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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예측할 수 없는가

전진과 동물들 이상행동으로 예측하기도

지난 8월 터키의 강진을 시작으로 아시아의 대만, 아메리카의 멕시코에서 엄청난 진도 7.0이상의 강진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세계가 숨돌릴 틈도 없이 이곳 저곳에서 터지는 지진 소식은 우리에게 닥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변한다. 몇 년 전 일본의 고베 지진의 아비규환과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지진의 참상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과연 지진은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없는 천재일까. 지진의 궁금증을 낱낱이 풀어본다.


대만에서 일어난 지진의 위력. 거의 기울어진 고층건물 옆으로 또 다른 건물이 폭삭 가라앉았다.


① 지진 왜 생기는 것일까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내부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계속해서 변화하는 동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땅에는 석회동굴처럼 속에 빈 공간이 많이 있는데 이를 덮고 있던 흙이 무너져 내리면서 지진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오늘날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지만 지진의 원인이 하늘의 재앙이 아닌 땅속에 있다고 생각한 점에서는 제법 옳은 의견이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지진의 원인은 20세기에 와서야 밝혀지게 됐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규모 XI, 사망 7백여명)을 전후해서 지진학자 라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의 샌안드레아스 단층을 가로질러 만들어진 도로가 심하게 휘었다가 갑자기 끊어지는 것을 발견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는 일직선을 이루고 있던 도로가 도로 밑에 있는 단층활동의 영향으로 좌우양쪽으로 엇갈리는 힘이 가해져 도로가 곡선으로 변형되고 지진발생 후에는 이것이 아예 엇갈려 밀리면서 급격한 변위가 일어났던 것이다(그림1). 그는 이를 토대로 단층활동이 진행되는 지역의 암석에 가해지는 힘이 암석을 변형시키며 이 힘이 암석의 탄성한계를 넘어설 경우 갑작스런 쪼개짐과 함께 탄성에너지를 방출시켜 지진이 일어난다(탄성반발설)고 설명했다. 이 이론은 암석이 탄성의 성질을 가질 수 있는 1백km 미만의 천부지진(얇은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림1) 10여개의 판으로 이루어진 지각^터키, 일본, 대만 등이 모두 판의 경계 부분에 있음을 알 수 있다(화살표는 판의 이동방향).


그러나 알프스 히말라야 지진대나 환태평양 지진대와 같이 특정지역에 큰 지진이 집중해서 발생하고 지하 7백km 깊이까지 깊은 지진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은 판구조론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졌다. 판구조론은 지각이 10여개의 판으로 구성돼 있으며 맨틀의 대류 등 지구 내부의 운동으로 인해 이들 판이 움직이면서 서로 다른 운동을 하는 판이 만나는 경계 부근에서 화산과 지진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최근 강진이 발생한 터키, 대만, 멕시코와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 등은 모두 판 경계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림2) 지진계의 원리^진자의 관성을 이용해 땅의 움직임을 기록하는 원리다. 최근에 나온 첨단 지진계들도 기본 원리에 있어서는 이와 다르지 않다.


② 지진의 강도는 어떻게 정하나

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로는 역사적으로 크게 진도(Intensity)와 규모(Magnitude)가 사용돼 왔다. 진도는 구조물의 흔들림이나 파괴정도에 대한 인간의 주관적인 관측을 바탕으로 등급을 나눈 것이다. 1902년에 이탈리아의 지진학자 머큘리에 의해서 12등급의 머큘리 진도가 만들어졌으며, 이를 미국의 지진학자들이 캘리포니아지역의 건축구조물 특성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 요즘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수정 머큘리 진도(MMI, 12등급)이다. 일반적으로 신문지상이나 방송에서 진도 얼마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말할 때는 수정 머큘리 진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이 밖에도 무감(0)에서 격진(VII)까지 8등급을 갖는 일본 기상청의 JMA 진도가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진도는 인간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피해지역에서 진원(진원은 지진이 발생하는 지하 지점, 진원의 지표면이 진앙)까지의 거리, 각 지역의 건축 구조물의 특성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진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이 규모(Magnitude)이다. 규모는 1935년에 미국의 리히터에 의해서 제안된 개념으로 지진계에 기록된 지진파의 최대진폭과 진앙거리(진앙에서 관측소까지의 거리)사이의 관계를 이용해 지진의 크기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규모는 진도에 비해서 객관적인 관측장비를 통해서 얻어진 자료를 가지고 지진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관측장비의 종류나 지역에 따른 지진파의 감쇠 정도 차이를 보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규모를 산출해내기가 쉽지 않다. 말하자면 한 지진에 대해서도 규모를 계산하는 각 나라의 기관이나 연구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진을 관측하는 지진계의 원리는 지표면에 고정된 축에 매달린 추의 관성을 이용해 지표면의 운동을 기록한다. 현대적인 지진계도 많은 부분이 전기장치로 대체되긴 했지만 관성원리를 이용하는 점은 비슷하다.

