

식물게놈프로젝트의 현실적 성과는 제초제나 병충해에 강하도록 만든 유전자변형농산물이다.하지만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안정성에 대해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세계 각국은 안전성 판단을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맡기려고 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실시된다는 표시제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실행에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보자.

최근 가축사료용으로 허가된 미국 아벤티스사의 스타링크 유전자변형 옥수수가 멕시코 요리에 자주 등장하는 토틸라 원료로 섞여 들어간 사실이 밝혀져 제품을 급히 회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스타링크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도록 변형된 옥수수로 당초 식용으로 개발됐으나 미국환경보호청이 이 옥수수에 함유된 Cry9C라는 단백질이 인체에 알레르기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가축사료용으로만 승인했다.


지난해 영국의 주요 식품 유통회사들과 제조사들의 컨소시엄은 유전자가 변형되지 않았다는 표시가 부착된 농산물만을 수입하기로 결정했다.왼쪽 그림은 유전자 검사를 맡은 미국의 지네틱 아이디사가 발급한 Non GMO표시.


내년 3월과 7월에 나눠 시행

미국 정부관리들은 스타링크가 미국 전체 옥수수밭의 1% 미만에서만 재배되고 있지만 농민들과 곡물창고업자들이 유통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다른 옥수수와 섞어버렸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은 육안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어 일단 다른 농산물과 섞여버리면 특별한 검사를 거치지 않은 한 구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6백50만t의 농산물을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중 유전자변형 콩과 옥수수는 지난해만 약 2백만t이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7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4.7%가 유전자변형식품 표시를 희망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우려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농림부는 내년 3월 1일부터 유전자가 변형된 콩, 콩나물, 옥수수에 대해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2002년 3월 1일부터는 감자도 대상품목에 포함된다. 또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는 유전자변형 콩가루, 옥수수가루 등으로 만든 식품에 대해서 내년 7월 13일부터 마찬가지로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제’를 실시한다.

농림부 공고에 따르면 중간판매자를 포함한 모든 유전자변형농산물 판매자와 수입자는 의무적으로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를 해야 한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유전자변형(농산물명)’으로 표시하고, 유전자변형 콩으로 재배한 콩나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유전자변형(콩으로 재배한 콩나물)’으로 표시한다. 또 유전자변형농산물이 포함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같은 표시에 ‘포함’이란 말을 추가한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은 농림부와 별도로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기준’을 제정, 고시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7개 표시대상 품목 중 식품제조, 가공시 사용한 5가지 주요 원재료 중 한가지라도 농수산물품질관리법에 의한 유전자변형농수산물(콩, 옥수수, 콩나물)을 원료로 사용해 최종제품에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있는 식품’ 에는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를 하도록 했다.

국제 무역의 새로운 기준

그러나 우리나라의 주요 농산물 수입국인 미국이 유통단계에서 일반 농산물과 유전자변형을 전혀 구분하지 않고 있어 미국의 협조 없이는 표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현재 미국의 공식 입장은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안전성에서 기존식품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므로 유전자변형농산물에 대해 별도의 표시를 하는 것은 자유무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 1월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 간 교역절차 등을 규정한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가 극적으로 채결돼 국제 무역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가 실시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농산물수출국에 유전자변형 여부를 표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의정서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의 국가 간 이동만을 다루므로 국내 유통과 관리는 전적으로 수입국 자체 규정에 따른다. 그래서 유전자변형농산물 포함 여부를 알 수 있는 검사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생명공학안전성의정서는 수입국뿐 아니라 수출국에 대해서도 적용되므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수출할 때도 유전자변형농산물 검사기술이 꼭 필요하다.

표지 DNA로 구별해내


DNA검사법에 의한 유전자 밴드 사진^M은 DNA분자량에 따른 크기를 알려주는 마커다.PC(Positive Control)는 유전자변형 100% 표준품의 PCR결과이며,NC(Negative Control)는 유전자변형 0%의 PCR결과다.S는 검사 대상 시료인데.시료의 밴드가 PC와 일치하면 유전자변형된 농산물,NC와 일치하면 유전자변형되지 않은 농산물을 뜻한다.


현재 유전자변형농산물 판별에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DNA 증폭기술을 이용한 DNA검사법과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한 ELISA(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검사법이 사용되고 있다.

DNA검사법은 검사 대상에서 DNA를 추출해 PCR로 원하는 DNA 부위를 증폭시킨 뒤 유전자변형에 사용한 표시유전자와 대조해 유전자변형 여부를 알아내는 방법이다. 유전자변형을 할 때는 원하는 유전자가 제대로 변형됐는지를 알 수 있도록 일종의 꼬리표와 같은 표시유전자를 붙여 놓는다. 표시유전자에는 보통 항생제 내성유전자가 사용되는데, 실험실에서 항생제가 함유된 배지에서 성장시켰을 때 제대로 자란다면 유전자변형이 잘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검사대상에서 이 유전자가 발견된다면 유전자변형농산물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대부분의 검사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고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양을 0.1%까지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정밀해 세계적으로 유전자변형식품 검사법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ELISA검사법은 변형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실험동물에 주사해 혈액 속에서 만들어지는 항체로 유전자변형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DNA검사법에 비해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변형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들지 않거나 식품제조과정에서 단백질이 파괴된 경우 그리고 유전자변형농산물 함유량이 적은 경우에는 검사가 불가능하다.

