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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제시한 우주쓰레기 해결방안

21세기 창의적 영재 발굴 위한 컴퓨터 창의성 대회

21세기를 이끌어갈 창의적 영재는 누구일까.이를 시험해보고 싶은 1만여명의 학생들이 올 3회 컴퓨터창의성대회에 참가했다.이 대회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발사됐다. 이로부터 40여년 동안 인류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이 무려 4천5백여개. 이 결과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축구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구 주위에 약 10만개에 달하는 우주쓰레기로 넘쳐나게 됐고, 2010년에는 우주 충돌의 위험이 재난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에게 우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라면?

인천과학고 세명의 학생이 이에 도전했다. 이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우선 우주쓰레기가 어떤 것이며 왜 생기는지, 현재 이로 인한 피해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지금까지 어떤 기술이 개발됐는지도 알아보았다.

그런 후 이들이 내놓은 해법은 무엇일까. 탄성계수가 0인 물질의 비행체를 우주에 띄우는 것이다. 탄성계수가 0인 물체는 다른 물체와 충돌해도 서로 튕겨 나가지 않고 같이 붙어 이동한다. 이런 물체로는 대표적으로 진흙덩이를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진흙 껍데기를 입힌 비행체를 지구 둘레 우주에 띄우면 여기에 작은 우주쓰레기들이 붙게된다. 그리고 난 후 진흙 덮개를 우주 먼 공간으로 던져버리고, 다시 비행체에 진흙 껍데기를 입히면 우주쓰레기 제거 임무를 계속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올해 컴퓨터창의성대회 고등부 금상 수상팀의 통통튀는 아이디어다. 이들은 물체에 따라 충돌 후 어떻게 속도가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탄성계수’라는 과학적 지식을 잘 응용했다. 이 외에도 자기장을 이용해 우주쓰레기를 지구 대기권으로 끌어들인다든지, 쓰레기의 이동 궤도를 계산해 레이저로 쏘아 태워버리는 방법을 내놓았다.

이처럼 초중고학생이 자신에게 숨어있는 창의력과 과학적 탐구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장인 올 3회 컴퓨터창의성대회가 성공리에 치러졌다. 정보통신부, 동아일보, 그리고 문화방송이 주최, 한국영재학회, 한국우주정보소년단, 그리고 한국과학기술원 과학영재교육센터가 주관했다.

외계인과의 의사소통법은?

올 6월 5일부터 17일까지 인터넷을 통한 예선대회에 초등1부(1-4학년) 2백여팀, 초등2부(5-6학년) 6백20여팀, 중학생부 5백여팀, 그리고 고등부 1천5백여팀이 참가했다. 각팀이 3인으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무려 1만여명이 참가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의성대회다.

여기서 상당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부별 20팀이 9월 27일 올림픽펜싱경기장에서 본선대회를 겨뤘다. 6시간 동안 인터넷 검색을 통해 문제와 관련된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때 결과물은 홈페이지로 작성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21세기형 문제는 어떤 것이었을까. 만약 지능을 지닌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지구인은 이들과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초등1부 참가자에게 제시된 문제다.

초등2부에게는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컴퓨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해킹방지법을 고안하라는 문제가 주어졌다. 학생들은 기존과 다른 해커의 새로운 공격법을 상상하고, 이에 적합한 방어대책을 세워야 했다.

중등부 문제는 곧 다가올 미래에 자동차, 냉장고, 그리고 보일러 등 집안의 모든 가전제품이 현재 컴퓨터가 정보망에 연결된 것처럼 서로 네트워크화된다는 홈네트워크에 관한 것이었다. 앞으로 10년 후 전자제품이 어떻게 발전하고 그때의 3대 히트 전자제품이 어떤 것일지도 상상과 예측을 해보아야 했다. 또한 홈네트워크의 한계와 이로 인한 문제점이 무엇일지를 추측해야 한다(자세한 문제와 이에 대한 답안은 동아 사이언스 홈페이지 www.dongascience.com을 통해 볼 수 있다).