③ 쥐들은 지진을 미리 알고 대피한다는데

자연재앙 중 예고 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유일한 것이 지진이 아닐까 한다. 위성사진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상상태를 파악해 예보할 수 있는 날씨와 달리 지진은 지구 내부에 대한 상세한 관찰이 어렵다. 또한 아직까지도 정확한 지진발생 원리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지진을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주는 지진을 예측하기 위한 노력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져 왔다. 성공적인 지진예측의 예로는 중국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중국은 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지만 규모가 큰 활성단층이 많아 역사적으로 큰 지진이 많이 일어났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지진을 예측하기 위해 지진파 연구뿐만 아니라 동물의 상태를 파악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1969년 7월 18일 천진시에서 일어난 지진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지진을 예측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천진시 공원의 동물원 관리인들은 평소 조용하게 지내는 곰이 소리를 지르고, 백조들이 물 근처로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뱀들이 자기 굴속으로 들어가는 등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수상히 여겨 지진예측기관에 보고했다. 결국 그날 정오 경에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했다. 감각이 발달한 동물들이 지진이 일어나기 전 미세한 땅의 변화를 지각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됐다.

또 한번의 성공사례는 1975년 규모 7.3의 해청(Haicheng)지진이다. 이때는 지표가 서서히 경사되는 현상이 목격됐고 소규모 전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해 큰 지진이 발생할 전조로 보였다. 시에서는 1백만명 이상의 주민들을 급히 대피시킴으로써 도시의 절반 이상이 파괴되는 강력한 지진이었지만 사망자를 수백명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의 지진을 성공적으로 예측한 중국의 지진학자들은 지진예측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1976년에 발생한 당산지진은 거의 전 도시를 파괴했으며, 무려 2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당산지진에서는 앞서와 같은 전조현상들을 관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지진발생의 주기성을 이용한다든가 지진이 발생하기 전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전조 현상들을 파악해 지진을 예측하려는 노력은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진을 정확히 예측해내는 일은 인간의 능력 너머에 있는 것 같다.


지진 대비가 가장 철저하다는 일본에서도 고가도로가 층층이 무너졌다.


④ 한반도는 지진에 안전할까

한반도는 4개의 판(북아메리카판,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이 만나는 일본과는 달리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어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에서와 같이 판 내부에서도 강력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지진에 대한 준비가 소홀한 지역에 갑자기 닥친 지진은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항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금세기 들어 쌍계사지진이나 홍성지진과 같이 건축구조물에 피해를 주고 약간의 부상자를 낸 지진이 발생하긴 했지만, 한반도에서는 20세기 내내 활발한 지진활동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약 2천년에 걸쳐 기록된 지진 자료(삼국사기, 고려사, 조선왕조실록)를 보면, 이 기간 동안 약 2천회에 가까운 지진기록이 있다. 이 중에는 다수의 사상자를 낸 지진도 많이 포함돼 있다. 즉 판 내부 지진활동의 경우에는 불규칙성이 많고 단기적인 주기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1백여년간 지진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안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더욱이 현대산업화 사회의 경우 고층빌딩, 지하철, 도시가스관, 댐, 교량, 원자력발전소 등 지진에 의해 파괴될 경우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오는 구조물들이 많기 때문에 지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⑤ 여진이 더 무섭다는데

큰 지진의 앞뒤에 발생하는 작은 지진들을 각각 전진(Foreshocks)과 여진(Aftershocks)이라고 한다. 큰 지진의 전진을 정확히 관측할 경우 이것은 강진의 전조현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진예측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1976년 중국의 당산에서 일어난 지진과 같이 전진이 없이 일어나는 큰 지진도 많으며, 작은 지진의 경우 큰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전조현상인지 아니면 자체로 작은 지진인지 파악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전진을 관측해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아직 위험부담이 많이 있다.

여진은 강진이 발생한 후 단층 주변에 남아있던 탄성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경우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수천 회의 여진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진은 보통 본진(mainshock)보다 규모단위가 1.0 작은 정도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본진에 의해 파괴되거나 취약해진 구조물을 재차 파괴시키고 구조인력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 지진의 피해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⑥ 최근에 지진이 더 많아진 것은 아닌가

20세기 들어 규모 7.0 이상의 강진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회 정도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78년부터 본격적인 지진관측이 이루어진 이후 매년 20-30회의 지진이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구조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금세기 들어 3회 발생한 것이 전부이다. 쌍계사 지진(1936.7.4, 규모 5.1) 속리산 지진(1978.9.16, 규모 5.2) 홍성 지진(1978.10.7, 규모 5.0)이 있었다.

최근 들어 터키, 타이완 등 세계 각국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지진활동이 활발해진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진활동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90년대 들어 지진 발생횟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90년대 들어 관측망의 확충으로 크기가 작은 지진까지 관측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규모 2.0-4.0의 미진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발생횟수만으로 지진활동의 변화추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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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송석구
  • 사진

    GAMMA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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