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3 분자생물학의 과거ㆍ현재ㆍ미래 새로운 생명관이 탄생한다

생물학은 급변하고 있다. 단백질에서 DNA로 옮겨진 관심은 동식물의 개조를 가능하게 했다.

오늘날의 생물학은 10년전의 생물학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전에는 최고의 실험 물리학자도 손대지 못한 실험이 새로운 연구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지금은 흔해졌다. 새로운 분자생물학은 실험수법의 발전을 웃도는 성과를 냈으며 놀랄 만한 속도로 생물공학 산업을 냈으며 놀랄 만한 속도로 생물공학 산업을 창출했다. 한층 더 중요한 것은 분자생물학이 세균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생물에 대한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바꾸어 버린 점이다.

생명현상의 메카니즘을 찾아서

생물학은 전통적으로 기술(記述)의 과학이었다. 많은 생물의 목록을 작성하고 특징을 열거하며 구조를 현미경 등으로 조사해왔다. 이러한 기재(記載) 생물학에 종사하는 연구자는 생명현상의 결과에는 주의했지만 원인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즉 근육의 수축이나 배(胚)의 발생은 주목받았지만 그 현상의 내면에 있는 메카니즘에 관해서는 관찰을 통해서 단서를 얻을 수 없었다. 메카니즘을 해명하려면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세포성분 보다도 작은 물질을 조사해야 된다.

생명현상 내면의 메카니즘은 세포 안팎에 있는 분자가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 논문에서는 현재의 연구자가 생명을 분자수준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그리고 생명현상 기재(記載)에 비해 분자 수준에서의 해명이 얼마나 흥미있는가를 서술할 예정이다. 분자생물학자는 육안으로 전혀 볼 수 없는 물질로써 생명의 복잡함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생명은 20억년 이상 전부터 계속된 진화의 최종산물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기술로 생명의 설계도를 뜻대로 바꾸어 자연상태의 진화라고 볼 수 없는 많은 생명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분자조작은 우리들에게도 한층 현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단백질에서 DNA로

세포에 많이 있는 분자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은 단백질, RNA, DNA이다. 이들은 모두 거대분자로서 여러개의 단순한 단량체(monomer)로 구성된 선상(線狀)의 중합체(polymer)이다. 20년쯤 전까지 가장 주목받은 것은 단백질이었다. 그 이유는, 특수한 조직에서는 1종류의 단백질만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적혈구는 대부분 순수한 헤모글로빈이고, 연골은 대부분이 콜라겐(collagen)이며, 모발은 대부분 케라틴(keratin)으로 되어 있다. 생화학 기법과 효소연구가 진보하여 단백질을 쉽게 추출하거나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단백질은 그 지위를 다른 고분자에 넘겨주었다. 최초에는 RNA, 최근에는 DNA가 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생화학에는 수천가지 단백질과 생화학적 반응의 방대한 자료가 축적되어 있는데,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를 연구해도 숲의 전체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있을 것같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게 되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와 반응을 조직하고, 조화시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답은 단백질 연구가 아니라 유전학과 유전정보를 떠맡은 핵산 연구에서 얻어지게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DNA 재조합 기술의 진보이다. 이 기술로 인하여 핵산 특히 DNA연구가 현저하게 발전했다. 생물학자가 최근 10년 동안 단백질화학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던 문제를 DNA를 조작하여 풀게 되었다. DNA는 절단하고 처리하여 재구성할 수 있다. DNA는 그 자체가 복제될 수 있다. 게다가 DNA만 있으면 원하는 크기와 구조의 RNA를 만들어 단백질을 합성 할 수 있다.

이 중심이 되는 실험수법은 유전자의 클로닝(cloning)이다. DNA의 클로닝이야말로 모든 사물중에서도 특히 생물학이 양상을 크게 바꾼 요인이다.