이처럼 저학년 문제라고 해서 더 쉬운 것은 아니다. 또한 이미 해결된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자라나는 학생들이 성장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짧은 시간 동안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각 팀의 구성원이 역할분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고등부 금상 수상팀인 이리듐의 경우 박수레군이 그래픽, 신화용군이 홈페이지 제작, 그리고 황상흠군이 자료 정리를 담당, 서로 협동하며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해 나갔다. 이것은 21세기형 문제가 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사람이 공동으로 연구해야 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심사위원에 따르면 회를 거듭할수록 참가학생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눈부시게 향상됐고, 참가자간의 별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리나 아쉽게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멋있게 정리하는데 그친 팀이 많았다.


9월 본선대회를 거쳐 최고의 영예를 얻은 금상 수상자에게는 정보통신부 장관상이 수여됐다.


Not 컴퓨터 기능맨, But 통통튀는 아이디어맨

하지만 이 대회는 단순히 컴퓨터 활용이나 인터넷 검색의 능력을 겨루는 장이 아니다. 모은 자료 속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 이를 소화해내고 다시 자기의 생각을 덧붙여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과학적 탐구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새롭다는 것은 단순히 허무맹랑한 얘기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다.

금상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어떻게 대회를 준비했는지 알아보았다. 팀은 늦어도 올 3월에는 꾸려졌다. 초등1팀 구성원 중 두명은 작년에 같은 팀으로 출전했던 학생이었다. 초등2팀의 구성원은 인터넷 꾸러기유니텔에서 고민방도우미를 하던 중 사이버 친구로 만나 올 1월에 짜여졌다. 이들 초등 두팀의 학생들은 모두 학교가 달랐다. ‘학교 울타리’라는 제한조건이 붙어있는 여느 초중고학생 대회와는 다른 특징이다. 이에 대해 대회진행자인 한국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박상찬 교수는 “대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참가할 수 있도록 팀은 같은 학교의 학생과 지도교사로 구성돼야 한다는 조건을 없앴다”고 말한다. 지도교사의 학교조차도 팀 구성원과 달라도 된다.

서울 문영여중의 중등부 금상팀은 학교 내 컴퓨터 모임 ‘지로파트’에서 올해 초 결성됐다. 여기서만도 세팀이 예선대회에 출전했다. 이들은 1학년 때부터 이 모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특별히 대회준비기간 중 따로 컴퓨터 활용능력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고 한다. 고등부팀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이 대회 이전에 홈페이지 경진대회와 같은 컴퓨터관련 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모든 금상 수상팀은 최소 1년 이상 평상시에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을 익힌 것으로 밝혀졌다.

팀이 짜여지면 우선 컴퓨터창의성대회 홈페이지(gifted.kaist.ac.kr)에 실려있는 과거 출제문제와 예시문제를 통해 방향을 잡는다. 그리고 몇문제를 채택해서 토론하고, 이 과정에서 지도교사는 내용 정리와 잘못된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어떤 팀의 경우 1, 2회에 참가했던 선배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금상 수상자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21세기 영재는 어떤 사람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초등 6학년의 조종빈군의 경우 “슈퍼맨처럼 뭐든지 다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답하는가 하면, 같은 팀의 이서연양은 “자신의 특기를 가져야 한다. 특기를 발굴해서 키워나가야 한다”고 대조적으로 말했다. 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통해 우리의 밝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고등부 금상 수상자인 신화용,박수레,황상흠 군은 역할분담을 통해 우주쓰레기 문제에 대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았다.탄성계수가 0인 비행체를 만드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인터넷과 캠프 통한 계속 교육

무엇보다도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선발된 학생에 대한 교육이다. 대회조직위원장인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이군현 교수는 “이 대회의 주목적은 과학 영재아를 선발해 교육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상자에 대한 교육으로는 수학, 과학, 정보 분야에 대해 평상시 인터넷 원격교육, 그리고 여름과 겨울에 캠프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가는 방법을 배운다. 더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독자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담당교수가 일대일 교육을 실시하는 튜터링 제도까지 마련돼 있다.

이 대회 외에도 창의력 관련 대회들이 매년마다 몇개씩 열리고 있다.올 4회째인 삼성의 창의력올림피아드대회,올 처음 시작한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의 한국과학창의력대회등.올해를 놓쳤던 학생은 지금부터 미리 내년 대회를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탄성계수 '0'의 비행체
 

200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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