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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환경오염의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는 '침묵의 봄'이 떠오른다.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시골 마을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원인 모를 질병과 죽음으로 고통받는다는 우화로 시작하는 이 책이 현대인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현대 환경운동의 대모 레이첼 카슨


환경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부통령 엘 고어의 집무실에는 카슨 여사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 '침묵의 봄'은 나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 카슨 여사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그리고 아마도 나머지 모든 사람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영향을 나에게 미쳤을 것이다"라고 회상한다. 그는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나 작은 시골 농장에서 책읽기를 즐기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29년 펜실베이니아 여대를 졸업하고 1932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유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35년부터 1952년까지 미국 어류 및 야생생물청(Fish and Wildlife Service)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1941년 자신의 최초의 책 '해풍 아래에서'(Under the Sea Wind)를 집필했고, 1951년에는 바다의 생물학, 화학, 지리, 역사 등을 다룬 '우리 주위의 바다'(The Sea Around Us)를 썼다. 이 책으로 그 해 저술상(the 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했다. 이후 카슨 여사는 연구소를 떠나 집필에 몰두했다. 1960년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1964년 자연과 환경을 사랑했던 56세의 삶을 마감했다.

유난히 밤이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고통스러운(?) 아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새벽마다 새들이 노래하는 봄의 소란스러움에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현대화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이른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만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소리가 사라진 봄 그리고 DDT

1962년 출판된 레이첼 카슨(Carson, Rachel: 1907-1964) 여사의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봄을 알리는 이러한 새소리가 사라져 버린, 그래서 죽음처럼 고요한 자연의 침묵을 그린 책이다(우리말 번역본 '이제 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넥서스, 1999).

카슨 여사가 '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1958년 1월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조류학자인 친구 허킨즈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였다. 편지는 정부 소속 비행기가 모기를 방제하기 위해 숲 속에 DDT를 살포했는데 이 때문에 자신이 기르던 많은 새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친구는 DDT를 사용한 당국에 항의했으나, 당국은 DDT가 무해하다며 항의를 묵살했다. 이에 친구는 항의편지를 신문사에 보내고 그 사본을 카슨 여사에게 보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카슨 여사는 그동안 많은 조사연구를 했지만 중단하고 있던 살충제 사용의 실태와 그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저술하기로 굳게 결심한다.

카슨 여사는 1958년부터 1962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의 봄'을 위한 자료조사와 집필활동으로 보냈다. 이 책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시골 마을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원인 모를 질병과 죽음으로 고통받게 된다는 암시적 우화로 시작한다.

이 마을은 어떤 나쁜 마술적 주문에 걸린 것 같았다. 병아리 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고 소나 양들이 병으로 죽어 갔다. 사방이 죽음의 장막으로 덮여졌다. …(중략)… 자연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그처럼 즐겁게 재잘거리며 날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사람들은 모두 당황했으며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어쩌다가 발견되는 몇마리 새들도 몹시 떨면서 날지도 못하고 푸드덕거리다가 죽고 마는 것이었다.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어서 카슨 여사는 20세기 이후 미국의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던 투구풍뎅이, 흰개미, 진드기, 모기 등의 병충해의 발생 문제와 이의 퇴치를 위한 DDT, DDD, 딜드린, 앨드린 등 살충제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한다. 그리고 독성 화학물질들의 제조와 사용 그리고 이러한 살충제와 화학물질의 사용이 토양의 동식물 및 물 속의 어류에 미치는 피해 등에 대해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호수 속의 작은 벌레를 죽이기 위해 사용한 화학물질은 먹이사슬의 모든 생물체 내에 차곡차곡 축적되고,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사용한 살충제 때문에 해충들의 내성은 더욱 더 강력해진다. "과학이 가장 끔찍한 현대 무기로 무장한 채 곤충을 향해 총부리를 들이대고 있는데 사실상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를 향한 총부리라고 생각하면 깜짝 놀랄 만한 불행임에 틀림없다"라는 카슨 여사의 경고와 같이, 인간이 자연을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이기적이고 어리석다는 것이 드러난다.

물론 이 책에 대한 반대와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활동적인 생물학자였던 카슨 여사는 DDT가 환경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초기 연구결과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 1939년 이후 놀라운 살충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던 - 스위스의 화학자 뮐러(P. H. Mu¨ller)는 DDT 연구에 대한 공로로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 DDT의 부정적 영향을 이미 알고 있던 카슨 여사는 1945년 DDT의 악 영향에 대한 글을 '리더스다이제스트'지에 기고하려고 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한 화학회사는 '침묵의 봄'이 출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책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집요한 협박을 하기도 했다. 또 정부와 화학회사 측에 가까운 일부 과학자들은 카슨 여사가 일반 대중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 환경운동의 기폭제

'침묵의 봄'의 출판은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출판일인 1962년 9월 27일 이미 4만부의 선계약이 이뤄졌으며 이달의 책(the Book of the Month) 클럽은 15만부를 구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해 가을에만 60만부가 판매됐다. 이 책은 미국 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됐으며 20세기 후반 인류에게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남게됐다. 그리고 지난 4월 미국 랜덤하우스 출판사가 선정한 20세기 1백대 논픽션 중에서 5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침묵의 봄' 영향으로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한다.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암연구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증거를 발표했고, 각 주(state)들은 DDT의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또한 '침묵의 봄'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지구의 날(4월 22일)이 제정됐다. 한편 몸과 머리 속에 있는 이를 없앤다고 DDT 가루를 온몸에 허옇게 뒤집어쓰던 우리의 6.25 시절을 생각하면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온다.

어릴적 처마 밑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제비들의 재잘거림을 이제는 거의 들을 수 없다.그 시절 하루종일 땡볕에서 들판을 달리면서 나비와 메뚜기를 잡으러 다니지 않았던가.마을 앞 개울가에서 송사리와 가재를 잡으며 한여름의 긴 낮을 보내지 않았던가.이제 그 모든 것들이 추억 속에서만 선명하고,현재의 아이들은 그러한 추억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자동차나 불도저의 소음이 아닌 생명의 소리들로 가득 찬 우리의 자연은 어디로 가버렸는가.무지개 넘어 저쪽에 있는 파랑새가 됐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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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송진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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