검사 수요 많지만 공급 달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 검정서를 발급해주고 있는 곳으로 한국유전자검사센터가 있다. 일본 다까라 바이오 메디컬과 풀무원이 5:5로 투자해 설립한 이 센터에서는 PCR법을 이용한 유전자변형 DNA검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전자변형 DNA가 들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정성검사 외에도 어느 정도가 포함돼 있는지를 알아내는 정량검사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이 밖에 넥스젠, 바이오니아, 코젠 바이오텍 등의 생명공학벤처사가 PCR법에 의한 유전자변형 DNA 정성분석장비를 개발·판매하고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 담당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검사장비와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검사 의뢰는 받지 않고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 규정에 따르면 표시대상 유전자변형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나 판매하는 업체에서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는 증명서 또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이 포함됐다는 증명서 등을 수입 또는 구입 때 반드시 확보해야 하며,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아니라는 표시를 하는 경우에는 해당 농산물이 구분·유통 관리됐다는 증명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로서는 판매·제조업체가 국내외로 이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민간 유전자변형농산물 검사기관에서 검정서를 확보해야 된다는 말이다.

농림부에서는 향후 국내외적으로 공인된 검정기술과 인력, 시설을 갖춘 민간기관이 검정기관 지정 신청을 할 경우 민간검정기관으로 지정해 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검사 의뢰에 대처할 수 있도록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장 내년에 실시될 표시제에 대비한 현실적인 방안은 현재 없는 셈이다.

단속 위한 표시제

이 상황은 정부의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가 단속을 위한 것이라는데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 실시를 위한 법률개정안’에 따르면 농림부, 해양수산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 구성된 농산물 원산지 표시 단속 사법경찰관의 임무에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 단속을 추가하고 직접 수사활동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만약 수사 과정에서 유전자변형농산물에 대해 허위로 표시하거나 표시를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면 최고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수입과 유통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방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은 단속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유전자변형농산물 검정을 위한 비용과 유통, 관리비용이 고스란히 업계에 전가돼 결과적으로 상품가격의 상승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 점은 농림부가 주최한 ‘유전자변형농산물표시제 공청회’에서도 이미 지적된 바 있다. 소비자 단체와 업계의 참석자들은 표시제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했지만 유전자변형농산물과 일반농산물의 이중가격구조와 검정제도의 미비점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

식용유, 간장은 표시 대상에서 제외

또다른 문제는 유전자변형 검정방법이 가진 한계다. 한국유전자검사센터의 한일근 실장은 “현재의 검사방법은 판별 정확도가 매우 높아 0.1%만 섞여 있어도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품의 경우 “제조과정에서 유전자변형 DNA와 단백질이 소실되거나 변형되기 쉽기 때문에 품목에 따라 시료 채취와 검사방법을 따로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제정 고시한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기준에는 최종제품에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 단백질이 남아 있는’식품이 표시 대상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유전자변형 콩이나 옥수수로 만든 식용유나 간장 등은 DNA와 단백질이 상당 부분 소실됐거나 변형됐기 때문에 표시 대상이 아니다.

유전자변형농산물에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변형된 DNA와 단백질이 인체에 미칠 악영향을 주된 이유로 든다. 이 점에서 식용유나 간장은 변형된 DNA나 단백질이 없으므로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를 하지 않아도 인체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변형된 DNA와 단백질이 아닌 다른 요소로 유전자변형농산물이 인체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도 안전성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미리 표시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식용유와 간장에 아무런 표시가 없으므로 일반농산물로 만든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가공품에 대한 직접적인 검사는 불가능하더라도 원재료에 대한 감독과 검사가 이뤄진다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 원재료는 표시 의무가 면제됐는데, 식품은 표시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일반농산물을 정확히 구분해 생산·유통시킨다 하더라도 비의도적으로 유전자변형농산물이 혼입될 수 있다. 농림부는 이 경우에 대비해 비의도적 최대 혼입허용치인 3% 이하로 유전자변형농산물이 혼입된 경우, 일반농산물로 간주해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를 하지 않고도 판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콩에 대해 최대 5%까지 혼입을 인정할 방침이며, EU는 2000년 1월에 최대 혼입허용치를 1%로 결정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전자변형 콩이 약 3% 들어간 재료로 두부를 만들 경우 두부의 유전자변형농산물 혼입 수치가 1%로 나온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전자변형 콩을 3%로 혼입하면 콩은 농림부의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 의무가 면제되지만 이것으로 만든 두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표시기준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식품 표시를 해야 하는 결과가 나온다. 원재료와 가공품 표시제 담당기관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러한 사실들에서 잘 알 수 있다.

수출 위해서도 안전성 고려해야

유전자변형농산물 표시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상품 선택권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표시제 자체가 유전자변형농산물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변형 표시제에 반대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유전자변형식품이 아니라는 표시는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그 의미가 ‘유전자변형식품에 비해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는 뜻을 함께 나타내도록 하고 있다. 반면 독일의 대표적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유전자변형 표시제 도입에 따라 유전자변형농산물이 곧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면서 자사의 고객들에게 유전자변형농산물 개발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표시제만으로 안전성 문제에 대한 답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유전자변형의 안전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유전자재조합실험지침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윤리위원회 등을 갖춘 연구소가 4개(1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전자변형생물이 환경에 유출되지 않도록 밀폐시설을 갖춘 곳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생명공학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이미 결정해놓은 상태다.슈퍼벼 등 이미 개발된 유전자변형농산물도 다수다.이제 수출을 위해서라도 유전변형농산물의 안전성 연구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다.

200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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