바이러스 연구가 준 단서

단백질의 유전암호를 갖는다는 능력은 DNA가 맡고 있는 정보와 기능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과 다른 간단한 사실들을 알기 위해서도 우선 DNA의 전반적 구조와, 그 기능단위인 개별 유전자가 생물의 전(全)유전자('게놈', genome) 중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

그러나 복잡한 생물의 '게놈'을 해석하는 일은 최근까지 현실성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게놈이 큰 포유류의 세포에는 염색체에 약 25억염기쌍이나 되는 DNA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는 염기배열에 떠맡겨진 정보인데, 포유동물의 '게놈'에는 5만에서 1백만개의 유전자가 있고, 이 유전자의 산물이 통상 단백질이다.

유전자를 조사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최근까지 단일한 유전자를 따로 떼어내 연구하지 못했다. 즉 세포에 유전자가 존재함은 증명되었지만 그것을 직접 물질로서 해석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 곤란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러스 연구 덕이었다. 바이러스의 '게놈'은 세포의 '게놈'에 비해 극히 작지만 유전자의 기본적 특성은 그것이 감염시키는 세포의 것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다. 원숭이의 SV40 바이러스는 5천2백43개의 염기쌍으로 되어 있고, 5개의 유전자가 중첩(over-lap)되어 있는데, 바이러스의'게놈'이 감염된 세포속에서 수천개로 복제되므로 바이러스 DNA와 세포 DNA를 분리할 수 있다.

이 비교적 단순한 바이러스 DNA를 따로 떼어내 유전자의 구조, mRNA의 전사(轉寫), 단백질 합성 등 지금까지 손대지 못한 문제를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중합체의 끝에서 1개씩 조사하던 시대에 5천여개의 염기쌍은 너무 많았다.여전히 바이러스'게놈'의 상세한 구조나 염기배열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윽고 1970년대 중반 2가지 혁명적인 기법이 확립되어 DNA구조해석이 놀랄 만큼 간단하게 가능해졌다.


꽃무늬의 DNA분자,B형 나선 DNA를 세로축 방향에서 본 것이다.(탄소 녹색,산소 적색,인산 황색,질소 청색)


제한효소와 염기배열의 결정

첫째는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라는, DNA를 절단하는 효소의 발견이다. 이 효소는 세균에서 추출되는데, 2중사슬DNA의 어느 특정 염기배열만을 인식하여 절단한다. 현재 제한효소는 DNA의 강력한 연구수단인데,이것을 이용하여 특색없는 DNA에 표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덕택에 긴 DNA를 절단하여 수백에서 수천 염기쌍 길이의 조각으로 만들어 길이에 따라 분리할 수 있으므로 단편을 한층 잘 해석할 수 있다.

둘째로 DNA의 염기배열 결정법을 들 수 있다. 몇가지 방법이 개발되어 제한효소로 절단하여 생긴 단편의 염기배열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SV40'게놈'의 염기배열은 1978년까지 완전히 결정되었다. DNA의 염기배열을 아미노산의 배열로 번역하는 유전암호는 이미 알고 있으므로 '게놈'의 일정영역의 염기배열을 조사하면 그에 대응하는 아미노산을 알 수 있다. 따라서 SV40의 DNA구조에서 단백질 구조를 추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단백질의 구조를 결정하려면 하나씩 정제하여 복잡하고 시간걸리는 생화학적 방법을 사용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DNA의 염기배열이 신속하게 결정되므로 그에 기초하여 단백질 구조를 단시간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염기배열을 결정함으로써 '게놈' 중에서 단백질의 유전암호를 갖는 영역뿐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이나 DNA 복제에 관여하는 영역의 구조를 해명하는 것도 크게 진전되었다.

