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대 의대 남서부의학센터 데보라 클렉 교수팀은 팔미트산 같은 특정 지방산이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이나 혈당량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쓸모없도록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 9월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첫 번째 그룹은 버터나 치즈, 우유, 쇠고기에 많이 들어 있는 포화지방산인 팔미트산을 함유한 먹이를, 두 번째 그룹은 포도 씨와 올리브유에 많은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인산을 함유한 먹이를 줬다. 연구팀이 두 그룹에 준 먹이의 열량은 같았다.
실험 결과 올레인산이 함유된 먹이를 준 두 번째 그룹의 생쥐들은 배부를 만큼 먹이를 먹은 뒤 더 이상 먹지 않았다. 반면 팔미트산이 함유된 먹이를 준 첫 번째 그룹의 생쥐들은 쉬지 않고 먹이를 먹었다. 클렉 교수는 “팔미트산이 뇌에 도달하면, 렙틴이나 인슐린이 식욕을 억제하도록 신체에 보내는 신호를 뇌가 무시하도록 하는 메시지를 보낸다”고 설명했다. 렙틴이나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포만감을 느끼지 않아 음식을 계속 먹게 된다.
이런 현상을 렙틴 저항성,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지방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을 경우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특정 지방산이 방아쇠가 돼 렙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클렉 교수는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오히려 허기가 진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은 며칠 동안 계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