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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양성자가 중성자보다 무거워진다면?

7분 후 모든 생명체 산산조각

양성자가 중성자보다 무거워지면 주기율표에서는 수소가 사라진다.수소의 양성자가 붕괴하기 때문이다.또 우리 몸은 7분만 지나면 산산조각으로 분해될 것이다.인간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다.

잘알다시피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에는 전자들이 분포하고 있다.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들의 화학적 성질은 원자핵 주위에 있는 전자들의 에너지 준위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 좀더 원자 안으로 들어가 원자핵의 구조를 살펴보자.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을 핵자라고 부른다. 원자번호는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의 개수를, 원자량은 중성자와 양성자의 개수를 나타낸다.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지만, 양성자는 전하를 띠며 그 전하는 전자의 전하와 반대 부호다.양성자끼리는 같은 전하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기적인 힘으로 서로 밀고 있을 것이다. 전기적인 힘인 쿨롱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데 아주 작은 원자핵 내부에 있다면 양성자 사이에는 매우 강한 전기적인 힘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밀어내는 힘에도 불구하고 양성자와 중성자들은 어떻게 결합해 원자핵을 이룰까. 그것은 바로 양성자들이 전기적으로 서로 미는 힘보다 더 큰 힘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잡아당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힘은 매우 크기 때문에 핵력 또는 강한 상호작용이라고 부른다. 같은 조건에서 강한 상호작용은 전자기적인 힘보다 약 1백배 가량 크다.

쿼크 사이에 작용하는 강한 상호작용

강한 상호작용은 중력, 전자기력, 약한 상호작용과 더불어 자연계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상호작용(힘)이다. 입자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는 기본적인 입자가 아니고 쿼크라는 더 작은 기본적인 입자가 이러한 핵자를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강한 상호작용은 쿼크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쿼크는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쿼크가 있다는 것을 알까. 그것은 모든 핵자들의 상호작용은 이들이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매우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독립적인 쿼크를 볼 수 없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밝혀졌다. 쿼크들 사이의 힘은 너무 강해 이들을 떼어놓으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만약 엄청난 에너지로 쿼크를 떼어놓았더라도 곧 다른 쿼크들과 결합해 다른 핵자들을 만든다. 따라서 쿼크는 자연계에서 관측할 수 없고, 단지 이들이 결합해 만든 핵자들만을 관측할 수 있을 뿐이다. 쿼크들이 강하게 상호작용해 중성자 또는 양성자를 이루고, 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핵력은 중성자 내부의 쿼크와 옆에 있는 양성자 내부의 쿼크가 강한 상호작용을 해 나타나는 것이다. 즉 핵력은 쿼크들끼리 상호작용해 핵자를 이루고, 핵자들 사이에 남아 있는 강한 상호작용의 효과인 것이다.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무겁다

쿼크의 종류는 여섯 가지가 있지만 중성자와 양성자를 이루는 쿼크는 두 종류만 있다. 나머지 쿼크는 질량이 이들보다 크고 약한 상호작용에 의해 곧 붕괴한다. 따라서 안정된 핵자를 구성하는 쿼크는 두 가지만 있다. 중성자와 양성자를 이루는 쿼크를 업(u) 쿼크, 다운 (d)쿼크라고 부르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이들 쿼크가 세 개씩 결합돼 만들어진다. 업 쿼크의 전하는 2e/3, 다운 쿼크의 전하는 -e/3이다. 여기서 e는 양성자의 전하이다. 전하는 양성자 전하가 최소단위로 양자화돼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이는 쿼크에서는 맞지 않는다. 쿼크들은 양성자 전하보다 작은 전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입자들의 전하가 양자화돼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양성자는 업 쿼크 2개, 다운 쿼크 1개로 이루어져 있고, 중성자는 업 쿼크 한 개, 다운 쿼크 두 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전하를 더해보면 양성자는 전하 e, 중성자는 전하가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쿼크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1930년대에는 핵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핵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다. 불확정성 원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이젠베르크는 핵물리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쌓았다. 그 중 하나는 핵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핵력은 그 핵자들이 양성자이든 중성자이든 그 크기가 같다는 것이다. 즉 양성자와 양성자 사이의 핵력,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의 핵력, 그리고 중성자와 중성자 사이의 핵력은 모두 같다는 것이었다. 물론 양성자와 양성자 사이에는 핵력뿐만 아니라 전기적인 힘도 작용하겠지만 이는 핵력보다 매우 작으므로 무시하기로 하자. 따라서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하만 다를 뿐 핵력은 같다. 다시 말하면 양성자 여덟 개, 중성자 여덟 개로 이루어진 산소 원자핵 사이에 나타나는 핵력과 양성자 일곱 개, 중성자 아홉 개로 이루어진 질소의 동위원소 핵 사이의 핵력은 같다는 것이다. 쿼크로 설명하면 강한 상호작용은 업, 다운 쿼크에 상관없이 같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기적인 힘을 무시한 가상적인 세계에서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질량이 같고, 다만 전하만 다른 입자들이다. 그러나 실제 세상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약간 무겁다. 중성자의 질량은1.68 ×${10}^{-27}$kg이고, 양성자의 질량은 1.67×${10}^{-27}$kg이다. 그러나 질량의 차이는 중성자나 양성자 자체의 질량의 약 0.6%로 매우 작다. 이 차이는 양성자는 전하를 띠고 있어서 전자기적인 상호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또한 이에 덧붙여서 이러한 질량의 차이를 주는 것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업 쿼크와 다운 쿼크의 질량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다운쿼크의 질량이 업 쿼크보다 약간 무겁다.