모든 생물의 DNA는 동일

세포의 여러 유전자를 분리(isolate)함으로써 분자생물학은 새롭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1970년대 초 이래의 세균유전학에 크게 힘입었다. 유전자의 분리에 관해서는 세균에서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생물의 DNA 분자구조가 근본적으로 같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어떤 생물의 DNA 단편과 다른 생물의 DNA단편을 쉽게 혼합 할 수 있는 것이다.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나 플라스미드(plasmid,세균에 기생하는 작은고리 모양의 DNA)에도 이것은 적용된다. 파지는 DNA를 세균에 주입되면 몇십배, 몇백배로 불어나, 복제된 DNA를 단백질 외피로 둘러싸 세균을 죽인다. 자손 파지는 죽은 세균에서 방출되어 다시 다른 세균에 감염을 반복한다.

플라스미드는 더욱 단순하게, 숙주인 세균에 들어가 평화공존상태를 이룬다. 플라스미드에게 숙주균에 유리한 성질을 부여하는 유전자, 가령 항생물질에 대한 내성(耐性)을 담당한 것도 있다. 숙주측은 플라스미드에 어느 정도까지 증식을 허용한다. 따라서 어버이 세포에서 분열되어 생긴 딸 세포에도 플라스미드는 계승된다.

파지나 플라스미드의 DNA분자는 쉽게 대량으로 입수할 수 있으므로, 제한효소로 일정한 부위를 절단하여 생긴 단편을 재결합하여 원래대로의 분자를 만들거나, 외래(外來) DNA 단편을 결합시킨 잡종분자를 만들 수도 있다. DNA 단편을 결합하는데는 DNA리가제(ligase)라는 효소를 사용하면 된다. 이 효소는DNA 분자의 끝을 인식하고 이음매를 남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DNA 단편끼리 결합시킨다.

플라스미드와 외래 DNA (포유동물) 를 결합시켜 만든 잡종DNA는 세균에 도입하면 복제한다. 결국 플라스미드의 '게놈'이 외래 DNA를 떠맡아 증폭하는 벡터(vector,운반체)가 되는 것이다. 벡터DNA가 복제 될 때는 삽입되어 있는 외래 DNA도 함께 복제된다.

클로닝의 방법

DNA 클로닝을 하는 데는 포유동물 등의 세포에서 모든 DNA를 추출하는 것이 제1단계다. 다음 DNA를 벡터가 운반할 크기의 단편(약 1천~3만 염기)으로 절단한다. 그후 각 단편을 각기의 벡터 DNA 에 삽입한다. 이 과정은 아주 간단하다. 삽입할 DNA와 같은 수의 벡터DNA를 섞고 DNA리가제를 가하면 결합된다. 여기서 임의의 잡종분자를 세균에 도입하여 복제시키면 최초에 있던 1개의 잡종분자와 같은 DNA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얻은 DNA는 같은 DNA분자에서 출발한 균일한 성질을 가진 집단이 되어있으므로 '클론'(clone)이라 한다.

클론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클로닝'(cloning) 이란 말은, '어느 특정한 외래 DNA를 가진 잡종분자를 만들어 늘린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클로닝하는 외래 DNA의 단편은 본래 복잡한 '게놈'속에 있던 수백만 단편의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을 짜넣은 잡종분자를 만들어 적당한 조건에서 선택적으로 늘리면, 그 단편을 '게놈'에서 분리하여 대량으로 입수할 수 있다.

유전자 클로닝에는 또 한단계가 있다. 방금 서술한 방법으로 수십만종의 다른 잡종 DNA분자를 만들어, 혼합물인 채로 늘린 집단(이것을 '도서관'이라고 한다)속에서 목적하는 것을 선별하여 추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다.

이때 목적하는 유전자나 그와 관련있는 DNA가 이미 입수된 경우에는 일이 쉽다. 이미 클로닝된 DNA를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시하면, 적당한 조건에서 표시된 DNA('탐색침'이라고 한다)는 목적하는 클론의 DNA와 잡종분자를 형성하므로 검출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관련유전자를 입수하지 못한 유전자를 분리하기는 어렵다.따라서'도서관'에서 목적하는 클론을 찾아내는 데 쓸 '탐새침'을 어떻게 만들까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아무리 미량이라도 단백질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현재는 그 유전자를 클로닝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세포의 구성에 관여하는 구조단백질 유전자를 필두로 인슐린, 인터페론이나, 다양한 성장인자(세포강의 메시지를 운반하는 물질)의 유전자 등도 분리되어 있다.
'게놈'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는 것에서부터 단지 DNA나 단백질의 구조를 상술한다는 앞의 연구가 진행되었다. 일단 분리된 유전자는 여러 세포에 할당하여 발현시킬 수 있다. 결국 그 유전자를 받은 세포가 원래의 세포에서 만들어 단백질을 합성하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 개조의 성과

