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걸프전 환경테러 후유증 심각하다

미 국방부, 인체 피해 정도 조사 시작

 

맑은 날에도 검은 하늘이 계속되는 쿠웨이트시

 

최근 보도에 따르면 쿠웨이트 국민의 10%가 천식을 앓고 있다.

인류역사에 '환경테러(ecoterror)'라는 가공할 신조어를 남긴 걸프전이 휴전으로 일단락된 것도 어느덧 여덟달째. 세계를 뒤흔든 포성이 멎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어가던 가마우지의 충격적인 영상조차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페르시아만의 환경오염은 개전 초기에 전문가들이 점쳤던 상황보다 결코 낫지않다.

전쟁터가 됐던 쿠웨이트시에서는 요즘도 숨을 쉬기가 어렵다. 하늘은 마치 비오기 전 먹장구름이 낀 것처럼 어둡고 조금만 서 있어도 눈이 따끔거리며 머리와 목에 통증이 느껴진다.

이라크군이 다국적군 비행기의 시계(視界)를 흐리기 위해 알 와프라 등 쿠웨이트 내 유전에 불을 지른 뒤 발생했던 분진이 여전히 대기 중에 머물러 스모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당시 '사막의 폭풍'(Desert Storm) 작전에 참가했던 다국적군들은 유전의 불길위로 치솟아오르는 거대한 검은구름을 보면서 자신들의 작전명을 '검은 폐 여행'(Black Lung Tour) 이라고 고쳐 불렀다.

최소한 내년 봄까지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유전 화재는 과연 어느 정도로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을까.

지난 4월만 해도 미국환경보호청은 유전화재 스모크의 인체유해성이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4개월 후 하버드 대학연구팀이 주관해서 벌인 전문가 좌담회의 견해는 이보다 훨씬 비관적이었다. 조사에 참여했던 뉴욕대학 환경의학연구소의 조지 털스턴은 "대기오염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 까지 표현했다.

털스턴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전쟁전에 비해 환경오염이 원인이 돼 죽어가는 사람이 1천명이상 늘어났고 따라서 사망률이 28%이상 높아 졌다고 한다. 그는 저 유명한 1952년 런던스모그 사건때 단 2주일만에 평소보다 4천명이 더 죽어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있다.

하버드대학 보건연구소의 하룩 오즈카이낙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데 그는 특히 어린이나 노인, 심장병 호흡기질환을 앓았던 사람들의 경우에는 훨씬 발병률이 높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쿠웨이트국민의 10%가 천식을 앓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들은 쿠웨이트 정부가 개전초기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위험 경고만 했더라면 피해를 훨씬 축소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마스크를 쓰고 집안에 머물러있는 최소한의 보호책이라도 쓴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발병률이 낮았던 것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쿠웨이트의 과학자들은 식품용으로 도살된 양을 관찰 한 결과 유전화재로 생긴 스모크가 양의 심장과 폐에 손상을 주었다는 사실을 밝혀 발표했지만, 사람들의 경우 인체 어느 기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전혀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 육군의 임상병리연구소가 곧 이 인체유해성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연구소의 존 제웰 대령은 최근 미국의 과학월간지 사이언티픽 어메리컨(Scientific American)과의 인터뷰에서 연구를 위해 먼저 전쟁 중에 죽은 군인들의 세포조직 일부를 떼내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에서 교전(交戰)중에 전사한 사람은 물론 기타 다른 이유로 죽은 사람도 포함된다.

미 국방부가 이런 연구에 착수하게 된 것은 사실 월남전 이후 겪었던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소송'의 재연을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다. 에이전트오렌지는 미국이 월남전에서 사용했던 고엽제(枯葉劑)로 종전 이후 이 고엽제를 사용했던 군인들이 암 심장병 기종(氣腫)등에 시달리다 국가에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해 여론이 비등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검은 폐 여행'의 후유증도 곧 나타날 것으로 보고 미리 이를 준비하려는 것이다.

199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의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