중성자는 혼자 떨어져 있으면 약한 상호작용 때문에 양성자와 전자,그리고 중성미자로 붕괴한다.


낮은 에너지 향하는 외톨이 중성자

중성자와 양성자의 질량 차이는 매우 작지만 이러한 작은 질량의 차이 때문에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입자가 안정된 입자라면(예를 들어 전자) 더 이상 낮은 에너지 상태, 혹은 작은 질량을 가진 입자들로 붕괴할 수 없다. 하지만 중성자는 이보다 더작은 질량을 가진 양성자가 있고,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는 상호작용이 존재하므로 자유 중성자는 양성자로 붕괴한다. 핵 안에서 중성자가 양성자와 결합하고 있을 때는 중성자가 그대로 중성자로 있지만, 중성자 혼자 떨어져 있으면 입자의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약한 상호작용 때문에 중성자는 양성자와 전자, 그리고 반중성미자로 붕괴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 중성자는 반드시 붕괴하며, 그 수명은 약 7분 가량 된다.

쿼크로 이를 설명하면 중성자를 이루는 다운 쿼크 중의 한 개가 약한 상호작용에 의해 업 쿼크로 붕괴하며 전자와 중성미자를 내놓는다. 그리고 이 업 쿼크는 다른 쿼크들과 결합해 양성자가 된다. 복잡한 계산을 통해 얻은 결과에 의하면 핵 안에서는 중성자가 양성자로 붕괴하는 것보다 중성자 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더 낮은 에너지를 가진다고 한다. 자연계의 모든 상태는 되도록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으려 하므로 핵 안에 있는 중성자는 그대로 중성자로 남아 있다. 하지만 중성자 혼자 따로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붕괴하는 것이 더 낮은 에너지 상태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붕괴한다.

주기율표에서 사라지는 수소

지금까지 우리 세상에서 양성자와 중성자의 성질,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핵력에 관해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만일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이 바뀐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이로 인해 세상은 전혀 딴판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강한 상호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핵력은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이 바뀌었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양성자가 혼자 떨어져 있으면 중성자보다 질량이 크므로 7분 정도 있으면 양성자는 중성자, 양전자, 중성미자로 붕괴해버리고 만다(양전자, 중성미자는 각각 전자, 반중성미자의 반입자이다). 따라서 양성자 한 개, 전자 한 개로 이루어진 수소 원자는 7 분만 지나면 양성자는 중성자로 바뀌고, 전자는 더 이상 전하가 없는 중성자와 전기적으로 결합하지 않으므로 원자는 깨져버리고 만다. 따라서 주기율표에 수소 원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수소 원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생물체는 탄소와 수소의 결합물로 이루어진 유기화합 물질이다. 어느 순간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이 바뀌면 우리 몸 안에 있는 유기화합물을 이루는 수소 원자가 7분이 지나면 중성자로 바뀌고 화학결합을 더 이상 이루지 못하면서 우리 몸은 산산조각날 것이다. 우리 몸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만일 그래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생명체들과는 전혀 다른 화학적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며, 물이 더 이상 생명체에 중요한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물분자 내의 수소원자도 없어지므로 더 이상 물분자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학의 인류학적 원리


과학의 인류학적 원리


더 근본적으로 살펴보자.우리 우주는 약 1백억년에서 1백50억년 전쯤에 대폭발이 일어나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대폭발이 일어난 직후 팽창을 계속할 때 우주에는 쿼크와 전자.광자들만 있다가 이들이 점차 식으면서 쿼크들은 결합해 중성자와 양성자를 만든다.이후 계속 우주가 식어가면서 양성자는 주위의 전자와 결합해 수소 원자를 이룬다.중성자의 일부는 붕괴하고,남은 중성자는 양성자와 결합해 원자핵을 만든다.만일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가볍다면 우주의 진화는 우리의 우주와는 전혀 다른 우주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양성자와 전자가 결합해 일시적으로 수소 원자를 만들어도, 양성자는 곧 붕괴해 중성자로 돼 수소 원자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제일 단순한 원자는 수소원자가 아니라 헬륨, 혹은 양성자 한 개와 중성자 한 개가 결합한 중수소의 형태일 것이다. 따라서 우주가 처음 팽창할 때 많은 수소 원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많은 헬륨 원자 혹은 중수소원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러한 초기 우주에서의 작은 변화는 그 이후의 우주 형태를 결정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우리 우주와는 전혀 다른 우주가 만들어질 것이고,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게 된다.

또한 별들이 진화할 때 수소의 핵융합으로 연료를 태우는 별의 진화과정이 없어지게 된다. 수소의 핵융합 과정 없이 별이 중력으로 매우 작게 되었을 때 헬륨의 핵융합 반응부터 시작하게 되는 이상한 별의 진화과정이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고 짐작하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것처럼 중성자와 양성자의 질량 차이 같은 매우 작은 양이 바뀌면 이로 인한 파급효과는 화학적인 측면, 생물학적인 측면, 그리고 우주의 진화 자체에도 매우 커다랗게 작용한다. 자연계의 작은 구성요소들은 기묘하게 결합돼 있어서, 중성자와 양성자의 질량 차이를 바꾸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원자핵 내부의 핵자, 또 핵자 내부의 쿼크의 질량 차이와 같은 아주 작지만 중요한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자연계에 중력이 있고, 화학결합이 가능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는 구조를 가지는 측면을 연구하는 것을 과학의 인류학적 원리라고 한다. 과학을 연구하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인류학적 원리 중의 하나는 중성자가 양성자보다 무거워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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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이경국
  • 최준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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