이를 위해서는 우선 발현시키려는 유전자를 클로닝 벡터에서 분리하여 조금 개조 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포유동물 유전자의 조절영역은 본래의 숙주세포 내에 한정되어 있어 세균 속에서는 전사가 이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절영역을 세균의 것과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개조한 유전자를 발현벡터(유전자를 본래의 세포내 환경에서 분리하여, 그 유전자의 발현을 일으키도록 설계한 플라스미드)로 도입한다. 이리하여 세균의 조절영역을 갖도록 개조한 포유동물의 유전자(식물도 마찬가지)를 적당한 숙주(통상은 세균이나 효모)로 도입한다.

본래의 세포속에서는 조금밖에 합성되지 않던 단백질도 유전자를 잘 개조하면 세균이나 효모속에서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이것은 생물공학산업을 촉진하는 기초가 된다. 현재 대량으로 제조되는(혹은 시도되는) 단백질로, 인슐린, 인터페론(바이러스감염과 종양성장을 억제한다), 유로키나제(urokinase, 혈전증 치료에 사용한다)등의 플라스미노겐(plasminogen, 혈액중에 존재하는 효소적으로 불활성인 단백질) 활성화인자(血栓溶解), 종양괴사(壞死)인자TNF(암치료), 셀룰라제(cellulase, 식물셀룰로즈에서 당을 제조), 바이러스펩티드 항체(새로운 안전백신) 등을 열거할 수 있다.

생물을 개조한다

클로화한 유전자는 미생물이나 동물의 배양세포에 도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재는 동식물 개체에도 도입할 수 있다. 이것은 어떤 물질을 대량으로 입수하기 위해 단세포생물을 개조하는 유전자공학과는목적이 다르다. 식물이나 동물을 개조하여 성장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병에 대한 저항성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 등을 부여하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다세포생물의 유전자를 개조하는 것은 배양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를 포함한다. 유전자가 도입된 세포는 개체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생식세포에서 일어나면 그 유전자는 자손으로 계승되어 자손의 몸전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이것을 떠맡게 된다. 생식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은 포유동물, 파리 및 일부 식물에 행해지고 있다. 초기 배(胚)에 유전자를 떠맡은 바이러스를 벡터로 하여 도입한다.
생식세포계에 유전자를 도입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몇가지 있다. 외래 DNA를 희망하는 염색체의 특정부위에 짜넣을 수 없어서 '게놈'에 마구 짜넣어진다. 또한 이미 존재한는 유전자를 제거할수는 없고 새로운 유전자를 부가할 뿐이다. 게다가 적절한 발생시기에만 발현하도록 조절되는 본래의 유전자와는 달리 도입된 유전자는 올바른 조절을 언제나 받는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생식세포계에 유전자를 도입하는 것은 극히 커다란 의의를 갖고 있으며, 여러 유전자를 다양한 기술로 도입하여 생물의 특성을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미 보통의 1.5배나되는 쥐가 만들어져 그 유전자를 이어받은 자손이 얻어지고 있다. 성장속도가 본래와 다른 소도 만들어졌다. 또한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부여하는 유전자를 가진 식물도 탄생했다. 앞으로의 분자생물학은 현존하는 생물을 진화의 최종산물이 아니라 우리들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게 할 것이다.

수억년의 진화과정이 몇 주일로 단축

유전자 클로닝을 자유롭게 구사하게 된 지금 생물연구는 3단게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째로 목적하는 유전자를 따로 분리하여 DNA 염기배열을 해독하고 그 기능과 조절기구를 해명한다.둘째로 유전자의 기능과 발현조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RNA구조와 그 과정을 해석한다.

세째로 유전자가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을 해석한다. 즉 많은 단백질이 세포내에서 어떻게 반응의 연쇄를 담당하고 있는가를 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들어냄으로써 해석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이렇게 해서 생체의 주요한 거대분자를 대량으로 분리하여 입수해서 조사할 수 있는 것이다.

생물을 유전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능을 가진 유전자나, 그것이 암호화하고 있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게 됨으로써 새로운 상호작용을 일으켜 생물을 유전적으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자연계의 진화과정에서는 몇억년에 걸쳐 유전자에 축적되어온 변화를 연구실에서 몇주일이내에 시도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분자 생물학자들은 모든 복잡한 생체계를 단순한 성분으로 환원하여 이해하기 위한 도구를 분자생물학이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일정한 시점을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문제는 생물의 기능을 완전히 기술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포유동물이란 존재를 단순화하여 알려진 유전자들로 제어되는 여러 생체반응계의 총합으로 파악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필경 그것은 불가능하리라. 현실적으로는 생물이 가진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조사하여 그 유전자의 산물과 특정 세포에서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생각된다.

진화연구와 유전병 치료에 이용

유전자 클로닝은 진화연구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최초의 세포가 탄생된 단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이후의 많은 변화는 현존하는 생물의 DNA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유전자를 분리하여 구조를 결정하면 해석할 수 있다. 유전자의 해석을 통해서 생물상호간의 관계가 상당히 알려졌다.

진화상으로 크게 떨어져 있어도 어느 유전자의 염기배열이 잘 보존되어 있으면 그것을 기초로 계통표를 그릴 수 있다. 유전자의 염기배열이 생물종 사이에 서로 비슷한 것은 연구하는데 상당한 이점을 준다. 고등생물의 유전자 중 연구하기 힘든 것은 단세포동물을 통해 연구할 수 있다.

또한 생존에 불리한 결함유전자도 인간에게 존재한다. 암, 혈우병, 기타 대사(代謝)이상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차차 분리하여 조사하고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유전적 원인을 진단하는 길이 열리고 있다. 유전자 결함 때문에 고생하는 환자와 자손에 대해 유전자 치료를 겨냥한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현재 골수나 피부같은 체세포(생식세포가 아닌 세포)에 정상유전자를 도입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나아가 유전병치료에 DNA를 이용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인간의 생식세포에 유전자를 도입하는 시도도 10년 이내에 실현되지 않을까? 이런 작업에 몰두한 사람은, 유전병환자의 유전자 결함을 치료하여 자손이 정상적으로 생활하도록 바라고 있다.

생태계 교란과 윤리문제 논란

유전자를 개조하여 치료하는 문제에는 특히 2가지 점을 둘러싸고 격심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첫째로 인간의 생식세포를 취급한다는 문제다. 처음에는 누구에게도 명백히 결함유전자를 개량하려던 시도가 이윽고는 야심적으로 인간의 유전자를 '개량'하려는 계획으로 바뀌지는 않을까?

둘째로 인간의 경험을 초월한 문제로서, 생식세포를 유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공할 만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외래성 유전자를 생식세포에 떠맡은 생물의 출현이 현재의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아닌가? 지금까지의 결과는 유전적으로 전환된 생물이 야생형에 비해 생존능력이 열등하여 생태계균형을 파괴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것같지 않다.

이런 문제들이 사회에 불안을 던져주고 있다. 40년전 물리학이 경험한 것처럼 현재 생물학은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영역의 문을 열고 있다. 과연 생명은 인간의 필요와 호기심에 맞도록 재설계해도 좋은 것일까. 생명은 분자의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어질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러한 설명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해친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의 설명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생명을 미세하게 살펴보는 시점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을 가장 깊게 맛보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